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최정규의 우울하지 않은 과학
(5) 인센티브
헌혈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 현금 보상을 하면 오히려 헌혈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도덕적 행동을 북돋는 데 오히려 인센티브가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은 한 대기업 임직원들이 헌혈행사에 참가한 모습으로, 기사의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다. 김태형 기자 wogud555@hani.co.kr
헌혈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 현금 보상을 하면 오히려 헌혈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도덕적 행동을 북돋는 데 오히려 인센티브가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은 한 대기업 임직원들이 헌혈행사에 참가한 모습으로, 기사의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다. 김태형 기자 wogud555@hani.co.kr

십수년 전 경제학자들이 모일 때면 항상 ‘그 논문’ 이야기가 나왔다. 두 명의 경제학자가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했던 실험 얘기였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제때 데리러 오지 않아서 어린이집이 골머리를 앓던 중,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매겼더니 부모들이 아예 대놓고 늦게 오더라는 얘기였다. 그때만 해도 “그 얘기 들어봤어?” 정도였는데, 몇 년이 지나자 모든 사람들의 얘깃거리가 되었다. 베스트셀러였던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에 이 얘기가 소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수능 사회탐구 문제의 지문으로 출제되기도 했고, 대학 논술고사의 단골 주제가 되기도 했다. 이 어린이집 사례는 금전적 유인구조가 도덕적 의무감을 쫓아냈다는 이른바 “제도적 구축효과”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사람들의 행동을 바람직한 수준으로 이끌고자 할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생각이 ‘인센티브’다. 잘하면 상주고, 못하면 벌주자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어학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자격증을 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혹은 장학금을 줄 때조차도 효과적 인센티브가 무엇인지를 고려한다. 교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연구 의욕을 증진시킨다는 명분으로 논문을 쓰면 어디에 실렸는지, 그리고 몇 편인지를 따져서 돈으로 상을 준다. 기업에서도 피고용인들을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업무의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제대로 작동할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어떤 경우에는 물질적 보상이 주어져도 그 효과가 불분명할 수 있고,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진정한 동기가 왜곡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헌혈을 독려하기 위해 현금 보상을 하면 오히려 헌혈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나, 투표하는 데 따른 직간접적 비용을 줄여주고자 우편 투표를 도입했는데도 투표율은 높아지지 않더라는 얘기(몇몇 작은 마을에서는 심지어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얘기) 등등은 도덕적 행동이나 시민들에게 요구되는 의무 행사를 독려하는 데 인센티브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해주는 예들이다.

역효과 낳은 ‘벌금’ 인센티브

만일 사람들이 물질적·금전적 인센티브에 “체계적으로” 반응한다면, 인센티브는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는 유용한 도구일 수 있을 것이다. “체계적으로” 반응한다는 말은, ① 금전적 인센티브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좋고, ② 금전적 인센티브가 커질수록 더 큰 반응을 나타낼 것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이 물질적·금전적 이득만을 추구한다면 당연히 인센티브에도 체계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갖는 특정한 문제에 관해 사람들이 물질적·금전적 이득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면 얘기는 좀 복잡해질 수 있겠다. 특히 도덕적 지향이 강하게 나타나던 곳에서는 인센티브가 도덕적 지향과 얽히고설키면서 자칫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몇 가지 중요한 사례가 있다.

사례 1: 을은 다음과 같은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실험이었다. 상대방을 갑이라 부르고, 갑과 을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해보자. 실험이 시작되면 갑에게 1만원이 생기는데, 갑은 이 중 일부를 을에게 전달해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갑이 얼마를 이전하든 이전한 금액은 세 배로 불어 을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즉 갑이 1만원 중 1000원을 이전해주면 을에게는 3000원이 전달되고, 갑이 5000원을 이전해주면 을에게는 1만5000원이 전달된다. 그리고 그렇게 전달하고 남은 돈은 갑의 몫이다. 갑이 이전할 금액을 결정하고 그만큼을 건네주면 이제는 을의 차례가 되는데, 을은 세 배가 되어 자기에게 전달된 금액 중 얼마를 갑에게 되돌려줄지를 결정하면 된다고 한다. 그것으로 실험은 끝이고 두 사람은 자신의 몫을 챙겨 집으로 돌아간다.

