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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학교폭력 전문가가 없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1-12 (토) 11:56 조회 : 554
[학교폭력을 말하다]학교에는 학교폭력 전문가가 없다-학폭 전담교사직은 ‘기피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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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아 힘없는 기간제나 신입교사들이 떠맡아

올해로 4년차 교사인 A씨는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다. A씨는 2018년도 학교폭력 책임교사 업무를 맡아 왔다. 자원한 일은 아니었다. 그냥 아무도 떠맡지 않으려 미루고 미루다 경력이 낮은 데다 미혼여성인 자신에게 업무가 넘어왔다. A씨는 학교폭력사건 처리에 대한 사전교육이 전혀 돼 있지 않았다. 학년부장은 “그냥 직책만 달고 있으면 된다.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학교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학교폭력사건이 터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명확한 분이었다. 아이들은 크고 작은 사건을 전부 들고 왔다. 무엇이 학교폭력이고, 아닌지에 대한 기준도 잡기 어려웠다. 피해학생, 가해학생 할 것 없이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학년부장에게 물어봐도 “알아서 잘 처리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다들 남 일인 것처럼 모든 사건을 학폭위로 넘기라는 조언만 했다. 학폭위로 넘기는 데도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들었다. 밤 9시 넘어 퇴근하는 것이 일과가 됐다. 초과수당도 주지 않았다. A씨는 피해학생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욕설문자를 받다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A씨는 지난 2학기에 휴직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업무 괴로워하다 자살한 교사까지 

21년차 교사 B씨는 중학교 학생생활인권부장을 맡으며 학교폭력사건을 전담해 왔다. 그는 교사로서 가해·피해학생을 모두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학생 관리 소홀 및 학폭위 징계결정을 탓하는 학부모들의 질책과 항의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교장에게 보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표시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는 2학년 학생들이 상습적으로 1학년들에게 금품을 갈취한 학폭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일괄적으로 가해학생들에게 강제전학처분이 내려지자 심적 고통을 느꼈다. 또 학폭위 절차 진행과정에서 일부 학폭위원에게 제척사유가 있음에도 회의를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고 괴로워하다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2년여 소송 끝에 B씨의 자살과 가중한 학폭위 업무처리 스트레스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학교에는 학교폭력사건 처리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이다. 법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마련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들을 학폭위를 통해 해결하도록 지시하고 있지만 학교폭력 최전선에서 모든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모두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교내에서 책임있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중견교사들이 맡아줘야 할 학교폭력사건들이 힘없는 기간제 교사, 저경력의 여교사, 신규 유입교사들에게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가해 학생 부모로부터의 고소 

“학년 말이 되면 다음 연도에 누가 어떤 보직을 맡을 것인지를 논의하는데 학폭 전담 보직은 사실상 매번 마지막까지 미루고 미루다 힘없는 미혼교사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괜히 문제제기를 했다가 ‘그러면 선생님이 한 번 해보시겠어요?’라는 말이 나올까봐 다들 두려워하는 것이다. 어차피 그 일을 맡는다고 해서 승진이나 수당에 큰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매년 있는 일은 아니지만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 부모가 학교와 교사를 상대로 고소를 하는 바람에 경찰 조사를 받고 온 선생님도 있다. 공을 들여도 보람을 찾기 어려운 일이 학폭이다. 가해학생도 내 제자고, 피해학생도 내 제자인데 최선을 다해 가해자 처벌을 하면 교사가 보람을 느낄 것 같나. 아니다.”(경기도 C중학교 16년차 교사) 

그러나 정작 정책을 입안하는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은 이들의 사정에 깜깜하다. 현재 학교폭력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교사들의 근속연수나 정교사 여부도 확인한 적이 없다. 당연히 각 초·중·고교에서 누가 이 업무를 맡고 있는지 정부는 전혀 모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2월 26일 전화통화에서 “일부 기간제 교사나 저경력자에게 학폭업무를 몰아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면서도 “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경험이 많은 교사들이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태를 파악해버릴 경우 대안을 만들고 개선해야 하는데 교육당국이 내놓을 마땅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학폭 전담교사의 경우 학년 말에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승진 가산점이 기간제 교사의 경우 승진 대상이 되는 정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작 일을 한 기간제 교사에게 돌아가지 않고 ‘도움교사’가 몰아서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교육부는 전체 교원의 40%까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학폭 전담교사뿐만 아니라 책임교사를 도와 학폭업무를 일부 지원한 교사도 가산점 부여 대상이 된다. 대부분은 승진을 앞두고 가산점이 필요한 교사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교육부는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간제 교사에 승진 가산점 무용지물 

교육부 관계자는 “당연히 개선될 부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있지만 무조건 중견교사가 맡으라고 교육당국이 일괄적으로 지침을 내리는 것도 무리가 있고, 결국 학교 안에서 자체적으로 정리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에게 부여되는 가산점제도나 인센티브 강화 등의 방안 역시 논의는 있었지만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학폭 전담교사에게 부여하는 가산점 외에 각종 가산점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있는 데다 수당을 늘리는 문제도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형평성을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부 자체적으로 방안을 내 일괄 시행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교내에서 해결해야 할 학폭문제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6~2018년 9월 기간 동안 서울시내 초·중·고교 학교폭력 소송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2년 9개월 동안 소송으로 간 학폭사건은 9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6년 23건, 2017년 37년, 2018년 9월까지 31건이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 중 가해학생 측이 제기한 소송은 전체의 97.8%인 89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처벌의 수위가 부당하거나 처벌사안이 아니라고 다투는 것이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대로 모든 사안을 처리한다면 아이들 간의 소소한 다툼마저도 학폭위로 넘겨야 하고, 이를 교육적으로 지도하려는 교사에게도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교사의 교육적 지도마저도 불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그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학폭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교육당국이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사안만 8000여건 다룬 이정엽 행정사 “학폭위로 곧바로 가지 않고, 숙려제 만들어야” 



학교폭력 문제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는 누구도 교사와 학교에게 전권을 주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가해학생이든 피해학생이든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려 하는 교사가 없다는 데 있다.

