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신문콘텐츠부문장

“여기가 창성장인가요?” 지난 22일 손혜원 의원 조카 등이 매입했다는 목포의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직접 찾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한국당 지도부 및 ‘손혜원 랜드 게이트 티에프(TF)’ 소속 의원들과 함께였다. 주민들은 “목포가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당 지도부의 이례적인 목포 방문은 15일 한 방송사의 보도로 시작돼 일주일간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손혜원 랜드 게이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사안은 언론의 문제제기가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었다고 본다. 손 의원은 쇠락한 목포 구도심 재생이라는 선의를 강조했으나,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로서 매입에 관여한 것은 이해충돌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되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뉴스 가치에 비해 과잉 보도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 여당 의원의 투기 혹은 이해충돌 의혹이라는 사안에 대해 방송과 신문들이 거의 게이트급 사건을 다루듯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도 확인된 바가 거의 없다. <한겨레> 기자가 22일 나 원내대표 방문 현장에서 전한 한 주민의 말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 빈집이고 아무도 안 살아, 즈그들도 눈이 있으면 보고 알겄지.”

이런 보도 태도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폭로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한 언론의 의혹 제기에 거의 모든 언론이 몰려가 1~2주일간 보도를 쏟아내다가 독자·시청자의 관심을 끌 만한 다른 이슈가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옮겨가는 식이다. 물론 청와대의 특감반원 규율, 내부고발자 보호 등 각 사안에서 곱씹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긴 했지만 게이트급 보도에 값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언론이 휘발성 있는 이슈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건 당연하다. 제기된 의혹의 진위 여부를 신속히 밝혀내고 추가 의혹이 있으면 사실 취재에 기반해 제기하는 게 언론의 사명이다. 그러나 사안의 비중이나 뉴스 가치에 견줘 과잉 보도를 일삼는 행태는 공론장 왜곡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언론의 정파성은 태생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런 보도는 문재인 정부를 깎아내리려는 보수언론들의 과도한 프레임 짜기 측면이 강하다. 디지털 시대 언론의 열악한 생존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게이트키퍼 역할 시대에 종언을 고한 언론들은 클릭 수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이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황색 저널리즘’의 한 유형이라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최근 보도 태도는 저널리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한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1920년대 미국 철학자 존 듀이와 언론인 월터 리프먼(<여론>의 저자)이 민주주의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을 두고 벌인 논쟁이다. 듀이는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언론이 시민들을 교육시켜 민주주의를 꽃피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리프먼은 이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며 언론은 상업적 이해관계 등 근본적 약점 탓에 여론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진리는 듀이의 낙관론과 리프먼의 회의론 사이 어디쯤엔가 존재할 것인데, 보수언론이 여론 지형의 70~80%를 차지하고 재벌이 광고로 언론사의 목줄을 죄는 한국의 현실은 회의론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최근 일련의 보도 행태는 이런 회의론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며, 동시에 정통 저널리즘에 대한 목마름을 더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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