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이 옛 삼성물산과 2015년 합병할 때 합병비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제일모직 대주주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산정됐다고 해서 지금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 가치를 고평가한 근거가 됐던 게 바로 지분 43.4%를 갖고 있는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존재였다. 이 회사가 2015년 기업가치를 크게 부풀려 회계처리를 했다는 의혹이 최근 구체적으로 불거졌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회계처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회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2012년 바이오에피스란 회사(삼성 쪽 지분 91.2%)를 설립했다. 바이오에피스는 설립 이후 한 해도 영업수지 흑자를 낸 적이 없고, 2015년 말 순자산은 2905억원에 그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회사를 2014년까지는 ‘종속회사’로 보고 지분 가치를 장부가로 평가했다.

그런데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기 직전에 낸 2015년 사업보고서에서 회계처리 방식을 석연찮게 바꾼 것이 의혹을 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갑자기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공정가치 평가’로 전환했다. 새로 평가한 액수에서 장부가를 뺀 금액이 무려 4조5천억원이다. 이를 투자이익으로 회계처리를 함으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음에도 2015년 1조9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회사로 탈바꿈했다. 기존 회계처리 방식대로라면 21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근거로 합작 상대방인 바이오젠이 지분을 49.9%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보유한 콜옵션의 가치를 0원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런 콜옵션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2014년까지는 공시조차 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수 있게 된 데는 한국거래소가 2015년 11월 상장 요건을 변경해 ‘1년에 영업이익 30억원 이상’이란 항목을 없앤 것이 크게 작용했다. 상장 특혜 의혹에 대해선 현재 특별검사가 수사하고 있다. 특검 수사와 별개로, 지금이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 특별감리를 해야 마땅하다. 상장 특혜에다 적법하지 않은 ‘회계의 마술’까지 동원했음에도 어물쩍 넘어가 버린다면, 한국 자본시장을 과연 누가 신뢰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