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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손님이 뒤바뀌는 문장, 꼬이고 망가진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1-10-03 (월) 21:14 조회 : 1560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 난이도 수준 초등고학년~중1
5. 영어식 표현을 줄여라
③ 무생물 주어를 피하라
문장주체를 바로 세워야 뜻 전달 쉬워져
무생물 주어 쓰면 번역투와 피동문 살아나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의 명장 김유신은 한때 기방에 출입하는 생활로 세월을 보냈다. 보다 못한 김유신의 어머니가 혼을 냈고, 그는 절대로 기방에 출입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술에 취해 말을 타고 가다 깜빡 졸았다. 눈을 떠보니 기방 앞이었다. 말이 자주 가던 기방으로 자신을 이끈 것이었다. 김유신은 말의 죄를 벌하려고 목을 벴다.
김유신은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한 탓에 자신이 아끼던 말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이처럼 주체가 바로 서지 않으면 큰 손실을 입기도 한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학교생활이든 직장생활이든 주체가 돼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일은 꼬이고 엉망이 된다.
이 원리는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장의 주인인 ‘주어’가 자기 자리를 목적어나 보어 등에 양보하면 뜻이 모호해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영어를 번역한 글에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또다른 10분의 걸음은 톰을 박물관에 데려다줄 것이다’는 ‘Another 10 minutes’ walk will take Tom to the museum’의 단어 뜻을 하나하나 그대로 살려 번역한 문장이다. 직역한 문장으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문장의 흐름은 부자연스럽다. 이 문장의 주체는 톰이다. 톰이 스스로 걸어서 박물관에 간 것이지 발이 스스로 움직여 톰을 박물관에 데려간 것이 아니다. 따라서 목적어인 톰을 주어로 삼아 ‘10분만 더 걸으면 톰은 박물관에 도착할 것이다’로 바꿔야 뜻이 더 잘 통한다. 영어 공부를 위해 직역을 연습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문장 주체를 숨기지 않는 편이 자연스럽다.
영어 문장을 무분별하게 번역한 탓에 무생물을 주어로 쓰는 현상이 부쩍 늘었다. 영어는 가능한 모든 단어를 동사의 주어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무생물을 주어로 삼기도 하지만, 우리말에선 뜻 전달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되도록 피한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비싼 대학 등록금이 대학생들을 괴롭힌다.
(나) 우리나라 문화재가 일본 학자에게 발견됐다.
(다) 기차가 나를 고향에 데려다주었다.
(라) 한류의 확산은 외국에 사는 동포들에게 자긍심을 주었다.
예문 (가)는 ‘등록금’을 주어로 써 어색하다. ‘비싼 등록금’이 원인이 돼 대학생들이 고통을 겪는 건 사실이지만 ‘등록금’이 스스로 대학생들을 괴롭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등록금’에 ‘때문에’를 붙여 이유를 나타내고, ‘대학생들’을 주어로 써야 자연스럽다.
예문 (나)에선 행위 주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문화재’는 단지 발견의 대상이고, 발견한 주체는 ‘일본 학자’다. 따라서 ‘발견’의 행위 주체인 ‘일본 학자’를 주어로 삼고, ‘문화재’는 목적어로 써야 한다.
예문 (다)도 마찬가지다. 목적어로 써야 할 교통수단을 문장 제일 앞으로 빼 주어로 사용하는 바람에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 ‘나’가 분명한 행위주체이므로 주어로 세워야 한다. 이 경우 1인칭 주어 ‘나’는 생략해도 무방하다.
예문 (라)를 쓴 사람은 ‘한류’를 중요하다고 여겨 문장의 제일 앞으로 뽑아 주어로 삼았다. 그런데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는 ‘한류’가 서술어 ‘주었다’와 호응해 어색해졌다. 한류는 자긍심을 느끼게 한 원인에 해당하므로 ‘동포들’을 주어로 하고 원인을 나타내는 조사를 붙여야 자연스럽다.
(가-1) 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괴롭다.
(나-1) 일본 학자가 우리나라 문화재를 발견했다.
(다-1) (나는)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갔다.
(라-1) 외국에 사는 동포들은 한류의 확산으로 자긍심을 느꼈다.
‘우유가 고양이에게 먹혔다’보다 ‘고양이가 우유를 먹었다’가 훨씬 우리말답고 부드럽다. 이처럼 우리말에서는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 문장 안에서 쓰일 때 생물(사람)을 문장 주체로 삼아야 자연스럽고 뜻도 더 잘 통한다. 만일 한 문장 안에 생물이 둘 이상 나온다면 서술어를 능동태로 바꿨을 때 문장의 주체가 되는 쪽을 주어로 살려 써야 우리말답다. 예를 들어 ‘쥐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혔다’에서 ‘잡아먹혔다’는 서술어를 능동태인 ‘잡아먹었다’로 바꾸고 행위 주체인 ‘고양이’를 주어로 삼아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로 바꿔야 내용이 빠르게 전달된다.
그런데 무생물을 주어로 써 버릇하는 사람들은 영어식 글에 익숙해진 탓에 앞서 연재에서 지적했던 ‘through’(~를 통해), ‘by’(~에 의해)나 피동형을 함께 쓰는 영어식 글쓰기의 문제점까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무생물 주어를 쓰는 사람은 무생물이 스스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무생물 주어를 굳이 고집하는 바람에 서술어를 무의식적으로 피동형 또는 이중피동형으로 쓰기 때문에 문제다.
