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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둘러 폭탄을 없애는 일, 그게 우리 경제 숙제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6-05-09 (월) 08:35 조회 : 956
국내 조선·해운 업체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들 기업에 돈을 꿔준 국책은행들이 덩달아 부실에 빠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 2월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해양플랜트설비(FLNG)의 명명식 장면.  대우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해운 업체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들 기업에 돈을 꿔준 국책은행들이 덩달아 부실에 빠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 2월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해양플랜트설비(FLNG)의 명명식 장면. 대우조선해양 제공
[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20) 국책은행의 부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어. 연이어 기업 부실 실태가 드러나고 있는 거지. 경기가 오랫동안 나쁘면 가장 심하게 곪은 부분부터 이상 신호가 오거든. 몸이 약해지면 코가 평소에 나쁜 사람은 코감기에, 위장이 약한 사람은 위장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이치야. 우리 경제는 가계와 기업이 모두 그간 비실비실거린 탓에 어느 쪽이 먼저 터지나 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업 먼저인 거야.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곳이잖아? 근데 경기가 나빠 돈을 벌지 못하면 여기저기 돈을 끌어다 쓰기 마련이고, 경기가 계속 나빠지면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하게 되지.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나오는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같은 해운업체나 대우조선·현대중공업 등 배 만드는 기업이 여기에 해당돼.

그런데 이번에 얘기하려는 것은 부실기업은 아니야. 은행이지. 좀더 정확히는 국책은행. 이름에서 보듯이 국책은행은 정부가 주인인 은행이야. 하는 일도 일반 민간은행과 달라. 민간은행은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에 따라 돈을 빌려주지만, 국책은행은 아무래도 공공성을 생각하게 되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돈을 빌려주는 구실을 해.

근데 이 국책은행이 무척 부실해졌어.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비실대는 기업들에 너무 많은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위험에 처해서야. 이대로 방치했다간 국책은행이 무너질 수 있다는 흉흉한 이야기도 들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느냐고? 살펴보자고.

국책은행에 돈이 말랐다

국책은행에 돈이 말랐대. 돈이 없다는 말이지. 신기하지? 은행 금고엔 돈이 넉넉하게 쌓여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현실은 너희 상상과 달라. 은행도 빌려줄 수 있는 돈의 한계가 있어. 한번 생각해봐. 무한정 돈을 빌려줬다가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답은 뻔해. 문 닫아야지. 그래서 은행도 망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돈을 빌려줘.

은행은 보통 자기돈(자기자본)의 10배 정도까지 돈(위험가중자산)을 빌려줄 수 있어. 더 빌려줬다간 ‘위험한 은행’으로 찍히게 돼. 이렇게 평판이 나빠지면 영업하기 어려워지니깐 은행들도 자기돈 10배 이상은 잘 빌려주지 않아. 예를 들어 만약 자기돈의 13배 이상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나면 정부는 은행의 영업 정지 조처와 같은 직접 개입에 나서게 되지.

국책은행이 돈이 말랐다는 것은 바로 자기돈의 10배 가까이 돈을 빌려줬단 이야기야. 더는 빌려줄 여력이 없어. 왜 이렇게 됐느냐고? 많은 돈을 빌려줬는데 그걸 돌려받을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야. 돈 떼일 위험이 커졌다는 거야.

사실 빌려준 돈을 100% 다 돌려받을 수 있다면 뭐가 문제겠어. 그런데 돈을 빌려간 기업들이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해서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늘었던 거야. 그러다가 이제는 ‘빚을 깎아달라’ ‘빚 갚는 시기를 늦춰달라’고 사정을 하는 거야.

돈이 말랐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가지야. 빌려준 돈을 무조건 회수하는 방법 하나, 자기돈을 늘리는 방법 둘. 빚을 깎아달라고 할 정도로 처지가 궁색해진 기업에 무작정 ‘빌려간 돈 갚아라’라고 말하기란 무척 어렵지 않겠어? 그랬다가 정말 그 기업이 망하기라도 하면 빌려준 돈 100% 몽땅 떼일 수도 있지. 그래서 통상 이럴 땐 자본금을 늘리는 선택을 해.

