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Z세대

자기만의 삶의 방식 고집하는 Z세대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은 ‘기회의 땅’이자 놀이터
90여만명 팔로워 거느린 패션 스타 안아름
이소희, 웹 드라마 세계 인기 배우
모델 겸 작사가 주노 “방송 연출도 하고 싶어”
패션 인플루언서 안아름(사진 맨 왼쪽)씨가 자신이 스타일링한 옷을 입고 포즈를 잡고 있다. 웹드라마의 주연 배우 이소희(사진 가운데)씨. 그는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주노씨는 인디음악계에서 작사가로 유명하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패션 인플루언서 안아름(사진 맨 왼쪽)씨가 자신이 스타일링한 옷을 입고 포즈를 잡고 있다. 웹드라마의 주연 배우 이소희(사진 가운데)씨. 그는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주노씨는 인디음악계에서 작사가로 유명하다.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나만의 기준이 중요한 제트(Z)세대. 티브이를 장악하는 유명한 배우보다, 입담 걸출한 개그맨보다 매일 찾는,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수다가 더 친근한 그들. 제트세대에게 스타는 과거 부모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가 최소 10만명이 넘는 제트세대 스타 3명을 만났다. 모델이라는 직업에 만족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90만명을 거느린 안아름(26)씨, 대학 진학을 접고 웹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된 이소희(22)씨, 패션 스타일리스트와 작사가로 활동 중인 모델 주노(25)씨 등이 주인공이다.

안아름씨.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안아름씨.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외국에서 더 유명한 패션 스타

패션 인플루언서 안아름(26)씨는 ‘제트세대’다운 전략으로 스타가 된 인물이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다양한 영상을 보고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드러낸 끝에 유명한 인플루언서로 거듭난 스타다.

안씨는 중학생 시절 유튜브에서 본, 명품 남성복 브랜드 ‘디올 옴므’의 수석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감독한 패션쇼 영상이 삶을 바꿔 놓았다고 한다. 그는 “여성처럼 호리호리한 몸매의 남성 모델들이 중성적인 디자인의 옷을 입은 게 새롭게 느껴졌다. 예상을 뒤엎는 스타일을 소화하는 예술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결국 20살에 ‘서울패션위크’의 런웨이에 서는 모델이 됐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트세대는 대세에 따르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성향이 강한 게 특징. 안씨는 2012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직접 스타일링한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올리기 시작했다. 눈썹을 하얗게 탈색하거나 머리카락을 연보라색으로 염색하는 파격적인 행동도 주저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예쁜 카페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 등 소소한 일상을 올리고 싶었지만, 참았죠. 그것보다는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찍은 감각적인 패션 사진은 누리꾼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워 수가 현재 90여만명에 달할 정도로 ‘핫‘하다. 절반은 외국 팬들이라고 한다.

안씨에게 특별한 기회도 찾아왔다. 지난해 5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프랑스의 생폴드방스에서 진행한 ‘2019 루이비통 크루즈 쇼’에 그를 인플루언서 자격으로 초청한 것이다. 그동안 루이비통의 크루즈 쇼에는 유명 배우 틸다 스윈튼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톱 모델 지젤 번천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주로 초청됐다. 안씨는 같은 해 ‘비비안 웨스트우드’, ‘메종 마르지엘라’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서도 초청받으면서 세계적인 인플루언서로서 입지를 다졌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 따르면 제트세대는 한 분야의 전문성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선호한다고 한다. 안씨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미국의 패션 매거진 <하입베이>(HYPEBAE)의 ‘비주얼 디렉터’(화보 연출 감독)에 도전해 작업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믹스테이지’(Mixtage) 앱에서 만난 이들과 패션 편집숍 ‘아데쿠베’의 화보 작업을 진행했다. 믹스테이지는 사진·영상작가, 일러스트레이터, 헤어·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창작물을 올려 소통하고 협업하는 앱이다.

이소희씨.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이소희씨.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웹 드라마의 히로인

‘마이사이더’(My Sider·내 안의 기준을 세우고 따르는 사람)는 제트세대를 대변하는 신조어다. 남들처럼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스포츠 의류 매장에서 일하다가 웹 드라마(이하 ‘웹드’) 배우가 된 이소희(22)씨의 여정은 제트세대의 전형처럼 보인다.

