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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뉴노멀-종교] 이매진, 주어진 규범과 표준을 의심하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2-06-20 (월) 21:56 조회 : 32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 차별금지법(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 관련 공청회가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 차별금지법(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 관련 공청회가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뉴노멀-종교] 구형찬 | 인지종교학자

지금도 어디선가 존 레넌의 ‘이매진’이라는 노래가 들려오면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갈등, 살육, 고통을 부추겨온 종교, 국가, 사유재산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의 노래다. 이미 반백년도 더 지난 1971년에 발표된 곡이니, 원작자의 유토피아적 상상에 오늘날 우리의 구체적인 경험과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세상을 상상해보라는 그 노랫말을 그저 옛 가수의 독백으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삶의 마디마디가 종교, 국가, 사유재산을 둘러싼 증오, 전쟁, 범죄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 세계 역시 더 나은 세상을 꿈꿔온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일구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이런 세계가 지금 누군가에게는 ‘대안’이 아니라 폭력이나 굴레로 경험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3일 국내 개신교계 신학대학 교수 수백명 이름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에 반대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수십개 신학대학, 신학교, 신학대학원의 전직 및 현직 교원들만이 아니라 개신교계 종립대학의 성격을 지닌 사립대학의 신학 외 분야 교원들의 이름과 소속도 참여자 명단 속에 영구히 ‘박제’되었다.

7개 항목으로 구성된 성명서에는 참여자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명확히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제1항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노약자 등이 우리와 동등하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음을 믿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며, 어떤 이유로도 그들이 사회적 기회에 있어서 차별받는 것을 반대한다.” 평등, 인권, 차별 등과 관련해 참여자들의 인식과 입장을 서술한 부분이다. ‘차별 반대’를 표명하면서 시작하고 있지만, 이 성명서에는 사실상 이중의 차별이 함축돼 있다. 여기서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노약자 등은 ‘우리’가 아닌 ‘그들’에 속한다. 참여자들은 ‘그들’을 동등하게 여기고,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겠지만 여전히 ‘우리’와는 구별한다. 그리고 나머지 6개 항에서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입법을 반대함으로써, ‘우리’는 물론 ‘그들’의 범주에조차 넣을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인식, 나아가 그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입장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참여자들이 따르는 종교적 규범이 그런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다.

그러한 종교적 규범에도 인생의 고뇌와 고통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꿈’이 서려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 종교인들은 그 꿈의 현실 적합성을 되돌아보는 것을 힘들어한다. 자신이 꿈속을 헤매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그 꿈이 악몽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그것이 오래 지속될 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불운한 몽상가처럼 말이다.

‘대안을 찾는 일’은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고 불만을 표명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당면한 문제가 ‘차별’처럼 사회 전반의 인식과 결부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 경우에는 규범과 표준으로 여겨져온 기존의 체계 안에서 해법을 찾는 쉬운 길을 벗어나 주어진 규범과 표준 자체를 의심하고 문제 자체를 재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일을 용기 있게 해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자신이 따르는 체계가 절대적인 것이라는 확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쉽지 않지만, 많은 종교들이 여태껏 걸어온 길이다.

모든 ‘대안’은 영원하고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시의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그래서 대안은 늘 새롭게 모색돼야 한다. 설령 그것이 지금의 관점에서 불변의 진리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심각한 위험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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