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에스더가 발송했던 '에이즈+메르스 슈퍼바이러스 창궐' 카카오톡 화면 캡처
에스더가 발송했던 '에이즈+메르스 슈퍼바이러스 창궐' 카카오톡 화면 캡처

안녕하세요.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기획시리즈(<한겨레> 9월27일~10월2일)를 취재한 탐사팀의 김완입니다. 가짜뉴스 기획을 시작한 이후 많은 독자들이 가짜뉴스의 폐해에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묻습니다.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고. 맞습니다.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 충분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가 필요하고, 반박했을 때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는 말이 있는데 가짜뉴스가 딱 그렇습니다.

가짜뉴스(fake news)란 개념은 2010년대 중반 등장했습니다.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는 가짜뉴스란 말 대신 허위정보(disinformation) 등으로 용어를 변경해야 한단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짜뉴스에서 풍기는 ‘그래도 언론적 행위’라는 이미지를 걷어내야 문제가 제대로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에스더기도운동’은 <한겨레> 보도 이후 자신들이 가짜뉴스를 만들지 않았다고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장황하게 반론을 폈습니다. 하지만 이 반론들도 사실상 가짜뉴스입니다. 몇 가지만 지적해보겠습니다.(자세한 반론은 다른 기사를 통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에스더는 ‘메르스와 에이즈가 결합해 슈퍼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이 가짜뉴스가 아니라며 <한국일보>와 <국민일보>에 관련 내용이 이미 보도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에스더가 예로 든 보도들은 2종 이상의 바이러스에 복수로 감염된 사례(한국일보)와 바이러스 변종 사례(국민일보)에 대한 것일 뿐, 어디에도 메르스와 에이즈가 결합할 수 있단 내용은 없습니다. 학술적 지식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독해력만 있으면 ‘바이러스 복수 감염’ ‘바이러스 변종’을 근거로 ‘2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결합된다’는 주장을 할 수 없지만, 에스더는 이를 섞어 버립니다.

에스더는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란 주장도 미국의 <시비엔(CBN)>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시비엔>은 근본주의 종말론 성향이 짙은 개신교 사이트로 편향된 내용들을 많이 다룹니다. 해당 내용은 파트리크 요나손(Patrik Jonasson)이라는 트럭 운송업자의 일방적 주장을 기사체로 쓴 것일 뿐입니다.

‘동성애를 합법화하면 수간도 합법화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에스더는 ‘유럽 일부와 캐나다에서 수간이 합법화된 나라들이 있는데, 동성애가 합법화될 경우 성적으로 더 자유로워져 수간도 합법화 될 것’이라고 이미 외신에 보도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예로 든 기사는 ‘단순 성적 학대만으론 수간을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에 대한 논란을 다룬 것이지 수간과 동성애 문제를 연결 짓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례들을 보면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비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짜뉴스에는 ‘사실’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가짜뉴스 내용 중 일부가 기성언론에 보도됐었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90%의 내용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럴듯하지 않다면 사람들을 믿게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과관계를 허위로 만들어내고 별개 사실들을 자의적으로 결합하는 등 결론을 비틀어버립니다. 이 비틀기가 바로 의도이고 전체 내용을 거짓으로 만듭니다. 악의적인 조작입니다. 가짜뉴스는 실수로 잘못된 사실을 보도하는 ‘오보’가 아닙니다. 특정 의도를 가지고 어떤 주장을 선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제조’되는 것입니다. 에스더는 동성애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난민을 범죄와 연결지으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가짜뉴스들을 만들고 배포했습니다.

애초 탐사팀의 에스더에 대한 관심은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이스라엘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깃발을 추적하다 에스더를 만났습니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선민론 속에서 그들은 세상과 ‘영적 전쟁’을 벌일 ‘인터넷 사역자’를 모집해 ‘지저스 아미’(JESUS ARMY=하나님의 군대)를 양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무기가 바로 비틀어진 사실, 가짜뉴스였습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