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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를 손질하면 생각이 살아납니다/최종규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8-07-05 (목) 23:23 조회 : 653

지난 6월에 책 하나 새로 냈습니다.

이달 7월에도 여러 가지가 나옵니다.

말이란 삶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


얄궂은 말씨를 손질하면 생각이 살아납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평등 《읽는 우리말 사전 3》



  지난 선거를 앞두고 전남 고흥 여러 시민모임에서 고흥군수 후보자한테 찾아가서 교육 정책을 제대로 펴야 한다는 뜻을 밝힌 적 있습니다. 이때에 열한 살 큰아이를 데리고 함께 갔습니다. 저는 군수 후보자가 하는 말을 무릎셈틀로 받아적었고, 큰아이는 사진을 찍었어요. 이날 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큰아이한테 군수 후보자가 믿음직해 보이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큰아이는 좀 머뭇거리다가 “모르겠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하고 대꾸했습니다.


  이 대꾸를 듣고서 곰곰이 돌아보았어요. 사회에서 적잖은 어른들은, 또 정치 같은 자리에 나서는 어른들은, 여느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하고는 다른 말을 쓰기 일쑤입니다. 형식이라고 하는 겉치레에 매인 말을 흔히 써요. 게다가 일본 한자말 같은 딱딱한 말씨를 써야 하는 듯 여기기도 하고, 좀더 어려운 말씨를 써야 유식해 보인다고, 이른바 똑똑해 보인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인문책에서도 시집에서도 만화책에서도 그림책에서도 생태도감에서도 아리송하거나 얄궂은 말씨를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이제 이런 말씨가 워낙 흔하기에 이런 말씨를 얄궂거나 아리송하다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현대 한국 말씨’로 여길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씨로 공무원이 공문서를 쓰면 우리는 하나같이 ‘공무원은 왜 이렇게 글을 어렵고 얄궂게 쓰느냐’며 나무랍니다. 공무원이 쓰는 공문서도 쉽고 바르며 알맞고 곱게 가다듬을 노릇인데, 이에 앞서 우리 누구나 글을 가다듬어서 말도 함께 살찌우면 좋겠습니다. (4쪽)



  《읽는 우리말 사전》 셋째 권을 냈습니다. 책이름이 살짝 깁니다만,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 말 사전 3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자연과생태, 2018)라는 “읽는 사전”입니다. 이 책은 우리 집 큰아이뿐 아니라,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웃님이 즐겁고 쉽게 생각을 나누도록 돕는 말을 찬찬히 살펴서 쓰는 길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썼어요.


  모든 말이나 글을 어렵게 쓰지 말자고, 어려워서 못 알아듣는 사람이 생기게 하지 말자고, 말이나 글 때문에 사람 사이에 울타리나 문턱을 높이지 말자고, 쉬운 말로 얼마든지 생각을 널리 펴고 환하게 나눌 수 있다는 뜻을 밝히려고 쓴 “읽는 사전”입니다.


  굳이 얄궂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굳이 겉치레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굳이 있어 보이는 말씨를 써야 하지 않습니다. 굳이 일본 한자말을 골라서 써야 잘나 보이는 글이나 말이 되지 않습니다. 수수하게 말하거나 글을 쓸 적에 참으로 수수하면서 쉬울 뿐 아니라, 서로서로 생각을 한결 부드러우면서 넓고 깊게 나눌 수 있기도 합니다.



10만 그루에 대한 벌목이 시작됐다

→ 10만 그루를 벤다

→ 나무 10만 그루를 벤다


무사히 땅에 정착한 거미는 영역을 지키고 거미그물을 만들면서 삶의 터전을 잡아 갑니다

→ 땅에 잘 내려온 거미는 자리를 지키고 거미그물을 짜면서 삶터를 잡아 갑니다

→ 땅에 잘 떨어진 거미는 터를 지키고 거미그물을 지으면서 삶자리를 잡습니다

→ 땅에 잘 내려선 거미는 터를 지키고 거미그물을 치면서 삶자리를 잡습니다



  ‘-에 대한’은 번역 말씨입니다. 영어 ‘about’은 ‘-에 대한/-에 대하여’로 옮길 만하지 않습니다. 한국 말씨로는 ‘-을/-를’을 쓰면 되어요. “10만 그루에 대한 벌목이 시작됐다” 같은 글월에서 한자말 ‘벌목’을 꼭 쓰고 싶다면 “10만 그루를 벌목했다”처럼 손질해 줍니다. ‘벌목’이란 한자말은 ‘나무베기’를 가리키니 “10만 그루를 벤다”나 “나무 10만 그루를 벤다”로 손질하면 한결 나아요. 이렇게 하면 어린이도 다 알아들을 만한 말로 거듭나요.


