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샘의 10대들 마음 읽기
김영훈 기자
김영훈 기자
“엄마 아빠도 알게 되겠죠? 정말 죽어버리고 싶어요.”

말다툼 끝에 친구에게 주먹질한 뒤 매우 불안한 상태로 상담실을 찾아온 아이가 한 말이다. 아이가 제일 먼저 걱정한 건, 자신이 때린 친구보다 부모님이었다. 사실을 알게 된 엄마 아빠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말을 할지 이미 다 안다며 화를 내다가 이내 어린애처럼 훌쩍였다.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부모님과 직접 통화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 하고 교실로 돌려보냈다.

“우리 아이는 도대체 왜 맨날 이럴까요?”

부모의 반응은 아이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부모님은 아이가 매번 사고를 치고, 그걸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많이 힘드시죠? 그런데 아이가 많이 불안해해요. 자기편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냥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님의 수용과 사랑이라고 말씀드렸다. 아이가 어렸을 때 양육자가 자주 바뀌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정서 불안과 충동적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은 충분했지만 정서적 보살핌은 부족했다.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아이가 호소한 것도 아버지와의 갈등이었다.

엄격하기만 한 아빠의 훈육 방식 때문에 아들은 점점 반항하게 됐고 부자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친구를 때린 이유도 친구의 모습에서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번 자신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바로 그 모습. 어려서는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어 사고(?)를 쳤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부모에 대한 반감을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버지 앞에서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니 자신도 아빠를 존중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지적하고 나무라는 것을 보면 “나는 네가 ∼할 때만 너를 존중하고 사랑하겠다”로 이해한다. ‘조건적’ 존중, ‘조건적’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부모들은 “아이가 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원한다. 아이의 감정, 사고, 행동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평가 없이 말이다. 물론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무조건 받아주라는 뜻은 아니다.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아이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이해가 우선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없다면, 가르침은 불가능하다.

아이는 상담 내내 아빠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았지만, 마음 한구석 진심은 아빠와 화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실을 찾은 것이다. 아이들은 그저 부모나 양육자에게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다.

다음날 아이는 밝은 얼굴로 상담실을 찾아왔다. 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으며 친구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고 엄마 아빠도 자기 말을 들어주셨다고, 일이 다 잘 해결됐다고, 마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쉬지 않고 말하며 좋아했다.

이정희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