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샘의 융합독서

대형 서점에 가보면 ‘우리 아이 독서법’ 등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지도서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칼럼을 통해 알려드리려는 독서 방법은 ‘융합독서’입니다. 이번 주에는 여러 독서 방법 가운데서도 융합독서의 고유한 본질과 핵심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융합의 본질은 ‘의미가 있는 연결’입니다. 불이 발생하려면 나무(연료), 열(발화원), 산소(공기)라는 핵심 요소와 그 요소의 결합이 필요하지요.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불’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나무와 열만 있거나 산소와 열만 있다면, 연소라는 새로운 상황과 가치가 발생하지 않겠지요. 즉 무엇인가를 섞었는데 아무 변화가 없다면 융합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혼합’했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인 겁니다. 혼합과 융합은 엄연히 다른 현상입니다.

융합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입니다. 시스템 사고는 <제5경영>를 쓴 엠아이티(MIT) 피터 셍게 교수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학습조직의 핵심요소’로 손꼽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사고 체계입니다.

시스템 사고는 우리가 문제를 처리할 때, 사안을 개별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전체를 재구성해 각각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것을 요구합니다. 문제의 근본 구조와 맥락을 파악하는 사고 체계인 것이지요. 즉 여러 요소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 전체를 파악한 뒤, 그 속에 숨겨진 근본 원인을 밝혀내는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사고 모델’이죠.

위에서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나무, 열, 산소라는 재료들이 서로 만나 연결되고 반응을 일으켜 ‘불’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했죠. 나무, 열, 산소 등의 재료를 시스템, 이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현상을 ‘시스템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사고는 우리 일상생활 속 다양한 발견들을 자연스레 묶는 힘이기도 하고, 융합의 인지적 핵심 조건이기도 합니다.

학습에서는 이렇게 적용해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소설이든 사회과학 서적이든, 먼저 책의 내용에서 중심인물이나 핵심 개념을 뽑아보도록 합니다. 그 뒤 인물이나 열쇳말들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구조화해 써보게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책의 개념이나 주제를 분석하게 하면, 내용 이해가 매우 쉬워집니다. 전체 상황 속에서 어떤 부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쉽게 파악하게 됩니다. 이해하지 못했던 교과서 단원 및 소설 속 사건과의 인과관계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일종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텍스트를 이해하게 됩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을 갖는 건 곧 시스템 사고력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입체적으로 전체 상황을 파악하면 눈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요소들과 관계가 보이고 그 중간중간 새로운 것을 채워 넣을 수도 있습니다. 전체 시스템을 보는 눈이 있어야 소통도 잘할 수 있고, 요소들을 분해해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일정한 패턴과 구조를 파악하면 다른 것에 적용하는 것도 쉬울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융합은 제품으로 치면 완제품이 아닌 조립 제품이나 블록과 같습니다. 작은 부품들을 상황에 따라 새롭게 연결해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블록은 완제품에 비해 융통성이 있습니다. 교육도 완제품처럼 이미 완성된 지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각자 지식 블록을 통해 나름의 체계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학생들이 사막과 우물의 관계를 볼 수 있는 시스템적 사고를 가져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와 새로운 가치를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박동호(‘한겨레교육 융합독서지도사 과정’ 강사, 메타센스 융합인재교육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