을은 얼마를 되돌려줄까? 을이 자기의 이익만을 최대로 하는 사람이라면, 한 푼도 돌려주지 않을 것이다. 서로 아는 사람도 아니고, 실험을 마치고 나면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제 실험에서 을의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받은 돈의 약 40% 정도를 돌려줬고, 갑이 건네준 돈이 클수록 되돌려주는 몫도 그만큼 컸다고 한다. 갑의 경우에도 애초에 받은 돈 1만원 중 절반 정도를 을에게 이전해줬다고 한다(갑의 선택은 우리의 지금 논의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을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를 이전받든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 것이 자기의 몫을 극대화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가 받은 돈의 일부를 돌려주는 이유는 뭘까? “갑이 내게 한 푼도 안 주고 1만원을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취하고 실험을 끝냈을 수도 있는데 나를 신뢰하고 돈을 투자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에 대해 이 정도는 보답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런 반응일 수 있겠다. 이러한 응답자의 반응을 상호성(혹은 호혜성)이라고 부른다. 호의에는 호의로 답한다는 말이다(직접적으로 얻게 되는 이득이 없더라도!). 이제 을이 사례 1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되는 실험에 참가한다고 해보자.

금전적 유인구조 도입의 영향력
도덕적 지향 강할 땐 역효과 내기도
상대의 신뢰대로 행동하는 ‘상호성’ 
페어와 로켄바흐 연구에서 드러나

이스라엘 ‘기부의 날’ 행사 실험
인센티브가 일의 성격 자체 바꿔
‘칭찬받을 일’ 행동하는 ‘후광효과’
‘보상의 숨겨진 비용’ 잘 따져봐야

사례 2: 이번에는 갑이 받은 1만원 중 일부를 이전해주면서(물론 세 배가 되어 을의 손에 들어온다) “적어도 얼마는 되돌려줬으면 한다”는 요구조건과 함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을에게 4000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갑이 5000원을 건네주면서(그래서 1만5000원이 전달될 때), 5000원은 되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벌금을 부과한다면 을은 어떻게 행동할까? 을의 행동은 벌금이 없었던 사례 1과 달라질까?

페어와 로켄바흐 연구팀의 실험 연구에 따르면, 사례 1의 경우 을이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 경우는 전체의 21% 정도였고, 을은 평균적으로 받은 금액의 40%를 돌려주었다. 반면, 사례 2에서는 한 푼도 돌려주지 않은 을의 비중이 33%로 늘었고, 되돌려준 금액도 받은 금액의 30%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례 2에서 갑에게 벌금을 부과할 권한이 있는데도 벌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경우, 한 푼도 돌려주지 않은 을은 한 명도 없었고, 을이 되돌려준 금액은 받은 돈의 약 48%에 달했다고 한다. 사례 1과 2를 비교해보면, 갑이 벌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 행사하지 않았을 때, 을은 가장 호의적으로 반응했다(그래서 가장 많은 양을 돌려주었다). 반면 갑이 벌금을 행사했을 때, 을의 반응은 가장 싸늘했다. 한 푼도 돌려주지 않은 사람도 늘었고, 받은 것에 비해 돌려준 액수도 가장 적었다. 벌금이라는 일종의 인센티브가 되레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얘기다.

두 명의 경제학자가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늦게 찾으러 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매기는 실험을 해본 결과, 부모들이 아예 대놓고 지각하는 경우가 늘었다. 금전적 유인구조가 도덕적 의무감을 쫓아내버린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위키피디아
두 명의 경제학자가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늦게 찾으러 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매기는 실험을 해본 결과, 부모들이 아예 대놓고 지각하는 경우가 늘었다. 금전적 유인구조가 도덕적 의무감을 쫓아내버린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위키피디아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방식대로 나도…’

벌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일까? 갑이 5000원을 주면서, 1만5000원 중 5000원은 돌려달라고 하고 벌금을 부과했다고 해보자. 을의 입장에서는 1만5000원이 손에 들어왔으니 갑의 바람대로 5000원을 되돌려주면 1만원이 남는다. 한 푼도 되돌려주지 않고 4000원 벌금을 물면 1만1000원이 남으니 한 푼도 되돌려주지 않고 벌금을 무는 편이 더 유리하기는 하다. 즉 벌금이 4000원이면 이 경우 벌금을 무는 게 1000원만큼 이익이다. 이게 스토리의 전부라면, 벌금을 무는 쪽을 택하는 것이 을에게 이익이 되지 않도록 벌금을 올려버리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해버리고 끝내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사례 1에서 을들은 평균적으로 받은 돈의 40% 정도를 되돌려주었다고 했다. 즉 한 푼도 안 돌려줘도 되는데도 1만5000원을 받으면 평균적으로 6000원은 돌려주었다는 말이다. 상대방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기꺼이 6000원의 손해를 감수하던 사람이 이번에는 1000원을 아끼려고 벌금을 내는 쪽을 택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례 1에서는 상대방의 신뢰에 대해 그만큼 되돌려주는 것으로 반응했고, 이러한 동기를 우리는 상호성이라고 불렀다. 사례 2에서는 벌금 제도를 선택한 갑은 더는 을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전달했고, 그에 대해 을은 “갑이 믿는 그대로” 최대한 자기 이익을 챙기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을은 여전히 상호성에 입각해, 상대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 그대로 상대를 대한 셈이다.