이씨는 국내 ‘웹드’업계 최초로 ‘3대 웹드 제작사‘(72초tv·와이낫 미디어·플레이리스트)에서 제작한 작품 모두에 주인공 역을 맡은 유일한 배우다. 구체적으로는 <오, 여정>(2018년 5월)의 여정 역, <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2018년 9월)의 해림 역, <와이(Why)>(2018년 11월)의 여주현 역을 맡아, 여행을 통해 자아를 탐구하는 20대 청춘, 소박한 삶을 사는 직장인, 누군가의 첫사랑인 사람 역을 섬세히 표현했다. 한 작품 당 평균 조회 수는 60∼100여만회에 달했다.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2016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한 스포츠의류 매장에서 일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이씨는 “‘힙’한 옷 스타일을 좋아한다. 취향을 살려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은데, 그 전에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의류매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고객 응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 연습이 됐다고 한다. 그가 ‘웹드’ 배우가 된 데는 에스엔에스의 영향이 컸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문정동 마스코트’라는 계정을 만들어 제 사진을 올렸다. ‘좋아요’가 1만회 이상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그 무렵 이씨가 일하는 의류매장에 한 웹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가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대뜸 “웹드 배우가 되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다양한 경험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도전을 즐기는 제트세대지만, 공중파 방송도 아니고 유튜브에서만 공개되는 듣도 보도 못한 ‘웹드’를 통해 데뷔하는 게 염려되지는 않았을까. 제트세대는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무대가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무대의 종류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제 또래는 공중파 등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를 주로 휴대전화로 본다. 이 때문에 기존의 드라마와 웹드의 차이점을 별로 못 느낀다.”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팬이 늘어나 인기를 실감한다는 이씨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팬들과 소통하는 걸 즐긴다고 한다. “팬이 아니라 자신을 응원해주는 많은 친구들이 생긴 기분”이라고 한다.

주노씨.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주노씨.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방송 연출을 꿈꾸는 작사가

제트세대는 기성세대의 전문성보다는 또래세대가 갖고 있는 날것의 재능을 신뢰한다. 작사가 겸 패션 브랜드 ‘챈스챈스’(chance chance)의 스타일리스트인 주노(25·본명 송준호)씨도 그런 트렌드 덕을 본 경우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미디어 영상을 공부하던 주노씨는 옷 등 실물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생겨 2016년 영국의 ’런던 세인트마틴 패션 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런던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185㎝의 훤칠한 키와 독특한 외모를 눈여겨본 영국의 패션 관계자들이 모델 제안을 했다. 2017년 런던패션위크에서 명품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 ‘겐조’ 등의 패션쇼에 모델로 데뷔했다. 국내외 대형 모델 기획사로부터 ‘러브 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트세대다. 모델 일에 전념하기보단 틈틈이 다른 영역을 살폈다.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은 게 제트세대의 특징 중 하나다. 주노씨는 주변에 친한 예술가들의 패션 스타일 연출을 도맡았다. 어느 날 주노씨의 재능과 감각을 알아본 가수 주영이 그에게 작사를 제안했다. “주영 형이 자신의 곡에 잘 맞는 영어 가사를 부탁했다. 그때부터 함께 작업하게 됐다.”

주노씨는 지난해 5월 ‘유노주노’라는 필명으로 주영의 노래 ‘웨어 위 아(Where we are)’의 가사를 썼다. 지난 2년 동안 가수 프라이머리의 곡 ‘베이비(Baby)’, 가수 김영근의 곡 ‘웨어 아 유 나우(Where Are You Now)’ 등 14곡을 작사했다. 이제는 나름 인디음악계에서는 유명한 작사가가 됐다.

현재 자신이 디자인한 패션 브랜드 ‘칙 다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주노씨는 여전히 하고싶은 일이 많다. “평소 정치·사회 기사도 꼼꼼하게 읽는다. 음악과 패션 일을 하지만, 한 쪽 분야에만 치우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협소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바람은 방송 기획에 참여하는 거라고 한다. “언젠가 우리 세대의 ‘알쓸신잡’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트세대의 사고 방식을 기성세대와도 나누고 싶다”는 게 주노씨의 포부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임경빈(스튜디오 어댑터)

제트(Z)세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한다. 타인의 가치관을 그대로 좇기보다는 ‘나답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세대다. 유년시절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원주민’이다. 이 때문에 ‘숨소밍’(숨 쉬듯 소신을 말함), ‘YOU아독존’(유튜브에선 모든 게 가능하다는 주의) 등 이 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넘쳐난다. 2019년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들 제트세대의 성향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