국책은행은 정부가 주인 노릇
자기돈의 10배 가까이 대출 늘려
전체 나라 경제 감안해야 할 처지
돈 빌려간 기업 사정 어려워지자
돈 꿔준 국책은행도 위험에 빠져

국책은행에 돈 채워넣어야 하나
정부와 한국은행 서로 떠넘기기
정부는 국회 허락 눈치 보이고
한은은 똑같은 일 반복될까 걱정
부실 방치했다간 민간은행도 위험

왜 국책은행만 이 지경까지?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 하고많은 은행들 중에 국책은행만 돈이 말랐을까? 이 질문을 바꿔 보면 이쯤 되겠지. ‘왜 국책은행의 돈을 빌려간 기업들만 사업을 못해서 빚을 못 갚겠다고 하는 걸까?’

사실 그래. 원래 지금 문제가 된 부실기업은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국민·하나·신한·우리은행 같은 민간은행에서도 돈을 많이 끌어다 썼지. 그런데 최근 5~6년 동안 빚을 옮겼다고 해. 한 예로 우리은행에서 100원 빌렸다가 나중에 국책은행에서 100원 빌려 그 돈으로 우리은행 빚 갚았다는 거야. 이 방식으로 민간은행은 이런 기업에 빌려준 돈이 많이 줄게 됐고, 국책은행의 대출금은 그만큼 불어나게 됐어.

여기서 그쳤으면 그나마 다행이야. 문제는 국책은행은 남의 은행 빚을 대신 갚아준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실기업에 계속 돈을 쏟아부었어. 다른 은행들은 돈 떼일까 봐 무서워서 더는 돈을 빌려주지도 않는데 국책은행들은 계속 빌려줬다는 말이야. 이런 과정을 거쳐서 부실한 기업이 은행권에서 빌려간 돈 중 70% 이상이 국책은행 돈이래.

바보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해볼 지점이 없는 건 아니야. 국책은행과 민간은행은 그 존재 목적 자체가 좀 다르거든. 민간은행은 그야말로 돈 벌기 위한 목적 하나로 움직이는 곳이야. 돈을 벌지 못할 것 같으면 기업이든 가계든 돈을 안 빌려줘.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말 들어봤지? 그런데 국책은행은 다르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면 돈을 빌려줘. 그게 의무이기도 해. 좀 고상한 말로 하자면,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기능’이 국책은행에 있다는 말씀.

그래 여기까지면 다행이지. 지금 논란은 국책은행 부실이 이런 바람직한 의무를 수행하다가 빚어진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대목이야. 물론 국책은행들은 그간 다양한 명분을 내걸었지. ‘모든 민간은행이 돈을 안 빌려주겠다고 할 때 국책은행이라도 빌려줘야 하지 않나’ ‘해운업은 3면인 바다로 이뤄진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산업이 아닌가’ ‘(돈을 빌리지 못해) 기업 여럿이 무너지면 나라 경제가 거덜나지 않겠나’.

그럴듯해 보여. 그래서 부실의 늪에 빠지는 국책은행을 보면서 그간 사람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입을 꾹 닫고 있었지.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아서야.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무작정 돈만 빌려줬던 거야. 돈을 빌려주면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제대로 경영을 하라고 다그치지도 않고 그런 부실기업의 회장님들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아가도 방치하기까지 했지. 회장님들은 좋은 차 몰고 좋은 집 살면서 좋은 음식까지 먹으며 콧노래를 불렀지만, 국책은행들은 눈을 감았지 뭐야.

누가 돈 채워 넣어야 할까

하여튼 돈이 말라버린 국책은행에 누군가는 돈을 채워 넣어줘야 해. 은행이 파산하면 안 되니까 말이야. 지금 그 문제로 경제 정책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한창 줄다리기 중이야. 원래 국책은행에 ‘자기돈’을 채워줄 책임은 정부에 있거든. 말 그대로 국책은행,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은행이니까.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돈을 내는 게 자연스럽지. 지금껏 쭉 그랬어. 지난해에도 정부가 곳간을 헐어 1조원 정도를 국책은행 중 하나인 수출입은행에 집어넣었어.

그럼 원칙대로 정부가 돈을 넣으면 되지 왜 한국은행하고 싸우느냐고? 혹시 정부도 돈이 없어서 그런 거냐고? 음, 타당한 질문이야. 차근차근 따져보자고. 일단 정부도 마음대로 곳간에서 돈을 꺼내 국책은행에 줄 수가 없어.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해. 정부라고 하더라도 나랏돈 마음껏 쓰면 안 되잖아. 그래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허락을 받도록 해놓은 거지.

