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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차별하는 사람에게도 악영향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3-03-18 (월) 21:39 조회 : 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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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갈색 눈>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난이도 수준: 중2~고1]
<푸른 눈, 갈색 눈>
윌리엄 피터스 지음, 김희경 옮김, 한겨레출판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김영사
“오, 위대한 영(靈)이여. 내가 상대방의 모카신을 신고 1마일을 걷기 전에는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도록 지켜 주소서.”
아메리카 인디언 수족(Sioux)의 기도문이다.
<푸른 눈, 갈색 눈>은 이 기도문이 놓여 있던 교실에서 했던 차별 실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반의 담임 교사 엘리어트는 흑인 차별에 저항했던 마틴 루터 킹 서거 소식을 듣고 실험을 시작했다. 먼저 푸른색과 갈색 눈동자로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그러고 나서 한 집단을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지정했다.
실험 시작 전 엘리어트는 몇 가지 고민을 했다. 이 실험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아무리 실험이라고 하더라도 열등한 취급을 받게 하는 건 부당하지 않을까? 차별당하는 공포와 차별하는 기쁨을 가르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엘리어트 자신도 아이들을 속여야 하는 이 방식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실험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험 과정 중에는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험을 마치고 난 후 오히려 아이들은 차별의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고, 다른 사람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이 부당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엘리어트의 실험은 심리학자 필립 짐바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권위’의 힘이다. 짐바도의 실험에서도 자원자들이 두 집단으로 나뉘었는데, 각각 죄수와 교도관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들은 가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역할답게 행동했고, 심지어 심각한 가혹행위를 저지르기까지 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해석 중 하나가 인간은 부적절한 권위에 쉽게 복종하고 그에 따라 부도덕한 행동까지 감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엘리어트도 실험 중에 그런 ‘권위’의 힘을 경험했다. 아이들은 교사(권위 있는 자)가 내세운 게임의 규칙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금방 태도가 변했다. 한 집단은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편을 멸시하며 우월감에 빠져든 반면, 다른 집단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우울해하며 자신감을 잃었다. 차별의 바닥에는 이처럼 부당한 권력의 집행과 그에 대한 복종이 자리한다.
엘리어트는 우월한 집단을 의도적으로 도왔다. 작은 성취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소한 실수는 무시했다. 칭찬할 때는 눈동자 색을 거론하며 집단의 속성으로 설명했다. 자부심을 심어 주고 ‘잘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았다.
반면 열등한 집단은 교묘하게 혹은 대놓고 차별했다. 일부러 아주 정확한 답만 요구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아이들의 질문을 무시하거나 빈정거리는 말투로 대답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열등함을 받아들일 때까지 차갑게 사기를 꺾었다.
교사와 친구 모두에게서 차별과 특권을 경험한 후, 학생들은 이 주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 결과 차별은 단지 받는 순간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인격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오래 지속된다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밑바닥에서부터 바꿔놓을 수 있다는 통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푸른 눈, 갈색 눈>이 잠깐 동안의 실험이었다면, <신도 버린 사람들>에서 차별은 실험이 아닌 현실이었다. 책을 쓴 나렌드라 자다브는 인도 푸네대학 총장을 역임했으며,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에서 활약한 지식인으로 ‘인도의 살아 있는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그런데 그의 부모는 가장 밑바닥에 속하는 미천한 신분이었다. 부모 대에 카스트 제도가 폐지되지 않았다면 저자는 결코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자다브의 아버지 다무는 잡일을 담당하는 불가촉 천민, 달리트였다. 달리트는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할 수도 없었다. 마을의 잔심부름을 하고 구걸할 권리를 얻는 것이 고작이었다. 마을 하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때는 검은색 담요인 공디를 뒤집어쓰고 지팡이를 짚었다. 천민임을 천하에 알리는 징표였다. 다무의 조상은 더 심한 차림새였다. 오지항아리를 목에 걸고, 비를 엉덩이에 매달고 다녔다. 침과 발자국으로 땅을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무는 달리트에 대한 차별이 부당하다고 여겼다. 천민으로서의 의무를 거부하고자 고향을 떠나 뭄바이로 이사했다. 그러나 도시에서 먹고사는 일도 쉽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다 엄지손가락이 잘렸으나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다친 후에는 막노동 일도 구할 수 없어서 아내가 성냥공장에서 벌어오는 푼돈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머리도 좋았지만 평생 피로와 굶주림에 시달려야만 했다. 차별적 신분제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자아의 실현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 사치였던 것이다.
차별이 용납되는 사회는 이처럼 차별받는 자의 생의 전망을 말살한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차별하는 사람에게도 나쁜 결과를 낳는다.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의 정당한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특권에 의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차별이 생명의 존엄성을 깎아내리고 미덕을 훼손한다는 데 있다.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김수연 한겨레교육 강사, <통합 논술 교과서>·<유형별 논술 교과서>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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