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8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마이클 A. 빌스(Michael A. Bills) 중장(왼쪽 둘째)의 취임식.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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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05
분단 기득권 세력 낡은 레퍼토리 또 등장
“평화협정땐 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약화” 위협
주한미군은 미국의 이익…‘동북아 균형’ 우리도 이익
김정일 “1992년 김용순 통해 미군 남아 달라 요청”
‘미군 철수론’ 띄우기는 평화 방해하려는 몸부림
4·27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그리고 이르면 5월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반도 정세는 지각변동을 맞게 될 것입니다. 분단 체제와 철 지난 색깔론에 기생해서 살아온 남과 북의 기득권 세력은 이제 등을 비빌 언덕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 쇼로 깎아내리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목소리는 그런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일정 부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분단 체제에 기생해서 살아온 기득권 세력은 언제나 안보라는 명분과 보수라는 이념의 탈을 뒤집어쓰고 살아왔습니다.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간첩 사건을 조작했고, 남북 간 화해와 교류, 긴장 완화를 요구하면 “안보 위협 세력”이나 “종북”이라고 모함했습니다. 이런 분단 기득권 세력의 낡은 레퍼토리 중에 ‘주한미군 철수론’이 있습니다.

4월 3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자회견에서도 여지없이 주한미군 철수론이 나왔습니다.

“종전 선언, 평화협정, 참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합의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 영도 10대 원칙’, ‘조선노동당 규약’ 등에 한반도 적화통일을 분명한 목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를 스스로 선언한 바 있고, 지난 2013년 ‘유일 영도 10대 원칙’을 개정하면서 그 서문에 핵 무력을 명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세계 3위의 생·화학무기 보유국이면서, 지금도 14,300문에 달하는 장사정포를 최전방에 배치하여 우리의 수도 서울을 직접 겨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면 주한미군과 유엔사령부의 한반도 주둔 근거부터 사라집니다. 필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으며 한미동맹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 안보의 균형추가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홍준표 대표의 걱정에는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주한미군 철수로 안보에 문제가 생기면 물론 안 되겠지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대안은 없습니다. 북한이 완전히 무장을 해제하기 전에는 종전 선언을 하지 말자는 것인지,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말자는 것인지,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30일 아침 <조선일보>에는 이런 사설이 실렸습니다.

주목해야 할 美 국방 '北과 주한미군 논의' 발언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7일 '남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물론 북한과도 논의할 이슈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제나 추정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주한미군 문제를 북과 논의할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연내 평화협정 체결 추진'에 합의하자 미국 쪽에서 곧바로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변경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북한은 수십 년간 줄기차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왔다. 역대 모든 한·미 정부는 다른 건 몰라도 이에 대해서만은 그 일말의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확고한 입장 때문에 김정일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나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평양 방문 때 '미군 주둔을 인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물러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주한미군에 대해 미국이, 그것도 가장 엄격한 입장을 가져야 할 국방장관이 '논의할 수 있다'고 해석될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세계 전략 차원에서 본다. 한반도에서 군대를 빼더라도 일본이나 괌 등의 기지로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한미군은 아직까지 생명선이다. 주한미군 없이는 나라를 지킬 수 없어서가 아니다. 주한미군이 북의 오판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발발 전에 억지해야만 하며 주한미군의 존재가 바로 그 억지력의 핵심이다.

(후략)

<조선일보>의 사설도 홍준표 대표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막연히 공포감만 드러내고 있을 뿐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홍준표 대표나 <조선일보>의 주한미군 철수 걱정은 타당한 것일까요? 아니 좀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주한미군은 철수할까요?

철수하지 않습니다. 국제 관계를 움직이는 것은 명분이 아니라 힘입니다. 힘을 가진 주체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국제 관계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첫째,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습니다. 둘째,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습니다. 셋째,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습니다.

미국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미국이 지금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켜 동북아에서 미국의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승리와 함께 38선 이남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군정을 실시했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고 미군은 철수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1950년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남침했습니다. 미군은 유엔군 자격으로 다시 한반도에 들어와 전쟁을 치렀고 지금까지 계속 주둔하고 있습니다.

