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지은이 브래디 미카코]
동양·서양인 부모 둔 아들의 영국 중학교 생활 관찰기
인종·계급 차별의 모순 직시하며 ‘다양성’의 희망 찾기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쓴 브래디 미카코. 사진 신쵸샤 제공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쓴 브래디 미카코. 사진 신쵸샤 제공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다다서재·1만4000원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섹스 피스톨스가 좋아서” 무작정 영국에 건너갔다. 아일랜드 남자를 파트너로 맞아 런던 남부 ‘브라이튼’에서 살고 있다. 가난한 동네 탁아소에서 보육사로 일했다. 밑바닥 계층 아이들을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경계인의 사려깊은 시선으로 빈곤과 계급의 문제를 직시한 작품들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브래디 미카코(54). 이제 그는 일본에서 수십만부가 팔리는 책을 쓰는 스타 작가다. 지난해 11월 <아이들의 계급투쟁>(사계절)로 처음 한국 독자들을 만난 미카코의 두번째 우리말 번역서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다다서재)가 나왔다. 신간 출간에 맞춰 저자를 이메일로 만났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책 제목은 중학교 1학년이 된 그의 11살 아들이 일기에 적은 메모에서 따왔다. ‘점잖은’ 아이들이 다니는 가톨릭계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의 산실인 가톨릭계 중학교로 진학할 듯했던 아들은,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동네 중학교’를 선택한다. 교사들의 열정으로 최근 학교 랭킹 순위(영국에선 학생 성적·예산 등의 정보를 합산해 공표한다)에서 껑충 뛰어올랐다고는 하나 본래 백인 노동자 계급의 아이들이 다니는, 즉 ‘밑바닥 중학교’였다. 부유하거나 계급 상승의 열정이 강한 ‘유색인 학부모’가 많은 엘리트 중학교와 달리, ‘화이트 트래시’(하층계급 백인들을 일컫는 모욕적 표현)로 경멸받는 부모의 자식들이 대다수. ‘옐로’와 ‘화이트’가 섞였음에도 새 학교에 잘 적응하는 줄 알았던 아들이 ‘우울하다’(블루)고 쓴 걸 보면서 브래디 미카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들의 학교 생활은 계급과 인종의 모순, 그럼에도 시민들의 선의와 희망이 깃든 영국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브래디 미카코가 사는 영국 런던 남부의 도시 브라이턴 풍경. CC BY 2.0 Stephane Goldstein
브래디 미카코가 사는 영국 런던 남부의 도시 브라이턴 풍경. CC BY 2.0 Stephane Goldstein

브래디 미카코는 자신이 계급·인종 차별과 사회 다양성 문제에 본격적으로 눈뜬 계기를 보육사 경험에서 찾는다. “일본 신문사의 런던 주재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고 정치·사회 기사 번역도 많이 해서 거시적인 기사에서 실업률 증가, 아동 빈곤 상승 통계 수치를 보면 현재 경제 상황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탁아소에서 일하면서 내가 실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장기실업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 빈곤 가정의 아이가 돈 외에도 얼마나 많은 핸디캡을 안고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 모두를 써야 한다며 ‘원근감’을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아들과의 대화를 곱씹으며 영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데서 빛난다. 가령 가장 가난한 ‘공영단지 아파트촌’에 사는 친구 ‘팀’ 이야기. 선생님이 여름방학 때 뭘 했냐고 물었더니 “내내 배가 고팠어요”라고 답한 아이다. 팀이 어느날 매점에서 간식을 훔치다가 들키자, 반 아이들은 ‘가난뱅이 도둑놈’이라고 욕하며 폭력을 휘두른다. “한 명 한 명은 좋은 애들인데 다들 갑자기 변했다”며 충격받은 아들을 향해 미카코는 답한다. “자신만이 정의라고 집단으로 믿어버리면, 인간은 미쳐버리거든.”

언젠가부터 아들은 부유한 헝가리 이민자 아들 ‘대니얼’과 빈곤 백인 팀 사이에서 삼각관계에 놓이게 된다. “다양성 때문에 왜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거야?”(아들) “원래 다양성은 매사 번거롭고 싸움이나 충돌이 끊이지 않는 법이야.”(미카코) “편하지도 않은데 왜 다양성이 좋다고 하는 거야?” “편하려고만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되니까. 다양성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어렵고 귀찮지만 무지를 없애기 때문에 좋은 거라고 엄마는 생각해.”