정부는 이게 부담스러운 눈치인가 봐. ‘국책은행에 나랏돈을 좀 쓰겠습니다’ 하면 국회가 ‘그래’라고 쿨하게 허락해줄 것 같지 않아 보이거든. 사태가 왜 이 지경이 되도록 그동안 가만히 있었는지, 그 과정에 정부의 책임은 없는지, 심하면 누구누구는 물러나야 한다는 ‘문초’를 받는 모습이 눈앞에 선한 거야. 나랏돈이라는 게 다 국민 세금이거든.

그래서 정부는 이런 문초를 피할 수 있는 한 가지 묘안을 짜냈어. 그게 한국은행도 돈을 좀 내라는 거야. 한국은행은 돈을 스스로 찍어낼 수 있는 권한(발권력)을 갖고 있어. 한국은행 돈은 세금이 아닌 거지. 한국은행이 돈을 내면 굳이 무시무시한 국회를 피할 수도 있어. 이 정도가 정부가 한국은행보고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배경인 거 같아.

근데 한국은행 생각은 달라. 일단 국책은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왜 자기한테 손을 벌리냐고 말해. 또 발권력을 한 번 쓰게 되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은행에 손 벌리는 일이 자주 있을까 봐 걱정하지. 한 번 허물어진 한국은행 금고가 또 허물어지지 않으리란 법 없잖아.

여하튼 이 공방은 현재진행형이야. 일단 정부와 한국은행은 함께 모여서 뾰족한 방안을 찾아보자는 데까지는 합의한 상태야. 이 공방이 어떻게 끝날지는 쭉 지켜봐야겠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조조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조조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걸로 끝? 아니 시작!

정부와 한국은행이 머리를 맞댔으니 뭔가 조만간 뾰족한 수는 나올 거야. 그리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진행되겠지. 문제는 과연 이것이 끝일까라는 거야. 지금 거론되는 부실기업 몇 곳을 정리 또는 되살려놓는 것으로 이 모든 소동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지적이 많아. 우리 경제 전체에 취약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야. 구멍 하나를 막아놓아서 한숨 돌리는가 싶으면 또다른 곳에 구멍이 새는 식이지. 요모조모 따져보면 이 소동은 끝이라기보다는 시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

일단 부실기업 행진이 해운업에서 멈출지 자신하기 어려워.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몇 개 기업이 아니라 부실 위험에 놓인 업종이 여럿이야. 생각해보니 지난해 말에 언론들은 이런 주제를 담은 기획 기사를 쏟아냈지. “위기에 처한 한국의 주력 산업”. 다시 말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핵심 산업군들이 모조리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거야.

가계 빚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많은 건 알지? 기업만큼이나 가계도 비실비실대. 월급은 잘 늘지 않고 장사를 해도 돈 벌기가 어려워진 게 아주 오래됐어. 돈을 못 버니 사람들은 빚에 의존하게 된 거야. 기업이 부실해지는 순서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어떻게든 가계 빚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4~5년 전부터 형성됐으나,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어. 그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거지.

이렇게 부실기업 행진이 계속되고 가계 빚마저 폭탄처럼 뻥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국책은행 부실에 머물지만 민간은행들도 휘청댈 거야. 한두 군데는 정부한테 돈을 수혈받아야 될지도 모르지. 금융회사들이 비실대면 사업이 잘되는 회사들도 돈을 빌리기 어렵게 돼 망할 수도 있어. 가계도 마찬가지지. 수많은 사람들이 빚쟁이에게 쫓기며 우울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몰라.

우울하지? 그래서 지금이 중요해. 우리 경제는 이렇듯 수많은 잠재 폭탄을 안고 있어. 아직 터지지 않은 폭탄이 많은 건 분명 사실이지만, 또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해. 문제를 풀 시간 말이야. 그런 점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기업 몇 군데의 부실 처리나, 국책은행 부실 문제는 앞으로 터질 잠재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지 가늠해보는 시험무대라고 봐. 남 탓하고 자기 몸 사리는 데 급급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다 써버릴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지 지켜보자고.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며 재정·금융 분야를 다루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알기 쉽게 경제 현상을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쓴 책으로 <내 동생도 알아듣는 쉬운 경제>(사계절)가, 번역한 책으로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메디치미디어)가 있다. 딱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눈높이에서 경제 현상의 이면을 풀어준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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