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곽노필의 미래창
2015년 45만명…2050년엔 8배로
한국은 7만5천명으로 24배 급증
3단계 넘어 복합단계 인생시대로
백년해로를 하고 있는 중국인 부부. 남편은 102살, 아내는 103살이다. 유튜브 갈무리
백년해로를 하고 있는 중국인 부부. 남편은 102살, 아내는 103살이다. 유튜브 갈무리
얼마 전 외신에 96년째 함께 늙어가고 있는 중국인 부부 이야기가 소개됐다. 남편 102살, 아내 103살인 이 부부는 고사성어에서나 접했던 ‘백년해로’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됐음을 실감케 해줬다. ‘수명 100세’의 봉인이 급속히 풀리고 있다. 20세기 수명 급증세가 빚어낸 결과다. 선진국에선 평균 10년에 2.5년, 1년에 석 달, 하루에 6시간씩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유엔 추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100살이 넘은 사람(센티네리언)은 전세계 45만1천명이다. 1990년 9만5천명에서 15년새 4배 이상 늘었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증가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지금의 8배인 370만으로 늘어난다. 머지않아 희귀 사례가 아닌 별도의 연령집단으로 올라선다.

단순히 100살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100만 시간’을 넘게 사는 ‘수명백만장자’가 속속 탄생할 기세다. 100만 시간은 114년57일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30명 정도만이 이 시간을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수명백만장자 후보군인 110살 이상 슈퍼센티네리언은 300~450명으로 추정된다. 확인된 사람만 48명이다.

자료: 유엔 인구국
자료: 유엔 인구국

100살 이상 인구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 이탈리아에 집중돼 있다. 이 5개국이 전세계 센티네리언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금은 미국이 7만2천명으로 가장 많지만, 2050년엔 중국이 66만명으로 1위로 올라선다. 인구 비율로 보면 일본이 단연 압도적이다. 2050년 일본의 100살 이상 인구는 1만명당 41명으로 예상된다. 250명당 1명꼴이다. 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인 한국은 100살 이상 인구에선 1만명당 0.6명꼴로 세계 평균 수준이다. 2015년 11월 현재 3159명이다. 이제 막 도약대에 올라섰다. 유엔은 2030년 1만7000명(1만명당 3.2명), 2050년엔 7만5000명(1만명당 15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세상은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지만, 수명에 관해서만큼은 여성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통계적으로 대략 5년을 더 산다. 게다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아진다. 80대에서 여성 비율은 60%에 그치지만 100살 이상 노인 집단에선 80% 이상이 여성이다. 110살 이상인 슈퍼센티네리언에선 무려 96%가 여성이다. 역대 최장수인도 여성이었다. 1997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잔 칼망은 122년164일을 살았다.

2016년 현재 연령별 100살 생존 확률. 자료: 영국 통계청
2016년 현재 연령별 100살 생존 확률. 자료: 영국 통계청

지금의 우리가 100살까지 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영국 노동연금부가 구축한 기대수명 예측 프로그램을 보면, 2016년에 태어난 아기가 100살까지 살 확률은 여성이 35%, 남성이 28%다. 여성은 3명 중 1명, 남성은 4명 중 1명꼴이다. 지금 40살이라면 여성 19%, 남성 13%다. 한국보다 기대수명이 1년 낮은 영국(영국 81.2살, 한국 82.3살)이 이 정도이니, 한국인의 확률도 미뤄 짐작할 만하다. 연령별 사망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걸 고려하면, 2000년 이후 출생한 선진국 신생아들의 절반 이상은 100살 생일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에서 평균수명이 특히 길어질 가능성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영유아 사망률이 급락한 직후에 태어났다는 점 때문이다. 앞으로 더 나아질 의료 기술, 건강생활 습관 확산, 생명공학 성과들이 덧붙여지면 수명 연장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

100살까지 산다면 인생 로드맵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수명 연장은 이미 삶의 스케줄을 뒤로 늦추고 있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사회 경력을 시작하는 나이가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60년 남성 25.4살, 여성 21.6살에서 2015년 남성 32.6살, 여성 30.0살로 높아졌다. 이런 변화는 가족구조, 교육제도, 가치관, 레저문화 등의 변화를 수반한다. 지금의 교육제도만으로는 이후 60년에 걸친 사회생활을 지탱해나가기 어렵다. 최근 북유럽에서 시니어 의무교육제도를 논의하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 변화를 고려하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는 자신의 능력을 재충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기존의 ‘학업-직장-은퇴’라는 3단계 인생은 더 많은 단계로 분화해갈 가능성이 크다. 전통 3단계 인생에서는 비슷한 나이에 대학을 졸업해 취업, 결혼을 하고 몇 년 간격을 두고 은퇴한다. 복합단계 인생에선 20대와 60대 학부생이 나란히 공부를 하고, 30대와 70대 매니저가 함께 영업전략을 짠다. 서로 다른 세대들끼리 상호관계를 맺는 사회가 된다.

이런 변화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는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무대에서 활동함으로써 상호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세대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정된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놓고 세대간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노인이 많아지면 사회의 활력 자체가 떨어지는 면도 있다.

100세 시대의 도래는 사회엔 커다란 도전이다. 교육, 취업, 연금, 재교육 등 사회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인구 비중이 가장 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에 진입했다. 노인 수는 곧 기록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 와중에 ‘100세인 붐’이라는 빙산의 일각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수명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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