  거미가 그물을 짜거나 짓거나 치려고 땅에 잘 내려오는 모습을 놓고도 “땅에 잘 내려온”이라 하면 되지요. 굳이 “무사히 땅에 정착한 거미”처럼 한자말로 꾸며야 하지 않습니다. 이런 한자말을 써야 거미를 다루는 생물학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월에서 말씨를 더 살피면 “거미그물을 만들면서”에서 ‘만들다’는 잘못 썼어요. 아무 자리에나 ‘만들다’를 넣지 못해요. 거미줄은 ‘짠다’나 ‘친다’나 ‘짓는다’고 해야 올발라요. “삶의 터전”이라는 일본 말씨는 ‘삶터’나 ‘삶자리’처럼 짧게 끊어야 또렷할 뿐 아니라, 글월도 매끄럽지요.



가로등 아래 나무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다

→ 가로등 밑에 나무 그림자가 일렁인다

→ 가로등 곁에 나무 그림자가 일렁인다


내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내가 튼튼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말을 쉽게 쓰는 길을 살피면서,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쓰는 길을 갈 적에 한결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가로등 ‘아래’”라고 하면, 가로등을 세운 ‘땅바닥 아랫자리’를 가리킵니다. 그림자를 살핀다면 “가로등 밑”이나 “가로등 곁”처럼 낱말을 제대로 가려서 써야 알맞습니다. “일렁이고 있다”에서 “-고 있다”는 번역 말씨입니다. “일렁인다”라고만 해야 알맞고, 느낌을 더 살리고 싶다면 사이에 꾸밈말을 넣어 “한창 일렁인다”나 “막 일렁인다”나 “이제 일렁인다”나 “가만히 일렁인다”로 쓰면 됩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은 일본 말씨하고 번역 말씨가 뒤섞인 모습인데요, “튼튼하려면”이나 “튼튼하게 살려면”으로 가다듬어 줍니다.



우리는 일찍이 오랜 기간 경제적으로 부족한 생활을 해 왔다

→ 우리는 일찍이 오랫동안 돈이 없이 살아왔다

→ 우리는 일찍이 오랫동안 살림돈이 모자랐다

→ 우리는 일찍이 오래도록 가난하게 살았다

→ 우리는 일찍이 퍽 오래 가난한 살림이었다


햇살과 바람을 무상으로 공급받는 나는

→ 햇살과 바람을 거저로 받는 나는

→ 햇살과 바람을 그냥 받는 나는



  돈이 없기에 “돈이 없이 살다”라 하고, 돈이 모자라기에 “돈이 모자라게 살다”라 말합니다. 이를 “경제적으로 부족한 생활을 해 왔다”처럼 한자말을 잔뜩 넣어야 학문 같은 글이 된다거나, 멋있어 보이는 글이 되지 않습니다.


  “무상으로 공급받는”도 덧없는 말자랑이에요. 더욱이 “공급 + 받다”는 뜬금없습니다. ‘공급(供給)’이라는 한자말은 ‘주다’를 뜻해요. ‘공급받다 = 줌을 받다’라 말하는 셈이니 앞뒤가 어긋나는 말씨이기도 합니다. “거저 받다”나 “그냥 받다”처럼 쉽게 쓰면 됩니다.



영어가 지구상의 모든 말을 밀어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질 수도 있다

→ 영어가 지구에서 모든 말을 밀어낼지도 모른다며 두려울 수 있다

→ 영어가 온누리 모든 말을 밀어낼지도 몰라 두려울 수 있다

→ 영어가 온누리 모든 말을 밀어낼지도 몰라 두려워할 수 있다


자기보다 큰 수컷과의 일전을 불사해야 하는데

→ 저보다 큰 수컷하고 한판 붙어야 하는데

→ 저보다 큰 수컷과 한바탕 싸워야 하는데



  “지구상의 모든 말을”은 일본 말씨입니다. “지구에서 모든 말을”로 손봅니다. “공포를 가질 수 있다”는 번역 말씨입니다. “두려울 수 있다”나 “두려워할 수 있다”라 하면 쉽고 깔끔합니다.


  “큰 수컷과의 일전을 불사해야 하는데”는 오롯이 일본 말씨입니다. 껍데기는 한글이되, 알맹이는 일본 한자말에 일본 말씨이지요. “큰 수컷하고 한판 붙어야”나 “큰 수컷과 한바탕 싸워야”처럼 쓸 적에 아이들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으로 발전하게 될지 그 귀추가 자못 주목된다

→ 어떤 일로 커질는지 자못 눈여겨볼 만하다

→ 어떤 일로 불거질는지 자못 지켜볼 만하다

→ 어떤 일로 불거질는지 자못 궁금하다


나비 한 마리 돌 위에 앉아 졸고 있다

→ 나비 한 마리 돌에 앉아 존다

→ 나비 한 마리 돌에 얌전히 앉아 존다

→ 나비 한 마리 돌에 앉아 꾸벅꾸벅 존다

→ 나비 한 마리 돌에 앉아 가만히 존다



  ‘귀추(歸趨)’라는 한자말을 넣어 “귀추가 주목된다”처럼 써야 글멋이 나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써야 뭔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은 이제 접을 때이지 싶습니다. “눈여겨볼 만하다”나 “지켜볼 만하다”라 하면 되고, ‘궁금하다’라 해도 되어요.


