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19대 대선이 치러지는 5월9일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로 15일 합의했다. 현실성도 없고,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는 주장이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중차대한 기간에 헌법 개정 문제를 함께 논의해서 동시에 결정하자는 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정략적 이해에 따라 개헌을 입에 담는 정당과 국회의원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촛불 명예혁명’으로 중도 퇴진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국회 역시 국민의 호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3당 합의대로 하려면 다음주까지 개헌안을 발의해 공고하고 늦어도 4월 초엔 국회 의결을 끝내야 한다.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돼 있지만 어떤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지 국민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국회의원들끼리 밀실에서 논의한 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개헌하자는 건 ‘주권재민’의 정신을 근본부터 짓밟는 폭거다. 3당 사이엔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으로 의견이 모인 것 같은데, 국민 중 누가 그들에게 권력구조를 입맛대로 바꾸라고 위임했는가.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그럼에도 개헌 국민투표를 공론화하는 저의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걸 통해 개헌 찬성 정치세력을 끌어모아, 문재인 전 대표가 독주하는 대선 구도를 크게 한번 흔들어 보겠다는 뜻일 것이다. 선거를 위해 이합집산을 하는 거야 정치인들의 자유라 치자. 그러나 그걸 위해 헌법 개정을 고리로 삼는 건 용서하기 어렵다. 헌법 개정은 오직 국민의 뜻을 기반으로, 시대정신과 미래의 지향을 올바르게 담아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당 지도부의 개헌 추진에 반대하고 나선 건 평가할 만하다. 안 전 대표는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개헌에 반대한다, 자유한국당은 개헌보다 먼저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개헌 시기는 공론화를 거친 뒤 내년 지방선거 때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세 가지가 현시점에서 개헌 문제에 관한 가장 현실적인 견해라고 본다. 지금은 차기 대통령을 잘 뽑아 국정 공백을 끝내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일 때다. 정치권은 혼란만 부추기는 개헌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