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에 대한 보수 언론·야당의 ‘요설’이 넘쳐난다. 야당의 비토권에다 공-검-경의 견제 구도에서 ‘정권의 장악’은 불가능하다.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이 깨지면 총장실도 성역이 아니다. 미묘한 시점, 추미애-윤석열의 행보에 검찰과 공수처의 미래가 달려 있다.
‘공룡’ ‘괴물’은 애칭 수준, ‘정권의 방패’ ‘대통령 직속 사냥개’라더니 ‘게슈타포’에 ‘중국 공산당 감찰위’란 비유까지 등장했다. 한때 70~80%, 최근까지도 국민의 60% 이상이 찬성한다는데도 보수 언론·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원색적으로 헐뜯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멀리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멀리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가지가 떠오른다. 우선 윤석열 검찰의 작전, 절반의 성공이다. 청와대를 겨냥한 집중 수사가 결국 ‘검찰개혁=청와대수사 방해’란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보수 언론·야당의 지원도 얻었다. “윤 총장이 격노했다”며 조·중·동에 ‘독소조항’이란 보도자료를 뿌려 1면 머리기사도 끌어냈다.

그러나 공수처법의 ‘사전 통보’ 조항은 애초 격노할 사안이 아니다. 원안에도 공수처의 ‘우선 수사’ 조항이 있었다. 공수처가 아무 때나 검찰·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을, 사전에 통보받고 수사 여부를 회신하도록 의무화했다. 교통정리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국회가 정해주는 대로 따르겠다”던 약속을 깨고 국회 표결 직전에 보수 언론과 합동작전을 폈다.

다른 하나. 국민을 우습게 아는 보수 언론·야당의 오만함이다.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으면 불가능한 ‘요설’들이 지금도 넘쳐난다.

<iframe width="300" height="250" src="http://ad.hani.co.kr/RealMedia/ads/adstream_sx.ads/www.hani.co.kr/news@x81?section=opinion&kisano=923357"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scrolling="no"></iframe>
‘정권이 장악’해서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불가능’해진다? 공수처장 추천위가 위원 7명 중 6명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해 야당 위원 2명의 비토권을 보장했다. 설사 ‘친여 야당’이라도 청와대 코드에 맞춰 추천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정권의 장악이 어려운 구조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궤변이다. 공수처 검사가 현 권력을 봐줬다가는 검찰 수사를 피할 길이 없다. 그렇게 하라고 공수처-검찰-경찰 사이의 견제·경쟁 구도를 만든 것이다. 다 알려진 사실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보수 언론·야당의 공수처 반대 이유는 ‘현 정권 반대’의 연장선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런데 검찰의 속사정은 이들보다 심각하다. 잃는 게 많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생기면 그간 검찰이 누렸던 독점적 권한들이 다 무너진다. 무엇보다 영장청구 독점권이 무너지는 게 크다. 공수처 검사가 영장 들고 검찰총장실·서울중앙지검장실도 털 수 있다. 권력교체기에 대비해 쌓아놓은 은밀한 첩보자료나 법원 요구에도 내놓지 않던 기록들도 이제는 성역이 아니다.

더 무서운 건 내부의 치부가 들춰지는 일이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고위 경찰의 직무 관련 범죄는 독자적으로 수사해 기소까지 할 수 있다. 횡령·배임, 알선수재 등 뇌물 범죄는 물론 직권남용·직무유기·비밀누설·피의사실공표죄도 모두 해당된다. 공수처 검사는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검찰 범죄’를 손보려 할 것이다. 임은정 검사가 제기해온 검찰 수뇌부의 ‘감찰 무마’ 사건은 물론 ‘박근혜 청와대’ 시절 정권 하명에 따라 은폐·왜곡한 ‘검찰 농단’ 사건들도 다 포함된다. 애초 법무검찰개혁위 초안엔 ‘2년 전 사건’까지만 수사하도록 시한을 뒀으나 통과된 법안엔 그런 조항이 없다. 최근 청와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피의사실공표 의혹은 물론 ‘정윤회 문건’이나 ‘세월호 참사 왜곡’ 수사까지 시효(직권남용은 7년) 남은 사건들은 다 수사할 수 있다.

외부 감시자가 생기면 그동안 검찰 가족들끼리 대놓고 봐줬던 전관예우도 어려워진다. ‘불멸의 신성가족’을 끈끈하게 연결해준 경제적 이해관계의 카르텔이 깨지는 것이다. 전화 한 통화로 억대, 1~2년 만에 백억원 이상 챙겼다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신화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1차 수사권까지 경찰에 넘어가면 피해는 더 크다. 여야 가리지 않고 검찰 출신 선후배들이 검찰개혁 입법에 반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공수처는 판검사와 고위 경찰 빼놓고는 기소권이 없다. 청와대 등 다른 권력기관 수사엔 여전히 수사권·기소권 모두 가진 검찰의 힘이 세다. 공수처 출범한다고 검찰 수사가 위축될 필요도 없다. 청와대 수사도 그냥 하면 된다. 다만 이제는 ‘먼지털기 수사’도 ‘피의사실공표’도 어렵다. 검찰에 공수처 출범 이전과 이후는 다른 세상이 전개된다. 공수처-검-경 사이 상시적인 견제·경쟁 구도다.

수사권은 ‘윤석열 검찰’이 가졌으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민주적 통제’를 공언했다. 법에 정해진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검찰의 미래도, 공수처의 성패도 두 사람의 행보에 달려 있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