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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아침 햇발] ‘여가부 해체’와 ‘멸공’이 말하지 않은 것 / 안영춘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2-01-14 (금) 08:53 조회 : 57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문구.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안영춘 | 논설위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은 극단적으로 짧았다. ‘설화’를 줄이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 아닐까 짐작도 해봤다. 그러나 훨씬 강력한 쓸모는 상대의 말문을 막는 것이었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의 뜻을 묻는 기자들에게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엉터리없는 동문서답이 아니다. 더는 묻지도, 답변을 기대하지도 말라는 거다. 그리하여 ‘여성가족부 폐지’는 설명 따위 필요 없는 암기과목의 단답형 정답이 됐다. 문제는 그 정답이 누구에게 제출됐는가다. 빨간펜은 ‘이대남’이 쥔 모양새다.

말이 잘려나간 자리는 ‘밈’(meme·인터넷에 퍼뜨리기 위해 연출한 이미지물)으로 채워졌다. 윤 후보가 멸치와 콩으로 몸소 시전했다. 밈의 순기능은 ‘풍자’다. 쓰든 달든 쾌미를 준다. 몇가지 조건이 있다. 지시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독백이나 방백은 자신만 우스갯거리로 만든다. 또 하나, 강자의 언어여서는 안 된다. 본디 모자라는 힘을 마저 빼고 강자를 비틀 때라야 풍자는 피어난다. 그런데 ‘멸공 밈’의 풍자 대상은 저작권자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조차 중국인지 북한인지 오락가락한다. “공산당이 싫어요”가 “콩사탕이 싫어요”로 들릴 지경이다. ‘멸공’의 멸(滅)은 ‘절멸 수용소’의 멸이기도 하다. 절멸이 유일한 목적인 아우슈비츠 독가스에는 쾌미도 없고 비틀기도 없다.

‘멸공 밈’은 풍자가 아닌 비물리적 폭력이다. 다만 때리는 주먹이 아픈 역설의 쾌미가 쏠쏠하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애써 윤 후보의 밈을 복제해도, 이를 그대로 받아 되치는 역챌린지의 확산에 기여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윤 후보 쪽의 기획을 실패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비록 멸공이 2020년대 한국의 국시나 통치 이데올로기가 될 가능성이 0%대에 머물고, 심지어 그들 자신도 멸공을 차마 내면화하지 못하는 낌새가 한눈에 역력해도, 저 치기 어린 몸짓의 노림수는 다른 데 있었으니 말이다. 다름 아닌 이대남의 취향에 맞춤형 서비스를 ‘배달’하는 거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여성가족부 폐지와 멸공의 만남은 필연이다. 둘 다 본질이 ‘혐오’이기 때문이다. 혐오에는 말(논리와 설명)이 필요치 않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문제 풀이 과정이 없으니 문장을 이루지 못한다. ‘멸공 밈’이라는 조악한 연출은 쾌미도 비틀기도 없는 ‘묵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 말은 어떤가. “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입장이 확실하게 정해지고, 우리 당 입장과 다르게 존치를 하고자 할 경우 각 당을 대표해 송영길 대표님과 이 사안에 대해서 방송에서 공개토론을 할 의향이 있습니다. 어차피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할 정의당은 해당 사항 없고요.” 정의당을 배제한 채 ‘선택적 대화’를 하겠다는 건 여성가족부 폐지가 ‘말’과 무관하다는 고백이다.

이 대표의 말을 눈여겨보게 되는 다른 이유는 그의 말이 이대남을 둘러싼 대선 지형을 실재에 매우 가깝게 재현하고 있어서다. 이대남의 세력권은 양대 정당 모두에 걸쳐 있다. 국민의힘은 이대남의 최대주주가 당대표로 앉아 있다. 페미니즘을 과잉대표하던 몇 사람이 당의 구심력을 내파하겠다는 ‘명분’을 들고 선대위에 들어갔으나, 대단한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주의 순혈성만 높이는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각을 세우는 대신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갈지자걸음을 보면 속내는 전혀 전략적이지 못하다. 명확한 입장을 못 정하고 눈치만 살피며 시간을 허비하는 형국이다.

이런 구도가 고착되면 최대 수혜자는 이대남이 될 것이다. 더욱이 이대남은 실체가 모호하다. 그동안 ‘이대남은 누구인가’를 두고 적잖은 연구가 있었지만, 또렷한 상이 잡히지 않고 있다. 유일한 공통분모는 20대 남성 안에서 이대남의 특성으로 간주되는 정치·경제·사회적 표준분포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방송>(KBS)이 지난해 실시한 ‘세대 인식 집중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고소득층으로 인식하는 20대 남성일수록 이타성이 낮았다.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그들이 20대 남성을 넘어 대한민국 유권자까지 과잉대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해체’와 ‘멸공’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면 이번 대선의 승리는 그들 차지가 될지도 모른다.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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