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 중에는 성차별적인 단어들이 있다. 이번 수업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성차별적 단어를 찾아보고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보는 ‘새말 사전’ 활동을 했다.

앞에는 한자, 뒤에는 한글로 되어 있는 단어 카드를 나누어준 뒤 모둠의 기준을 만들어 분류하도록 했다. 나누어준 단어 카드는 다음과 같다. 질투(嫉妬), 혐오(嫌惡), 방해(妨害), 간신(奸臣), 요염(妖艶), 노예(奴?), 자궁(子宮), 학교(學校), 효도(孝道), 남자(男子), 교과서(敎科書), 호감(好感).

아이들은 단어들을 두 종류로 나누었다. 뜻이 안 좋은 단어로 ‘질투, 혐오, 방해, 간신, 요염, 노예, 자궁’, 그 외의 단어로 ‘학교, 효도, 남자, 교과서, 호감’을 꼽았다. 여섯 모둠 중 절반 이상이 위와 같은 기준을 만들었다.

“선생님은 한자를 가지고 분류해봤어요”라고 말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제시한 단어 한자 12개가 모니터에 떴다. 이 한자의 여자 여(女)와 아들 자(子)부분에 각각 주황색과 초록색 칠한 것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금세 ‘질투, 혐오, 방해, 간신, 요염, 노예’에는 여자를 뜻하는 한자가 들어가 있고 ‘자궁, 학교, 효도, 남자, 교과서, 호감’에는 아들을 뜻하는 한자가 들어가 있는 것을 찾아냈다.

“선생님, ‘싫어할 혐’(嫌)에는 ‘여자 여’가 들어 있어요. 질투, 방해, 간신, 요염, 노예도 마찬가지고요.” 또 아이들은 또 학교와 교과서라는 한자에 ‘아들 자’만 들어간 것을 찾아낸 뒤 옛날에는 남자만 공부해서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쓰는 단어를 살펴본 뒤 성평등한 사전 만들기 활동을 시작했다. 각 모둠에 성차별 표현이 들어 있는 단어를 3개씩 나누어준 뒤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아보고 새로운 단어로 바꾸는 활동이었다. 외할머니, 친할머니, 김 여사, ○○여자고등학교, 처남과 처제, 도련님과 아가씨 등을 제시했다.

아이들은 “외할머니의 외(外)가 바깥, 거리감을 뜻하기 때문에 엄마와 할머니를 합쳐 ‘엄할머니’라고 부르자” “친할머니의 친(親)은 친하고 가까움을 뜻하니까 아빠와 할머니를 섞어 ‘아할머니’라고 부르자” 등을 제안했다. 또한 운전을 잘 못 하는 것에는 남녀 구분이 없기 때문에 “‘김 여사’라는 여성 비하 표현은 ‘운전 초보’로 고쳐야 한다”고 짚어냈다.

‘○○여자고등학교’도 ‘○○고등학교’로 바꿔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아내가 남편 동생을 부를 때는 ‘도련님, 아가씨’로 높여 부르고 반대의 경우 ‘처남, 처제’로 낮춰 부르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들은 ‘처제·부제’를 생각해냈다. 아내의 동생, 남편의 동생이라는 한자를 쓴 것이다.

여경, 여의사, 여교사, 남간호사 등은 경찰, 의사, 교사, 간호사로 고쳤다. 직업을 뜻하는 단어에 굳이 여자, 남자를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바꾼 단어를 발표하며 왜 고쳤는지, 성차별적 부분은 어디였는지를 유추하고 바로 대답했다. 이날 수업이 평소 내가 무심코 쓰는 단어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기를, 훗날 성차별적 단어를 만났을 때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졌기를 바란다.

최다솜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