  “돌 위에 앉아 있다” 같은 번역 말씨를 어린이책에 쓰는 어른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나비나 새나 사람이 “돌 위”에 앉을 수 있을까요? 영어에서는 ‘on’ 같은 전치사를 넣을 테지만, 한국말은 ‘위’를 넣어 “돌 위”라고 하면, 돌에서 하늘로 붕 뜬 곳을 가리킵니다. 앉으려면 “돌에 앉아”야 합니다.



나의 차가운 혀도 뜨거운 무언가(無言歌)를 삼키리라

→ 내 차가운 혀도 뜨거이 말 없는 노래를 삼키리라

→ 내 차가운 혀도 뜨거이 고요노래를 삼키리라

→ 혀도 뜨겁게 괴괴노래를 삼키리라


두 언어가 지닌 차이는 아래와 같다

→ 두 말이 다른 대목은 이와 같다

→ 두 말은 다음처럼 다르다

→ 두 말은 이렇게 다르다



  ‘무언가(無言歌)’는 재미난 말놀이일까요? 아니면 한자를 좀 안다는 말자랑일까요? 우리는 한국말로 “말 없는 노래”처럼 쓰거나 ‘고요노래’나 ‘괴괴노래’ 같은 새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두 언어가 지닌 차이는 아래와 같다”는 번역·일본 말씨입니다. “두 말은 다음처럼 다르다”라고 하면 끝납니다. “언어가 지닌 차이”라 하면 ‘언어’가 임자말인 셈인데, 한국말로는 이렇게 안 씁니다. ‘언어’가 ‘차이’를 ‘지닌’다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말이 될 수 없어요. ‘말’은 서로 ‘다를’ 뿐입니다. “아래와 같다”는 일본사람이 글종이를 쓸 적에 위에서 아래로 써 버릇 하면서 나타난 일본 말씨인데요, ‘아래’ 아닌 ‘다음’으로 바로잡아야 알맞습니다.



재채기는 기침과 달리 주로 상부기도(코)가 자극을 받아서 나오게 됩니다

→ 재채기는 기침과 달리 흔히 코가 간지러워서 나옵니다

→ 재채기는 기침과 달리 으레 윗숨길이 간지러워서 나옵니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기숙사에서 살게 된 겁니다

→ 처음 서울에 와서 기숙사에서 살았습니다

→ 처음 서울에 와서 기숙사에서 살아 보았습니다

→ 처음 서울에 가서 기숙사에서 살았습니다



  ‘상부기도(코)’라고 적을 까닭이 없어요. 그냥 ‘코’라고 하면 됩니다. “살게 된 겁니다” 같은 번역 말씨는 “살았습니다”로 손질해 줍니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서”는 얄궂지요. 이는 지난날 봉건계급질서를 따라서 ‘서울은 위, 시골이나 지방은 아래’로 여긴 낡은 말씨입니다. ‘상행선·하행선’ 같은 말씨가 아직 안 사라졌는데요, ‘-길’을 넣어서 ‘서울길·부산길’이나 ‘서울길·시골길’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서울에는 갈 뿐입니다. “서울에 가다”라 하면 됩니다. 시골로 가는 일을 때때로 ‘낙향’이라 말하는 분이 있는데, “시골에 내려가다”나 “시골로 떨어지다” 같은 결로 쓰는 ‘낙향’도 ‘상경·서울에 올라가다’하고 맞물리는 지역차별을 담은 낡은 말씨입니다.



청소가 아니라 수리가 필요하겠군

→ 쓰레질이 아니라 고쳐야 하겠군

→ 비질이 아니라 손질을 해야겠군

→ 쓸고닦기 말고 손질을 해야겠군

→ 쓸고닦지 말고 손봐야겠군


시적 언어의 정제가 조금은 더 요구되는 지점도 있지만

→ 싯말로 조금은 더 가다듬어야 하는 대목도 있지만

→ 시답게 말을 조금 더 손질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

→ 싯말스럽게 조금 더 갈고닦아야 하는 데도 있지만



  ‘필요’ 같은 한자말을 써야 한다면 쓸 수 있을 테지만, 이 일본 한자말을 자꾸 아무 곳이나 안 쓰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쉽게 헤아려 보면 좋겠어요. “수리가 필요하겠군”은 “고쳐야 하겠군”이나 “손질해야겠군”이라 손볼 만합니다.


