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제대로 된 청소는 구석에 숨은 먼지를 치웠느냐에 달려 있다. 문 뒤에 숨은 먼지를 쓸어 담지 않았다면 청소를 제대로 한 게 아니다. 열심히 설거지를 했어도 접시에 고춧가루가 하나 붙어 있으면 말짱 도루묵이듯이.

청소의 성패가 마지막 먼지에 달려 있다면, 말의 성패는 말끝에 달려 있다. 조사나 어미처럼 말끝에 붙어 다른 단어들을 도와주는 것들이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 특히 어미를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 성격, 타인과의 관계, 지위가 드러난다.

당신이 어제오늘 보낸 문자나 채팅 앱을 다시 열어 살펴보라. 용건은 빼고 말끝을 어떻게 맺고 있는지 보라. 친한지 안 친한지, 기쁜지 슬픈지, 자신감 넘치는지 머뭇거리는지,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다 드러난다.

친할수록 어미를 일그러뜨려 쓰거나 콧소리를 집어넣고 사투리를 얹어놓는다. ‘아웅, 졸령’ ‘언제 가남!’ ‘점심 모 먹을껴?’ ‘행님아, 시방 한잔하고 있습니더’ ‘워메, 벌써 시작혀부럿냐’. 친하지 않으면 ‘-습니다’를 붙인다.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봤자, 결석을 통보하는 이들은 ‘이러이러한 사유로 결석하게 되었습니다’ 식으로 메일을 보낸다. 용기가 흘러넘치던 학생한테서 받은 ‘죄송한데 사유는 비밀이고 오늘 수업 결석하겠습니다’가 최대치였다. ‘패랭이꽃도 예쁘게 피고 하늘도 맑아 오늘 결석하려구요!’라는 메일을 받는 게 평생소원이다. 세월이 지나면 말끝이 닳아 없어지기도 한다. ‘어디?’-‘회사’-‘언제 귀가?’-‘두시간 뒤’. 말끝이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