미카코는 인터뷰에서 다양성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영국에서 겪은 ‘큰일’(인종 차별 등을 가리킴)은 역으로 말하자면 그 큰일을 겪어야 비로소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각양각색의 사람과 귀찮은 일도 겪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훨씬 재미있어요. 무지한 채로 머문다면 편하겠지만 가슴 뛰는 경험은 할 수 없겠지요. 저는 가슴 두근두근한 일을 만나기 위해 노력합니다.”

브라이턴의 주택가 풍경. CC BY-SA 2.0 garghe
브라이턴의 주택가 풍경. CC BY-SA 2.0 garghe

이번 책에서 인상적인 점은 영국 학교의 ‘엠퍼시’(empathy·감정이입) 교육이었다. 아들은 엠퍼시의 정의를 쓰라는 시험 문제에서 “스스로 남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라고 썼다. 미카코는 한발 더 나아가 말한다. 흔히 ‘심퍼시’(sympathy)와 ‘엠퍼시’가 혼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론 다른 거라고. 심퍼시는 동정·공감하는 ‘감정’ 또는 ‘행위’이지만 엠퍼시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려는 노력, 즉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따돌림과 배제가 심화되는 사회일수록 엠퍼시 ‘교육’이 절실하다. “일본은 ‘시험과목’에만 중점을 두기 때문에 정서적 문해력(emotional literacy)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요.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나 보호자도 엠퍼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요.”

미카코는 <아이들의 계급정치>에서 보수당의 긴축정책으로 하층계급의 삶이 거덜나는 것을 보면서 “땅바닥에 정치가 굴러다니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번 책에선 보수당의 쥐어짜기 정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궁핍해진 빈곤 청소년들이 중산층 젊은이들에게 마약을 대주는 ‘운반책’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말한다. “밑바닥의 재분배는 피로 얼룩져 있다. 이 풀뿌리의 재분배에서 피를 흘리는 쪽은 언제나 가난한 청년이며 아이들이다.”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지난해말 총선에서도 보수당이 대승을 거뒀다. ‘반긴축주의자’로서 “좌파세력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미카코로선 실망스러웠을 법하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들네 학교에서도 투표일날 ‘스쿨 총선거’(모의투표)를 했어요. 그 투표에 앞서 2주 동안 시티즌십 에듀케이션 수업 시간에 교사와 함께 각 정당의 정책 자료를 읽었고요. 실제 총선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어요. ‘스쿨 총선거’에선 노동당이 압승했다고 합니다.”

■ 다음은 브래디 미카코와의 인터뷰 전문. 번역은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우리말로 옮긴 김영현씨가 맡았다.

-작가님의 ‘계급정치 ’에 대한 생각이 싹튼 것은 어떤 계기입니까 ? 탁아소 보육사 생활이 계급에 대한 생각에 가장 깊은 영향을 끼친 것일까요 ? 어떻게 그처럼 “거시적인 것 ”과 “미시적인 것 ”을 함께 생각하실 수 있었나요 ?

예전에 일본 신문사의 런던 주재원 사무실에서 일한 적이 있기도 하고, 프리랜서 번역가 시절에는 투자자들을 위해 정치사회 정세분석을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 그 덕에 정치에 대한 거시적인 기사는 곧잘 읽는 편이었지요 . 거시적인 기사에서 ‘실업률 ○○ % 증가 ’ ‘아동 빈곤이 ○○ %P 상승 ’ 같은 문구를 읽으면 현재 경제 상황을 알게 된 것 같지 않습니까 ? 저도 그랬습니다 . 하지만 『아이들의 계급투쟁 』에 등장하는 탁아소에서 일하게 된 뒤 , ‘실업률 증가 ’나 ‘아동 빈곤 ’ 같은 것에 대해 실은 제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장기실업이 사람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놓는지 , 빈곤 가정의 아이가 돈 외에도 얼마나 많은 점에서 핸디캡을 안고 있는지 등을 알게 되었지요 . 그래서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을 모두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미시적인 것만을 문학적으로 쓰면 읽는 이를 감동시킬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 그 때문에 저는 미시적인 것만 있어도 , 거시적인 것만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의도적으로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을 모두 쓰려고 하지요 . 이렇게 보니 사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테마는 ‘원근감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관통하는 주제는 ‘다양성 ’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가님께선 다양성이 좀 불편한 것이라고 (너무 복잡하니까 ) 말씀하시면서도 “편하려고만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되니까 ” “다문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건 해파리들이 둥실 떠 있는 바다를 헤엄치는 것과 같다 ”고 하셨습니다 . 물론 작가님께서 영국에 와서 겪은 많은 인종 차별 경험이 있겠지만 , 전 작가님 내면에서 본래 좀더 심층적인 다양성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 그것은 어떻게 싹튼 걸까요 ? 일본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였을까요 ,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욕구였을까요 ? ‘공부 ’로서 얻은 교훈이었을까요 ? 무엇이 작가님을 불편하더라도 무지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게 만들었을까요 ?

