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
신현호 지음/한겨레출판·1만5000원

①아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더 높으면 이혼율이 높아진다. ②읽진 않더라도 주변에 책이 많으면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한다. ③가게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면 할인해주는 것보다 플라스틱 봉지에 돈을 물리는 게 더 효과적인 환경정책이다. ④돈이 있으면 무죄 받을 확률이 더 늘어난다. ⑤담뱃세가 올라가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건강이 더 개선된다.

당신은 이중 몇가지가 ‘진짜’라고 생각하는가? “학계·기업·정부를 넘나들며 20년 넘게 데이터 분석으로 의식주를 해결한 남자”라는 소개가 딱 들어맞는 사람, 신현호씨는 흔히 ‘감으로 때려맞추는’ 사안에 대해 그는 ‘과연 그럴까?’라고 의심한다. 그리고 갖가지 실험과 연구 논문 속에 존재하는 데이터와 차트를 들이민다. 사람들의 통념 중엔 데이터로 입증되는 것도 있고 어리석은 믿음으로 판명되는 것도 있다.

①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자신의 소득을 과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편보다 아내가 돈을 잘 벌면 이혼 위험이 커지는 것은 옛날 얘기다. 1990년대부터 그런 경향이 사라졌다는 게 미국 연구자들의 결론이다(한국은 이 주제와 관련한 통계가 아직 없다). ②보지도 않으면서 책장을 가득 채워놓는 것은 지적 허영이긴 하지만, 청소년기에 책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 학습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③일반적으로 ‘포지티브’가 ‘네거티브’보다 더 장려되나, 사람들은 ‘할인이 주는 기쁨’보다는 ‘추가 납부가 주는 고통’에 훨씬 민감하다. 환경을 위해서라면 텀블러를 쓰는 사람에게 커피 값을 깎아주지 말고, 일회용 컵을 쓰면 돈을 더 내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④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세상을 비관한 지강헌의 절규에 데이터가 응답한다. 재벌은 낮은 형량을 선고받고, 보석금을 낼 여력이 없으면 유죄 비율이 높아진다. ⑤담뱃세 인상은 서민들의 기호품을 박탈한다는 주장도 맞다.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흡연율 저하 효과는 저소득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담뱃세 인상은 저소득층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

결국,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드는 ‘확증편향’ 시대를 헤쳐나가는 1차 무기는 합리적 의심과 정확한 정보 수집일 것이다. 이 책은 무기 벼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