  문학을 말씀하는 분, 이른바 문학평론가는 “시적 언어의 정제가 조금은 더 요구되는 지점도 있지만” 같은 말을 매우 쉽게(?) 쓰시니 참으로 어렵(?)습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굳이 갖가지 일본 한자말하고 일본 말씨를 끌어들여야 문학평론이 될까요? 쉬운 한국말을 쓰면 문학평론이 안 될까요?



늦게나마 매운탕으로 영양을 보충하고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서

→ 늦게나마 매운찌개로 배를 채우고 정자에서 살짝 쉬면서

→ 늦게나마 매운국으로 배불리 먹고 정자에서 가볍게 쉬어서


언어 발달이 눈이 부시게 이루어지는 3살 무렵의 유아

→ 말이 눈이 부시게 피어나는 세 살 무렵 아이

→ 말이 눈이 부시게 깨어나는 세 살 무렵 아이

→ 말이 눈이 부시게 자라나는 세 살 무렵 아이

→ 말이 봇물처럼 눈부시게 터지는 세 살 무렵 아이


나는 식탁에서 옷을 만들 원단을 재단하고 있었어요

→ 나는 밥상에서 옷을 지을 천을 마름했어요

→ 나는 밥상맡에서 옷을 지을 천을 잘랐어요


코코넛 물을 이용한 디톡스를 해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며,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코코넛물로 독을 빼는 길이 가장 나으며, 몸에도 좋다

→ 코코넛물로 독을 빼면 가장 좋으며, 몸에도 낫다


물건의 사이즈를 맞출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 물건 크기를 맞출 수 있어 크게 좋습니다

→ 물건 크기를 맞출 수 있어 한결 낫습니다

→ 물건 크기를 맞출 수 있어 매우 좋습니다

→ 물건 크기를 맞출 수 있어 무척 좋습니다

→ 물건 크기를 맞출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폭풍 흡입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퍼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게걸스레 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마구 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허겁지겁 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숨도 안 쉬고 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었다



  《읽는 우리말 사전 3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는 184쪽으로 조촐하게 꾸렸습니다. 모두 161꼭지 보기글을 책에서 뽑았고, 쉽게 부드럽게 즐겁게 곱게 새롭게 손질하는 길을 밝히려 했습니다. 보기글을 더 많이 뽑아서 더 두툼하게 글손질 이야기를 펼 수 있지만, 언제라도 홀가분하면서 산뜻하게 ‘사전을 들고 다니며 읽기’를 바라면서 조촐히 엮었습니다.


  사전은 말풀이만 담은 책이 아닙니다. 사전은 말을 다루는 길을 밝히는 책입니다. 말풀이만 그러모은 사전이라면, 우리는 손전화를 켜서 슥슥 찾아보면 그만이겠지요. 그러나 때랑 곳이랑 흐름을 살펴 알맞으면서 즐겁고 새롭게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길을 익히려면 “읽는 사전”을 손에 쥐거나 곁에 두어야지 싶습니다.


  《읽는 우리말 사전》 셋째 권은 다음처럼 세 갈래로 큰 얼거리를 살필 수 있습니다.



ㄱ. 번역 말씨 가다듬기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같은 말씨를 많이 쓰지만 ‘-ㅁ을 느꼈습니다’는 번역 말씨입니다. 한국말에서는 이야기를 맺을 때 그림씨나 움직씨를 섣불리 이름씨 꼴로 바꾸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뜨거웠습니다’로 고쳐 쓸 만합니다.


ㄴ. 우리 낱말 살려 쓰기

‘비즙을 배설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와 ‘콧물을 뺄 수 없다’는 글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또렷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낼까요? 한자말을 쓰는 일이 그르지는 않지만 우리말로 쓰면 말뜻을 더욱 똑똑히 밝힐 수 있습니다.


ㄷ. 머리를 맞대고 함께 엮는 우리말 사전

흔히 서울에 갈 때는 ‘올라간다’고 하고 지방으로 갈 때는 ‘내려간다’고 합니다. 이제는 민주와 평화와 평등을 헤아리면서 어디든 ‘가다·오다’라고만 하고 ‘서울 상행선’은 ‘서울길’로, ‘부산 하행선’은 ‘부산길’로 바로잡으면 좋겠습니다.



  쉽게 가려서 말하는 길을 함께 익히기를 바라요. 쉬우면서 즐겁게 글을 쓰는 길을 서로 나누기를 바랍니다. 쉽고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생각을 살찌우는 길을 말글에서 나란히 찾는다면 이 땅에 참답고 상냥하게 민주·평등·평화를 더 넉넉히 북돋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7.2.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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