어디든 다양성이 있는 곳을 좋아합니다 . ‘갈망 ’이라고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 저는 계속 같은 일을 하거나 , 계속 같은 장소에 머물면 잘 질리는 편입니다 . 확실히 일본에 있던 시절에는 흐리멍덩하게 정체되어 있었다고 할까요 , 지루해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 다만 영국에 와보니 이쪽은 이쪽대로 이런저런 일들이 노골적으로 들이닥쳐 큰일이었지만요 . 하지만 영국에서 겪은 ‘큰일 ’은 , 역으로 그 큰일을 겪어야 비로소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게다가 다양한 나라의 각양각색 사람들과 귀찮은 일도 겪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게 훨씬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재미있습니다 . 무지 ( 無知 )한 채로 머문다면 편하겠지만 , 가슴 뛰는 경험은 할 수 없겠지요 . 저는 가슴이 두근두근한 일을 만나기 위해 노력합니다 .

-본래 아드님과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하시나요 ? 작가님의 양육법이 많은 부모들에게 영감을 주면 좋겠습니다 . 어떻게 그토록 속이 깊고 올바른 (정치적인 올바름뿐 아니라 empathy 차원에서 올바른 ) 아드님을 기를 수 있었습니까 ?

사실 제가 아들을 키웠다고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키워주셨지요. 예컨대 <아이들의 계급투쟁>에 등장하는 탁아소에서는 제가 보육사 수습을 하는 동안 줄곧 제 상사인 애니가 다른 방에서 제 아들을 돌봐주었습니다. 또한 지금도 절친한 친구인 당시 어린이집 동료들 역시 아이의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교회의 신부님도 마찬가지겠지요. 제 아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한 것은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르쳐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공교육에 대한 작가님의 설명을 들어보면 , 시티즌 에듀케이션이나 라이프 스킬 교육 같은 점을 볼 때 매우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작가님이 보시기에 영국 사회의 장점 (가령 민주주의 교육 또는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선의 )과 단점 (갈수록 사회가 양분화 , 극단화되는 경향 )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시티즌십 에듀케이션은 노동당 정권인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에 도입한 것입니다 . ‘민주주의 ’를 뿌리내리기 위해 중학교 커리큘럼에 도입한 과목입니다. 이러한 교육이 일본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들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지요 . 시티즌십 에듀케이션 같은 과목을 도입하는 것은 분명 영국의 큰 장점입니다. 그런 반면에 매우 차별적인 사람들이 있거나 , (특히 최근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 차별이 어렵지 않게 폭력으로 발전하는 것은 단점이겠지요 .

-일본과 한국 모두 점차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하는 풍조 ”“자신만이 정의라고 집단으로 믿는 분위기 ”가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 작가님 역시 영국에 대해서 그런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셨는데요 ,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계급의 고착화가 사회를 우울하고 활기없게 만든다는 지적을 하셨는데요 , 그 계급의 고착화가 문제인 걸까요 ? 아니면 다른 이유 (정치 프로파간다 등 ) 때문일까요?

저는 정치보다 인터넷, 특히 SNS가 계급의 고착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 SNS를 그만두기만 해도 사람은 훨씬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인류에게 SNS는 아직 좀 일렀던 것이 아닐까요 . (역자 주ᅳ: 실제 브래디 미카코는 어떠한 SNS 계정도 운영하지 않으며 예전부터 써온 블로그만 있고, 그 블로그 역시 댓글 기능이 없다)

-책에 나온 여러 에피소드 중 동화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 동화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수컷 펭귄 두 마리가 사랑에 빠져 겪는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사실 동양의 여러 나라에선 LGBTQ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습니다 . 우리는 성적 정체성 , 성적 지향성의 다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는 이미 영국에서 고전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 보육원에서 같이 일했던 보육사가 자기도 어린 시절 읽었다고 말했을 정도지요 . 다만 책에 썼듯이 영국에서도 1980년대에는 동성애자 차별이 극심했습니다 . 당사자들이 치열하게 투쟁해서 권리를 쟁취해냈지요 . 다시 말해 시간이 필요합니다 . 성적 정체성 , 성적 지향성의 다양화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 장기적 관점에서 LGBTQ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해야 할 것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도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겠습니다 .

