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융의 영혼의 지도
머리 스타인 지음, 김창한 옮김/문예출판사·1만7000원

비티에스(BTS)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7명 청년들을 ‘방탄소년단’으로 부르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세계인들이 이들을 ‘BTS’라고 부르고 있고, BTS는 케이팝 가수를 넘어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와 비교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단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비틀스’와 ‘BTS’를 비교하지는 않을 터. BTS는 스타디움 공연의 시초로 불리는 비틀스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능가하는 월드 스타디움 투어 공연을 시작했고,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BTS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과정을 지켜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발견되는데, 이들이 가는 길마다 앞서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 팬덤 ‘아미’(ARMY)가 있다는 점이다. 아미는 기존 아이돌 팬덤과 차별되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팬덤 내부에서 활발히 정보를 공유할 뿐 아니라, 팬덤 외부 세계로도 BTS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세계관을 열성적으로 알린다. 자발적으로 BTS 관련 콘텐츠를 외국어로 번역해 해외 팬들에게 전달하고, 기부나 자선활동을 통해 BTS의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지난 4월 발매된 BTS의 새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의 인트로는 이렇게 시작된다. BTS는 이번 앨범을 통해 멤버들이 자아 성찰을 위해 항해를 해 나가는 과정을 주제로 담았다. 이전에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앨범에서 전 세계 젊은이들을 향해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주문을 했다면, 이번 새 앨범 <맵 오브 더 소울>에서는 ‘자기 자신을 찾아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선사한다. BTS에게 ‘자아 찾기’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 이번 앨범이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 이론서인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책은 ‘BTS 추천도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융의 영혼의 지도>는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미국 아마존에서도 심리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저자인 머리 스타인 박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융의 영혼의 지도>는 융의 분석 심리학 이론을 입체(3D) 지도 제작 과정에 빗대어 설명한 내용으로, 2015년 8월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된 후 사실상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BTS 소속사가 지난해 12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새 앨범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권장도서로 이 책을 언급하면서 아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입소문으로 차트 역주행을 했고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갔다. BTS는 과거에도 앨범을 발매하면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추천하는 등, 대중들과 책으로 소통하는 것을 즐기고 있고, 이런 소통 방식은 출판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