이와는 조금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사례 3: 병은 자원봉사를 하러 봉사센터에 왔다. 모금함을 들고 집집마다 돌면서 취지를 알리고 모금을 해오는 일이었다. 센터에서는 모인 자선기금으로 장애아동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했고,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거듭 강조했다. 첫 번째 조에 속한 30명이 각자의 모금함을 들고 출발한 후, 병이 속한 두 번째 조가 출발할 즈음, 센터에서는 두 번째 조에 속한 이들에게 각자가 모금해온 돈의 1%에 해당하는 만큼 ‘수당’을 지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방금 어떤 독지가로부터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쓰라고 소정의 돈을 기부받았다고 했다). 수당에 대해 들은 바 없는 첫 번째 조와 1%의 ‘수당’을 약속받은 두 번째 조의 모금액을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더 클까?

실제로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기부의 날’ 행사 때 이를 실험해본 그니지와 러스티치니의 연구에 따르면, 모금액의 1%만큼 수당을 받기로 한 조는 수당을 약속하지 않은 조에 비해 64% 정도밖에 모금해오지 못했다고 한다. “착한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식의 꿩 먹고 알 먹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수당을 주겠다고 말한 세 번째 조가 있었는데, 이 조는 수당 없이 모금에 나섰던 첫 번째 조의 모금액과 비슷한 액수를 모금해왔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 결과를 두고, 인센티브의 도입이 일의 성격 자체를 바꿔버렸고, 일의 성격이 바뀌자 이제 1%의 수당은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기에는 턱없이 약한 것으로 인식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저자들의 결론은 이랬다. “주지 말든지, 주려면 확실히 주든지.”

인센티브로 도덕을 대체하려는 건 위험

조금 다른 해석으로 몇몇 경제학자는 사람들이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동기를 ‘후광효과’라고 부른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없이 도덕적 행동을 할 때, 그에 따르는 일종의 후광으로부터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때 인센티브의 도입은 도덕적 행동에 따르는 후광을 없애버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뭔가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기 스스로, 그리고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었는데, 그 일에 인센티브가 부가되면 이제 이 일은 자기희생이 필요한 고귀한 일이 아니라 돈 때문에 하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심리학자들은 “보상의 숨겨진 비용” 혹은 인센티브의 “부패효과” 등을 이야기해왔다. 재미있게 하던 일도 돈 주고 하라 하면 흥미를 잃는 것처럼, 물질적 보상은 사람들의 진정한 동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또한 개인들은 인센티브가 도입되면 때때로 이를 간섭으로, 즉 자신들의 자율적 선택에 대한 침해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거부반응을 나타낸다는 주장도 있다. 인센티브가 적절히 사용됨으로써 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위에서 본 사례들은 인센티브가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게 한다. 인센티브의 효과는 다음에 의존하는 것 같다. ① 보상이든 벌금이든 인센티브가 도입된 맥락, ② 인센티브를 도입하게 된 이유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 ③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사람과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④ 인센티브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그 일을 수행했던 동기 등이다.

인센티브는 그것을 도입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드러내줌으로써 기존의 신뢰와 호혜의 관계를 이해관계로 돌려버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하는 일의 성격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처음 어린이집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미안해서 일찍 오려고 노력했던 부모들은 벌금제도가 도입되자 이제는 늦게 올 권리를 (그것도 싼값에) 살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버렸다. 도덕으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공상일 수 있지만, 인센티브로 도덕을 대체하려는 시도 또한 위험하다.

▶ 최정규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타적 인간의 출현>, <게임이론과 진화 다이내믹스> 등의 책을 냈다. 이타성과 상호성의 진화를 연구해왔고, 사람들의 행동 동기를 찾아내고 제도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행동실험도 진행하고 있다.이 연재물의 열쇳말은 행동, 제도 그리고 진화이다. 이 열쇳말을 가지고 경제학과 인문학 그리고 자연과학에서 오버랩되는 주제를 찾아 이야기해 보려 한다. 격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