-작가님께선 사회와 정치가 퇴행하고 있다고 느끼시면서도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습니다 . “아이들이야말로 영국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바라보며 냉정히 받아들이고 그런 현실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 하셨습니다 . 과연 , 아이들에게서 그런 희망과 변화의 기운을 느끼시는지요 ?

희망과 변화의 기운은 늘 느끼고 있습니다. 제 아들뿐 아니라 그의 친구들에게서도 느끼고 있지요 . 2019년 12월 영국에서는 총선거가 있었습니다 . 보수당이 대승을 거뒀지요 . 아들네 학교에서도 투표일에 ‘스쿨 총선거 ’를 했습니다 . 모의투표지요 . 그 투표에 앞서 2주 동안은 시티즌십 에듀케이션 수업 시간에 교사와 함께 각 정당의 정책 자료를 읽었고요 . ‘스쿨 총선거 ’의 결과는 , 노동당이 압승했다고 합니다 .

-작가님은 <아이들의 계급투쟁 >에서 “땅바닥에 정치가 굴러다니고 있다 ”고 표현하셨습니다 . 영국은 정권에 따라 극단적인 변화를 겪는 사회입니다 . 보수당의 긴축정책에 대해서 “재정이 줄어들면 사람들의 마음까지 작아진다 ”고도 지적하셨는데요 , 어찌보면 , 일본은 정권교체의 경험이 매우 적고 , 한국은 정권교체의 효능감이 떨어지는 사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 ’란 무엇일까요 ?

경제적 격차 확대, 빈곤 증가 등이 사회에 불안함을 가중시키는 것은 현재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저는 우선 긴축재정을 종식하고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제가 줄곧 이야기한 ‘반긴축 ’이지요 . 그처럼 정치가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좌파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

-브렉시트를 겪으며 작가님은 영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느끼십니까 ?

1월 말에 영국이 EU를 이탈했지만 , 진정한 의미에서 EU와 통상 교섭은 이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그러니 아직은 브렉시트를 ‘겪었다 ’고 말할 단계는 아닌 듯하고 , 앞으로도 점점 더 변할 것 같습니다 .

-작가님은 아이들이 친구들을 배제하고 무시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데 민감한 시선을 지니고 있습니다 . 그러나 한국은 점점 ‘왕따 ’(이지메 ) 문제가 온라인 /오프라인 양쪽에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할까요 ?

이 책에도 썼지만 교육기관에서 ‘엠퍼시 ’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합니다 . ‘엠퍼시 ’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겠지요 . 일본을 예로 들면 , 이른바 ‘시험 과목 ’에만 중점을 두기 때문에 정서적 문해력 (emotional literacy)를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교육 과정에 없습니다 . 저는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도 보호자도 함께 엠퍼시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이나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좀 포괄적인 질문이지만, 계속 궁금했기 때문에 여쭤봅니다 . 작가님은 어떻게 책에서 표현된 ‘이처럼 많은 것 ’들을 포착할 수 있습니까? 늘 책을 읽기 때문인가요 ? 현장을 늘 관찰하고 기록하시나요 ?

이처럼 많은 것 ’이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에서 느끼는 것 ’을 가리킨다면 , 그때그때 제 인상에 남은 것이겠습니다 . 저는 제 인상에 남아서 잊지 못하는 일들을 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을 ‘늘 ’ 읽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 그래도 많이 읽는 편이겠네요 . 현장을 관찰하고 기록하지는 않습니다 . 그렇게 의식적으로 펜과 노트를 들고 다니지는 않으니까요 . 아마 제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와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하기 때문 아닐까요 . 요즘도 ‘뭐지 ?’ 하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그만큼 제 기억에 깊게 남는 일들이 많습니다 . 영국에서 23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영국을 바라볼 때가 있으니까요 .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여쭤봅니다 . 작가님은 언제 글을 쓰시나요 ?

- 지금은 보육사를 본업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하루 종일 글을 씁니다. 솔직히 너무 많이 써서 좀 줄이고 싶을 정도예요 .

(역자 주ᅳᅳ: 지난해말 기준으로 브래디 미카코는 일본의 6개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했다. 당시 인터뷰에서도 매일매일 마감에 쫓기며 살아가고 말한 바 있다)

-“섹스 피스톨즈가 좋아서” 그냥 영국에 가셨다고 했는데요, 음악칼럼니스트로서도 활동하신 적이 있고요. 작가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글쓰기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 제 모든 감각을 음악이 빼앗아가서 문장이 이상해지더라고요 . 최근에는 워낙 써야 할 글이 많아서 음악을 들을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 그래서 제가 일을 줄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