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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칼럼] 민주주의의 성패는 교실에서 갈린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2-01-06 (목) 08:50 조회 : 467
교실에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나라는 결코 기품 있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제부터 우리 교실에서도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교육을 지양하고, 학생에 대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며,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복원해야 한다.
한국 교육의 ‘영혼’인 경쟁 이데올로기는 파시즘의 이데올로기를 닮았다. 한국의 교실은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는가, 아니면 잠재적 파시스트를 기르는가. 일러스트 장은영
한국 교육의 ‘영혼’인 경쟁 이데올로기는 파시즘의 이데올로기를 닮았다. 한국의 교실은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는가, 아니면 잠재적 파시스트를 기르는가. 일러스트 장은영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민주주의가 결판나는 곳은 투표장이 아니라 교실이다. 교실은 민주주의의 훈련장이기에 한 나라가 성취한 민주주의의 수준은 교실에서 결정된다. 우리가 위대한 광장 민주주의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숙한 민주사회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교실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불평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불공정’은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차별’은 사회적 약자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먼저 위기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최악의 불평등, 불공정, 차별은 바로 한국 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평등은 경제 민주화의 부재에 근본 원인이 있고, 불공정은 사회 민주화의 결함에서 기원하며, 차별과 혐오는 문화 민주화의 결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사회, 경제, 문화 민주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이 불공정, 불평등, 차별과 혐오의 사회를 만든 주범인 것이다.

“민주주의에 ‘반’하는 파시즘보다 민주주의 ‘속’에서의 파시즘이 더 위험하다.”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1960년대 독일 사회에 팽배한 ‘일상의 파시즘’을 비판하며 던진 이 말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한국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파시즘’의 시대는 독재자 전두환과 노태우의 죽음과 함께 최종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민주주의 속에서의 파시즘’은 여전히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쟁주의, 우열의식, 강자 동일시, 약자 혐오, 동조 습성, 폭력성, 공격성, 흑백논리 등 권위주의적 성격으로 드러나는 ‘일상의 파시즘’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기세를 떨치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 속에서의 파시즘’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세를 넓히는 현상은 무엇보다도 잘못된 교육에 근본 원인이 있다. 한국의 교실은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는가, 아니면 잠재적 파시스트를 기르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교육이 기른 ‘전교 1등들’이 보인 최근의 행태만 둘러보아도 충분하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으로 요청된 공공병원 확장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의사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에 관여한 판사들에게 계속 무죄판결을 내리는 판사들, 피의자로부터 향응을 대접받은 검사들에게 불기소 처분으로 일관하는 검사들 ― 이들이 모두 한국 교육이 키운 최고의 모범생이었다는 사실은 한국 교육이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오만한 엘리트, 일상적 파시스트를 길러냈음을 증언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거기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교육의 ‘영혼’인 경쟁 이데올로기가 깊은 의미에서 파시즘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나치즘을 보라. 그들은 이 세계를 ‘거대한 경쟁이 벌어지는 정글’로 보았고, 그 정글에서는 적자생존, 자연도태, 약육강식이라는 다윈의 법칙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강자가 약자를,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경쟁 이데올로기에는 이처럼 파시즘의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둘째, 학생을 ‘정치적 미숙아’로 보기 때문이다. 한때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기수였던 (중고등)학생들이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치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평가절하되었다. 셋째, 교사들이 ‘정치적 금치산자’ 취급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정치적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파시즘적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정치적 미숙아’가 ‘정치적 금치산자’에게 교육을 받는 교실에서 어떻게 성숙한 민주시민이 자라날 수 있겠는가.

최근 중요한 정치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제 18살 고등학생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10대 국회의원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이제 ‘선진국’ 시민으로서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10대는 더 이상 정치적 미숙아가 아니며, 교사는 더 이상 정치적 금치산자가 아니다. 이제 우리 교실도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는 묘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불공정, 불평등, 차별·혐오의 문제를 풀 수 있다.

교실에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나라는 결코 기품 있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제부터 우리 교실에서도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교육을 지양하고,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며,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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