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래 
군산대학교 역사철학부 교수

요즘 대학가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 결과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다. 이곳저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가 결과와 무관하게 몇 년 뒤 또다시 대학의 명운이 걸린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져 여러 목소리가 제기되는 듯하다. 대학의 다양한 목소리에 대한 교육부의 선택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주도의 대학평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십수년간 진행된 대학가의 구조개혁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학가만 어수선한 풍경이 연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한 의제는 이해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넘어 전 국민적 관심사다. 사회적 난제인 만큼 이 문제는 해를 넘겨 국가교육회의 산하의 공론화위원회로 넘어간 상태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두고 엇갈리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듯 교육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여러 의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난맥상을 보인다. 더욱이 문제의 꼭짓점에 대학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의 사회적 비중과 역할을 새삼 절감한다. 도전과 창의의 공간이어야 할 대학의 역할을 생각하며, 대학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 중에서 몇 해 전부터 불거진 ‘학력 저하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의 학력 저하 현상은 비단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이 문제가 불거져 각 대학에서는 다양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했다. 입학 전 프로그램, 튜터링 프로그램 등 신입생의 학력 저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학의 다양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만큼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서울의 한 명문대학에서는 이른바 ‘물알못’, 다시 말해 물리를 알지 못하는 공대생이 신입생의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이 학생들이 기초 과목에 해당하는 ‘대학 물리학’ 과목 이수에 어려움을 겪자, 고교 수준으로 쉽게 가르치는 과목을 개설해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런 극약 처방이 필요한 대학이 이 대학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속 시원히 드러내놓고 이 문제를 얘기하지 않지만, 대부분 대학들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게 오늘의 대학이다. 서울의 모 대학에서 내린 처방이 수능 선택과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여러 대학들은 이 문제뿐만 아니라, 이른바 주요 과목인 수학과 영어 등을 포기하고 진학한 적지 않은 신입생과 이로 인해 전공수업 이수에 곤란을 겪는 재학생이 점증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교육과정 설계 및 운용의 문제, 선택형 수능의 부작용 등을 손꼽을 수 있다. 또 교육의 내실을 다지기 보다, 대학 진학만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방치하기에는 우리에게 당면한 교육적 과제가 녹록하지 않다. 이미 우리 곁에는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들이 속속 다가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선도할 창의적 인재의 양성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가 당면한 교육문제는 요즘 이슈가 되는 대학구조개혁이나 대입제도의 개편에만 있지 않다. 이제라도 엄중하게 교육현장이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를 드러내놓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대학 구조개혁을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 사회적 불만이 적은 대입제도로의 개편 등 거창한(?) 의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육의 내실을 갖춰 성적이 좋은 인재가 아니라, 실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생각이 드는 여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