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Z세대

기업·연구소 ‘연령집단 학습’ 열풍
유동성, 연결, 싫존주의자 등을 열쇳말로 꼽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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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Z)세대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분야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국내외 기업과 연구소들이 ‘제트(Z)세대 보고서’를 펴낸다. 이들 보고서는 대체로 미래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그들의 분석과 조사 내용은 당장 우리 주변의 제트세대 전반을 파악하기 위한 적절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련했다. ‘제트세대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다이아몬드 브랜드 드비어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아이티(IT)기업 아이비엠(IBM)과 델 테크놀로지스 그리고 어도비.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Z세대 보고서를 과거 펴냈거나 꾸준히 펴내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연령집단 연구는 기업에 필수 과제다. 해당 연령집단과 함께 살아갈 사회 구성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선입견과 편견을 거두고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Z세대 보고서를 살펴보고 몇 가지 열쇳말을 중심으로 그들의 특징을 정리해봤다.

■ 유동성

‘○○세대의 특징 ○가지’ 정도로 쉽사리 정리할 수 없는 세대, Z세대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구찌가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차임 포 체인지’가 Z세대 분석 집단인 ‘이레귤러 랩스’와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 <이레귤러 리포트 2>의 주제와 내용은 아주 인상적이다. <이레귤러 리포트 2>는 ‘유동성’을 주제로 삼았다. 적어도 이 보고서는 Z세대를 ‘규정되지 않는’, ‘유동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이레귤러 리포트 2>의 공동 편집장 니콜라이아 립스는 “‘유동성’이란 제한을 두지 않고 모두의 개성을 아름답게 포용하는 것이다. Z세대는 모든 면에서 유동적이다“라고 설명한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 가운데 하나는 ‘젠더에 관한 태도’이다. 2013명의 Z세대(15살~24살)를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면, 설문 대상자의 25%가량이 ‘평생 젠더(성별) 정체성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응답한 사람 가운데 45%는 ‘성별 정체성이 2~3번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젠더의 유동성에 관한 인식이 아직 폭넓지 않은 국내에서는 ‘성별이 바뀔 수 있다고 예상한다’는 문장 자체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성별이 유동적으로 바뀌는 ‘젠더 플루이드’는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Z세대의 유동성은 ‘젠더’에 국한한 특징이 아니다. 보고서는 Z세대의 경제와 정치, 교육과 문화, 과학 기술 등 전반에 걸쳐 유동적인 Z세대의 특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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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세대

Z세대는 거의 종일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다. 침대에서 눈을 비비면서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에스엔에스(SNS)에서 밤사이 화제가 된 이슈를 확인하고, 재미있거나 충격적인 내용은 바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 대화를 시작한다. Z세대, 그들을 연결된 세대다. 아이비엠(IBM) 기업가치연구소와 전미소매업협회가 16개 나라 1만5천명(13~21살)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동 조사해 2017년 초 내놓은 보고서 ‘유일무이한 Z세대’는 “‘주말이든 더 긴 휴가 기간이든 학교생활이나 학습 활동 이외의 시간에는 대개 무엇을 합니까?’라는 질문에 74%가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 등장한 한 유통업체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Z세대는 상시 연결되어 있고, 24시간 언제라도 손가락만 움직이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 모든 것이 ‘필요한 시점’에 즉시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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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싫존주의자

‘취존’(취향 존중)의 시대를 넘어 ‘싫존’의 시대다. 실존이 아니라 싫존, ‘싫어하는 것 역시 존중해 달라’는 뜻이다. 대학내일 산하 20대 연구소는 지난해 5월 19살~34살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이슈 페이퍼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 등장한 가장 인상적인 표현이 바로 ‘싫존주의’다.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마저도 존중받고 싶어 하는 세대, Z세대다. 이 보고서는 “19살~24살(Z세대) 설문조사 대상자 가운데 ‘최근 6개월간 가시적인 불호표현을 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3%에 달한다”고 밝혔다. 25살~34살 조사 대상자 가운데 같은 응답 비율은 10% 가까이 감소한 74%다. 또 “Z세대 응답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7.6%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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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라밸러스

빅데이터 분석은 온라인에서 ‘언급’하거나 ‘검색’한 정보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지금, 여기’를 파악하기에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광고업체 이노션 월드와이드 데이터커맨드센터는 지난해 12월14일 ‘실검’(실시간 검색어)으로 짚어본 ‘2018 핫 트렌드’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가 라이프 트렌드에서 꼽은 열쇳말 중 하나가 ‘Z세대’였다. Z세대 연관어 180만여개를 분석해보니, 가장 많이 언급된 연관어는 11만3779건 언급된 ‘소통’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그 뒤로 성장(4만6231건), 즐기다(2만4820건), 성공(1만9850건), 취향(1만8605건)이 많이 언급됐다. 데이터커맨드센터는 앞서 지난해 4월 ‘워라밸 트렌드 리포트’에서 Z세대가 일과 삶의 균형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워라밸러스’로 부상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워라밸러스인 Z세대는 본인이 바라는 직업 찾기를 중요하게 여기고, 직업은 인생의 일부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직무 이동의 기회를 중시하며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직업을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낫 온리 디지털

‘디지털 원주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이 표현은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다양한 보고서들은 Z세대가 오직 디지털만을 100%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전 세계 1만2천명(16살~23살)의 Z세대를 설문 조사해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 보고서’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를 앞세웠으나, 디지털 환경 속의 교류가 아닌 인간적 교류를 선호하는 Z세대의 또 다른 면모를 알려준다. 보고서는 직장 동료와의 의사소통 때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직접적인 대면 대화’(43%)였고, 응답자가 가장 적은 방식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12%)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Z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졌으나, 이 보고서는 “일을 할 때 팀의 일부로 일하기를 바라는 응답자(58%)가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응답자(22%)보다 많다”고 밝혔다.

Z세대가 온라인 쇼핑을 무조건 선호한다는 전제 역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딜로이트의 리포트 ‘밀레니엄을 넘어서’는 ‘Z세대는 주로 온라인에서만 쇼핑한다’는 통설을 점검한다. 보고서는 이를 조사해 식음료(68%)나 생활용품(58%)은 매장에서 산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제트(Z)세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한다. 타인의 가치관을 그대로 좇기보다는 ‘나답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세대다. 유년시절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원주민’이다. 이 때문에 ‘숨소밍’(숨 쉬듯 소신을 말함), ‘YOU아독존’(유튜브에선 모든 게 가능하다는 주의) 등 이 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넘쳐난다. 2019년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들 제트세대의 성향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