닉슨, 카터 대통령 시절 정치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했고 병력 규모를 줄인 적도 있었지만 결국 철수시키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02년 아들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동맹 조정을 추진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계룡대를 방문해 “주한미군이 갑자기 감축하거나 철수할 경우 한국군 지휘부는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 군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 북한에 급변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 추진 등으로 노무현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주한미군을 철수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주한미군은 존재 자체가 미국에 엄청난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위협해서 돈을 더 뜯어낼 때 뿐입니다. 미국이 자발적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가능성은 없습니다.

최근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북한과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논의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밝힌 것은 “북한과 어떤 대화라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의미라고 봐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확대해서 해석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한국과장)은 1일 ‘주한미군 철수를 논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계획은 없다(We have no plan to do that)”고 확인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도 물론 없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정부는 물론이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어느 정부에서도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를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카드를 흔들면 벌벌 떨면서 주둔 비용을 올려주고 땅을 제공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들어가 있는 종북 주사파들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태극기 집회에 가면 자주 나오는 주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음해하고 공격하기 위한 저열한 수준의 색깔론에 불과합니다.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맡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아침 브리핑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문정인 특보는 한편으로는 특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님이다.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특보로 임명한 것이다. 그 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주한미군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것으로 부족했던지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발언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정인 특보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한 뒤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정도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습니까?

청와대도 거듭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강력히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한미군이 동북아에서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무수한 침략을 받고 나라를 빼앗겼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먼 나라와 사귀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라’는 뜻의 원교근공(遠交近攻)은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고사성어입니다. 국제 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일본과 대등한 국력을 갖기 전까지는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중국이나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의 생각이 일치합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주한미군에 대해 이런 얘기를 써 놓았습니다. 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이어서 인용합니다.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되는 지점이다. 국력이 약해지면 균형이 깨지는 곳이다. 우리는 통일된 이후에도 상당한 자주 국방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중략)

주한미군은 우리의 전력이 어떠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한국에 주둔해야 한다. 이는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그 핵심은 한반도에 미군의 말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 한때 한반도를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반성하고 전략을 수정해 태평양의 주요 포스트인 동북아, 특히 한국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둔다는 것이 불변의 전략이다.

(중략)

미국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어느 나라가 침략적이고 우리에게 불행을 안겨 주었으며, 반대로 어느 나라가 우리를 돕고 혜택을 주었는지를 따져보면 알 일이다.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태평양권의 안정과 번영도 미국이라는 힘이 주축이 되었을 때 보장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빠져나가게 될 경우 중국·러시아·일본·인도 등 역내 국가 간의 충돌과 갈등이 빈발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생각은 어떨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9일 언론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비핵화의 대가로) 북측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힌 일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믿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떤가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눈 대화의 내용을 자서전에 자세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는 화제를 이리저리 몰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논지를 놓치지 않고 이어갔다. 그것이 용하다고 느껴졌다.

“제가 대통령께 비밀 사항을 정식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군 주둔 문제입니다. 1992년 초 미국 공화당 정부 시기에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남과 북이 싸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주변 강국들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의 전략적 가치를 탐내어 수많은 침략을 자행한 사례를 들면서 ‘동북아시아의 역학 관계로 보아 조선 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미국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김 대통령께서는 ‘통일이 되어도 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제 생각과도 일치합니다.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 것이 남조선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로 부담이 많겠으나 결국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그런데 왜 언론 매체를 통해 계속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우리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임동원 특사로부터 김 위원장의 주한 미군 주둔에 대한 견해를 전해 듣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민족 문제에 그처럼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계실 줄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변 강국들이 패권 싸움을 하면 우리 민족에게 고통을 주게 되지만, 미군이 있음으로써 세력균형을 유지하게 되면 우리 민족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중략)

김 위원장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한반도 문제는 외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내가 즉각 받았다.

“그러한 견해에 근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번 정상회담도 다른 나라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둘이 결정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거 아닙니까. 말씀대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주도하되 주변국의 지지와 협력을 얻어 나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배타적 자주’가 아니라 ‘열린 자주’가 되어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설가가 아닙니다. 이런 내용을 지어낼 수 없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09년 아버지의 후계자로 지명되어 지도자 수업을 받았습니다. 주한미군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스란히 승계됐다고 봐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앞으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정확히 드러날 것입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당사자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주한미군 철수론을 자꾸 부각해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의 진짜 의도는 뭘까요? 냉전 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방해하려는 분단 기득권 세력의 마지막 몸부림은 혹시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