이정엽 행정사는 “가해자 재심·피해자 재심을 따로 처리하는 복잡한 시스템과 처분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함, 교사와 학교장에게 사전종결권을 주지 않는 구조가 결국 학교폭력을 법정분쟁으로 끌고 가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행정사가 2012년부터 처리한 학교폭력 사안만 8000여건, 초기 접수부터 종결까지 처리한 사건만 2400건에 달한다.

학교폭력 사건을 많이 접하면서 느꼈을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일단 신고하면 무조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린다. 담임 종결이나 학교장 종결이 안 된다. 신고를 했다가 화해를 했으니 종결하자는 것도 안 된다. 신고한 피해자가 임의적으로 ‘나 신고 안 하겠다’고 했더라도 취하제도가 없다. 교육부 사안 처리지침에는 종결 요건이 세 가지로만 규정돼 있다. 첫 번째가 신체적·정신적·재산적 피해증거가 없고 화해했을 경우이고, 두 번째가 오인신고, 세 번째는 조사결과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 세 가지 항목에만 들어가면 학폭위까지 가지 않고 사전종결이 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사안을 판단하는 기준이 학교마다 다르다. 피해자가 오인신고였다고 주장해도 학교가 봤을 때 학폭이면 그냥 학폭위가 열린다.” 

실무에서 봤을 때 해결책이 있어 보이나. 

“곧바로 학폭위로 가지 않고, 숙려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단 한 번 숨고르기 식으로 끊어주는 거다. 그 사이에 화해가 되거나 원만하게 처리가 되면 학폭위까지 가지 않고 자체 종결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가 되지 않으면 학폭위로 가는 게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누가 봐도 경미하지 않은 사건, 예를 들어 전치 몇 주가 나오는 부상사고나 사망사고와 같은 것들은 숙려제로 가선 안 된다.” 

너무 어려운 문제 같다. 그리고 학폭위 개시 이후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경우의 수가 몇십 가지가 나온다. 절차가 복잡하고, 구조 자체도 복잡하다보니 교사들도 모르고, 하다못해 학폭에 참여하는 위원들도 그 절차를 정확하게 모른다. 학폭위 다음 절차가 복잡한 것은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피해자 재심은 시·도 지역위원회에서 열리고, 가해자 재심은 시·도교육청에서 열린다. 같은 사안을 놓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재심하는 기구가 다르다. 두 기구의 결론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해재심에서 처분취소가 됐는데 피해재심에서 가해학생에 대해 더 엄한 처벌이 나올 때가 있다. 재심 결과가 달라졌을 때 결국은 또다시 행정심판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재심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재심에서 얻은 이득이 없는 거다. 어떤 해석이 맞는지 보려면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가거나 소송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반사이득은 누가 받나. 나 같은 행정사와 변호사가 보는 거다. 

재심 역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인가. 

“재심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나. 이게 왜 기각이고, 인용인지 이유를 재심 청구자에게 알려주질 않는다. 서울·경기 지역은 재심처분 이유에 대한 문구가 고정돼 있다. 거의 비슷한 포맷이다. <사건 경위와 내용,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관계, 피해학생의 피해정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 볼 때 위 처분은 적절하다고 판단되므로 재심청구를 기각한다/부적절하다 판단되므로 재심청구를 인용한다>라고 쓴다. 그러면 피해자 부모든 가해자 부모든 재심 결과가 납득이 안 된다. ‘왜’가 빠져 있으니 아무도 납득을 못한다. 하다못해 판결문에 적시되는 처분 이유의 절반만 적어줘도 납득을 한다. 그런데 재심 이유가 너무 불친절하다. 그러면 이유를 찾으려고 행심이든 소송이든 가는 거다.” 

가해재심이든 피해재심이든 단일화하고, 이유 적시가 충분해야 하겠다.

“그러려면 학폭위에서 처벌되는 사건 수가 적어져야 한다. 그래서 전단계로 숙려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의 4분의 1 정도인 경미한 수준의 것은 숙려제로 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건의 절대수를 줄여야 된다. 무리하게 모든 사건을 학폭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정말 심각한 상황을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행정사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줄어들 수 있는 이야기다. 

“일거리가 줄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들이나 사회적으로 봤을 때 이게 과연 옳은지를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재심에 이유를 쓴다고 불복률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왜 불복이 많은지 아나. 너무 세게 나오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사례 외에 일반적 사례를 봐야 한다. 현장에서는 한 대만 때려도 강제전학이고, 지나가다가 처다봐도 전학이다. 그러면 불복재심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는 가해·피해사건을 모두 맡아왔다. 나는 잘못했지만 벌을 안 받겠다는 학생은 1000명 중 한 명이다. 행위에 비해 처벌이 과하게 나오니까 그걸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오는 것이다. 1000명 중 한 명을 기준으로 잡으면 나머지 999명이 피해를 보게 된다. 학폭법은 절대 한 대만 때려도 가혹하게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교육과 선도의 법이다. 징벌 위주의 법이 아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812311300031&code=115#csidxa045399caf967909e01c847fd9c6b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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