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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야기]“혁신학교는 모든 학생을 끌고 간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4-16 (화) 23:13 조회 : 42
[표지 이야기]“혁신학교는 모든 학생을 끌고 간다”


ㆍ‘전국 혁신학교 졸업생 연대’ 학생들이 말하는 혁신학교의 강점

서울형 혁신학교가 2009년 처음 지정된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혁신학교를 다녔던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알리기 위해 2018년 3월 ‘전국 혁신학교 졸업생 연대’를 만들었다. 그해 4월부터 약 20차례 외부강연을 통해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각자가 다른 혁신학교를 졸업했지만 교육에 대한 생각은 동일했다. 혁신학교는 모든 학생을 끌고 가지만 일반학교는 공부 잘하는 소수만을 끌고 간다는 것이었다. 

‘전국 혁신학교 졸업생 연대’ 소속 학생들이 3월 25일 ><경향신문 > 본사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혜주, 길성은, 강채은씨. / 정지윤 기자

‘전국 혁신학교 졸업생 연대’ 소속 학생들이 3월 25일 <경향신문> 본사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혜주, 길성은, 강채은씨. / 정지윤 기자



<주간경향>은 지난 3월 25일 방혜주 대표(21·고려대 경영대)와 길성은(20·한신대 철학과), 강채은(21·연세대 체육교육학과)씨를 만나 혁신학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혁신학교 출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꺼리는’ 학부모들이 많다.

강채은(이하 ‘강’) “군산에 있는 혁신학교인 회현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등학교에 와보니 수업시간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엎드려 자고 있었다. 혁신중학교에서는 항상 교실이 시끌벅적했다. 조는 사람도 없었다. 선생님은 수업 전후로 아이들이 계속 학습하고 탐구하도록 자극을 줬다. 혁신학교를 다닌다고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배운 것을 못배우고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느꼈던 가장 큰 장점은 입시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내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혁신중학교를 다니고 일반고에 갔을 때 고교 3년을 남들보다 수월하게 견딜 수 있었다.” 

길성은(이하 ‘길’) “솔직히 중학교까지는 공부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혁신학교가 어떤 교육을 하는지도 모른 채 용인 흥덕고에 입학했다. 수업방식이 기존 교육과 달랐다. 책상도 ‘ㄷ’자 형태로 만들어놓고 계속 토론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교과수업에 따라 교실을 이동하는 ‘교과 교실제’를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교실 이동을 해야 하는데 종소리가 울리는 게 아니라 1분간 가요를 틀어줬다. 방송국 학생들이 선정한 음악을 트는 것이다. 교실을 이동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수업도 교과서 외에 선생님이 별도의 학습지를 나눠주셨다. 단순히 교과에 나오는 내용을 암기해 답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탐구할 수 있게 수업을 진행했다. 물론 3학년에 진학하니 1·2학년 때와 달리 수능특강 문제집 위주의 수업으로 돌아갔었다. 고3만 일반학교로 돌아간 것이다. 그래도 2년간의 경험이 내 진로 선택의 밑바탕을 일궈놓았다.”

방혜주(이하 ‘방’) “혁신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중학교 입학식을 하는데 교장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앞에 나와 같이 만세삼창을 하며 ‘우리 다 같이 잘해봅시다’라고 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자치활동에서도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과제를 던져줬다. 선생님은 학생 스스로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이끌고 조언해줬다. 학교 교칙 개정에도 학생의 참여를 유도했다. 축제를 준비하는 일만 해도 그렇다. 많은 시행착오를 직접 겪었지만 그 안에 배움이 있었다. 학교는 학생 스스로가 결정에 책임질 수 있도록 했다.” 

-혁신학교의 강점은 무엇이었나. 

“교육은 모든 학생들이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의미있는 경험을 해나갈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고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에서 떨어져 나갔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뒤처지고 소외됐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모든 학생이 한 번쯤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줬다. 수업시간에 한마디도 하지 않던 친구를 팀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세워 그 친구의 이야기를 ‘UC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영상’에 담은 경험도 있다. 그 경험이 모든 친구들이 교실에서 함께 어울리는 힘을 만들어줬다.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인 교실을 만들어갔다. 입시를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학습을 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교육이 오로지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나.” 

“혁신학교의 강점이자 가장 큰 차이는 모든 학생을 끌고 가려 한다는 것이고, 일반학교는 공부 잘하는 소수를 더 챙긴다는 점이다. 일반학교는 SKY에 몇 명을 보냈는지가 더 중요했다. 진학성적을 외부에 알리려면 공부 잘하는 학생을 좀 더 ‘케어’해야 하니 그 아이들 중심으로 학습이 진행됐다. 그 커리큘럼에서 낙오한 친구들은 소외됐다. 혁신학교는 학습이 부진한 학생까지 안고 가려고 했다. 학습이 부족한 친구들을 위한 반을 따로 만들어 별도의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와 학생 간의 교류가 일반학교보다 많다는 느낌이 든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많이 믿어줬다. 일단 ‘너희 스스로 한 번 해봐’라고 하고 지켜보고, 지지해주셨다.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을 연극으로 꾸며 무대에 올렸는데 희생자분들을 관객으로 초청하고, 이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학생인 우리가 그 일을 해냈다는 건 지금도 믿기 어려운 경험이다. 그런데 교과서 위주의 커리큘럼 속에서는 그런 경험을 학생 스스로 만들 수 없지 않나. 학생이 사업보고서를 작성해 예산을 받고, 그 안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일반학교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수업방식에 수행평가가 많아지니 아무래도 여학생들이 좀 더 유리한 평가를 받았다. 평가 비율에 대해 남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선생님이 중간점을 찾아 나가려 노력하셨다. 결정적으로 교장선생님이 수업연구와 행정업무를 완전히 분리하셨다. 행정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분을 추가로 뽑아 교사는 수업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선생님이 교실에 오래 계시니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가정불화나 폭력에 대한 상담도 해주시고,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돼주셨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입시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에서는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학벌 위주의 체계를 없애지 않는 한 계속되는 비판일 것 같다. 예전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고 한 친구가 ‘경쟁자가 줄었네’라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 사회가 괴물을 만들고 있다.”

“고교 재학 때 나는 누가 내 책상을 버려도 상관없을 정도로 물건을 하나도 놔두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 수업내용이 적힌 노트와 책 등이 자꾸 없어졌기 때문이다. 입시경쟁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와 경쟁자인 친구의 것을 훔치고 버렸다. 그때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누가 내 것을 훔쳐가서 슬프다기보다 나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거슬린다는 게 슬펐다. 그게 부모들이 원하는 학교의 모습일까.” 

“우리나라 입시가 문제라던 사람들이 정작 우리 애는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혁신교육이 너무 앞서가고 있으니 일반학교에서 하는 입시체제를 절반만 받아들여 반반씩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데, 그 자체가 웃기는 말이다. 일반학교에서 개선된 것이 혁신학교다. 그걸 다시 일반학교와 섞는 건 퇴행 아닌가.”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04011509561&code=115#csidx73c9eb6a70bb3f0bdd137d4241c9e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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