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제재 매년 5건 이하 유지’ 조건
TV조선, 재승인 심사 통과했지만
올해 1건 더 추가땐 취소조건 해당
채널A도 1건에 추가 2건 회부 상태

판결까진 ‘제재 건수’ 포함 안돼 구멍
“선거방송 솜방망이 심의 등 개선 필요”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재승인 심사에서 ‘공적 책임’을 둘러싼 격론 끝에 ‘법정제재 매년 5건 이하 유지’ 등의 조건으로 통과한 종합편성채널 <티브이(TV)조선>이 객관성 위반 조항에 해당하는 법정제재 건수가 올해에만 벌써 5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건만 더 추가되면 ‘조건 위반’으로 재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만, 방송사는 재심과 행정소송 등의 시간 끌기로 재승인 조건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모양새다. 취재윤리 위반과 검언 유착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채널에이(A)>도 객관성 위반 조항의 법정제재가 현재 1건이고 전체회의에 추가로 2건이 회부된 상태다. 이에 따라 재승인 권한을 쥔 방통위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 재심, 행정소송 등으로 시간 끌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조선일보>의 오보를 받아쓴 티브이조선 ‘뉴스특보’(3월9일 방송분)에 대해 심의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확정했다. 이 방송은 올해 1월 ‘보도본부 핫라인’(2019년 8월20일 방송분)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을 다루며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한번도 시험을 봐서 들어간 적은 없습니다”라고 허위 사실을 발언해 ‘주의’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3월에 법정제재 3건이 추가됐다. 티브이조선은 ‘단독’을 붙였던 2~3월 제재 3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방심위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티브이조선은 다섯번째인 이번 건도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행정처분 권한이 방통위에 있어 절차가 복잡하다는 데 있다. 방심위는 25일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다섯번째 의결을 확정한 뒤 방통위에 송부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해당 내용을 받으면 사업자에게 통보하게 된다. 방송사는 이를 확인한 뒤 재심 청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방송사는 재심을 청구하면서 행정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티브이조선은 지금까지도 소송으로 법정제재에 맞서왔다. 법원 판결까지 ‘법정제재 건수’를 헤아릴 때 제외되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행정처분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방통위 관계자는 “티브이조선의 법정제재가 5건을 넘으면 어떻게 할지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달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티브이조선에 조건 11개와 권고사항 8개를, 채널에이엔 조건 13개와 권고 4개를 단서로 달았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방통위의 종편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일상적 관리가 중요하다. 재승인의 조건이 그냥 선언에 그칠 수 있다”고 짚었다.

■ 정치활동 하는 종편에 솜방망이 제재

일부 종편은 21대 총선을 전후해 언론 구실을 넘어선 정치활동으로 입길에 올랐다. 특정 후보자나 정당의 주장·이익 대변을 막는 선거방송 심의 특별규정 제4조(정치적 중립)를 위배했기 때문이다. 특히 티브이조선 ‘신통방통’과 채널에이 ‘김진의 돌직구쇼’는 평소에도 막말·편파·왜곡으로 심의에 자주 오르는 요주의 프로그램인데, 선거 국면에서 심화한 편향성으로 민원이 쏟아졌다.

‘신통방통’(2월10일 방송분)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한 대담 중 출연자가 ‘청와대 8개 부서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는데 야당은 어떻게 대비하는지 궁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청와대 총선 개입을 단정한 발언이다. 그러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는 방송 다음날 정정했다며 ‘문제없음’으로 의결했다. ‘신통방통’은 민원이 제기된 13건 가운데 권고 2, 의견제시 6, 문제없음 5건의 결정을 받았다. 14건이 올라온 ‘김진의 돌직구쇼’는 권고 1, 의견제시 3건, 문제없음 10건으로 처리됐다.

엄재희 민언련 활동가는 “심각한 막말도 ‘문제없음’으로 처리된다. 위원들이 전문성도 부족하고 주먹구구식 토론으로 결정하는데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려는 의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25개 언론단체가 참여한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선방심의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위한 엄중한 심의에 실패했다”고 진단하며 “이런 심의라면 앞으로도 종편은 언론이 아닌 특정 정당을 위한 선동대로 오보·막말·편파발언을 내뱉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1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5개월간 선방심의위의 활동을 종합한 결과, 전체 안건 145건 중 티브이조선(30건)과 채널에이(27건)가 방송사 가운데 1·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법정제재는 단 1건 없이 경징계에 그쳐 ‘무책임하고 허울뿐인 기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그간 평가에서 제외돼 비판을 받았던 선거방송 심의를 종편 재승인 조건에 포함하며 선거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공정성 강화에 나섰지만 한시적 위원회 체제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전국 주요 선거에서 ‘해당 선거별 법정제재 2건 이하 유지’를 조건으로 올해 4월22일부터 적용 중이다.

현재 방심위 심의에서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등 매체 특성을 고려한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적 책임이 큰 지상파, 프로그램 중에선 정규 뉴스에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편이다. 그마저도 위원 간 시각차가 드러난다. 학계에선 종편에도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종편도 이젠 공익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신문·방송 두 개의 플랫폼을 오가며 영향력을 키운 만큼, 지상파와 동일한 잣대의 심의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