예시글 2
(마) 과도한 민족주의적 환상은 한국의 역대 정부들의 정책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바) 다문화 사회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직 낯설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 야하게 입을 권리가 슬럿워크 시위를 벌이는 여성들에 의해 한목소리로 외쳐졌다.
(아) 장애인 성폭행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 <도가니>는 황동혁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예문 (마)는 ‘민족주의적 환상’을 주어로 쓰면서 ‘through’를 번역한 ‘통해서’까지 사용했다. ‘한국의 역대 정부’를 주어로 하면 ‘통해서’란 표현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뜻이 통한다. 예문 (바)는 ‘다문화 사회’를 글의 제일 앞에 써 주어로 삼았다. 물론 ‘다문화 사회’가 이 문장의 가장 주축이 되는 단어이므로 강조의 뜻으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서술어가 피동태가 돼 어색하다.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이는 주체는 한국 사람들이므로 ‘한국 사람들’을 주어로 삼고, ‘다문화 사회’를 목적어로 바꿔 문장을 재구성해야 매끄럽다.
예문 (사)에선 ‘야하게 입을 권리’를 주어로 쓰면서 문장 주체에 해당하는 ‘여성들’을 영어의 ‘by’에 해당하는 ‘~에 의해’를 붙여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외치다’를 피동태로 쓸 수밖에 없었다. ‘여성들’을 주어로, ‘야하게 입을 권리’를 목적어로 바꾸면 굳이 ‘~에 의해’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피동형으로 썼던 서술어 ‘외쳐졌다’도 능동형인 ‘외쳤다’로 바꿔야 한다.
예문 (아)에서도 영화 제목 <도가니>를 주어로 쓰는 바람에 ‘~에 의해’가 불필요하게 들어가고, 서술어를 피동형으로 썼다. 피동형인 ‘만들어졌다’를 능동형인 ‘만들었다’로 바꾸고, 이 서술어의 행위 주체인 ‘황동혁 감독’을 주어로 바꿔 쓰면 간단히 해결된다.
(마-1) 한국의 역대 정부들은 과도한 민족주의적 환상을 정책으로 채택했다.
(바-1) 한국 사람들은 아직 다문화 사회를 낯설어하고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1) 슬럿워크 시위를 벌이는 여성들은 한목소리로 야하게 입을 권리를 외쳤다.
(아-1) 황동혁 감독이 장애인 성폭행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 <도가니>를 만들었다.
무생물이 주어인 글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읽은 뒤 머릿속에서 문장을 재구성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글을 읽을 때마다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글 읽는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 과정을 다 거치면서 책을 끝까지 다 읽을 독자는 거의 없다. 글은 배려다. 영어의 전치사를 번역한 듯한 표현과 과도한 피동문을 고치는 데 약간의 시간만 투자해도 독자에겐 훌륭한 배려다.
하지만 우리말에도 무생물을 주어로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우리말엔 물주구문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차가 충돌했다’, ‘건물이 붕괴됐다’, ‘시간이 부족하다’처럼 무생물을 주어로 써도 괜찮은 경우가 많다. 보통 ‘주어+동사’의 형태로 무생물이 행위 주체일 때 쓰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 글의 흐름에 따라서 사물을 강조할 땐 부득이하게 물주구문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철저하게 문맥을 고려해 계산한 뒤 써야 하므로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되도록 쓰지 않는 편이 낫다.
연습 문제
다음 무생물을 주어로 쓴 문장을 우리말답게 고쳐 보세요.
1. 그 빌딩은 최고의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다.
2. 어렵게 계단을 올라가는 노인의 모습이 내 눈을 끌었다.
3. 무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4. 길거리의 턱이 장애인의 보행을 어렵게 한다.
교과서 ‘옥에 티’
① 그 이유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운동선수들로 하여금 경기력 향상과 근육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할 수 있게 해 주며, 일반인들에게는 짧은 시간 내에 각 신체 부위를 자극하여 건강과 체력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체육과 건강>(ㄷ출판사)
→ 그 이유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으로써 운동선수들은 경기력 향상과 근육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할 수 있으며, 일반인들은 짧은 시간 내에 각 신체 부위를 자극하여 건강과 체력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직업이 사람에게 주는 기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중학교 <기술·가정3>(ㄱ출판사)
→ 사람은 직업에서 어떤 기쁨을 얻을까?
③ 일본의 한국사 연구는 19세기 말에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ㄱ출판사)
→ 일본은 19세기 말에 한국사 연구를 시작했다.
④ 일본이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대한 제국 정부의 개혁은 중단되고 일본의 식민지화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ㄱ출판사)
→ (…) 대한 제국 정부는 개혁을 중단하고 일본은 식민지화 작업을 본격화했다.
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 사회는 손끝 하나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집에 앉아서 세계를 들여다보며, 컴퓨터 마우스 하나로 모든 임무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다.
고등학교 <사회>(ㅁ출판사)
→ 우리는 손끝 하나로 (…)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상상한다.
⑥ 청소년들의 통신 언어 사용은 기성세대와 차별성을 두고 자기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고등학교 <사회>(ㅁ출판사)
→ 청소년들은 통신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기성세대와 차별성을 두고 자기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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