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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아빠는 기름 넣고 남은 500원을 어디에 썼을까요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6-01-31 (일) 11:11 조회 : 1407
기름값이 하락한 이유는 기름을 사려는 쪽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름을 사서 기계를 돌려 물건을 팔아봤자 돈 벌 가능성이 낮다 보니 아예 기름을 사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사진은 2008년 6월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에서 관계자들이 주유소로 운반할 석유 완제품을 유조차에 적재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기름값이 하락한 이유는 기름을 사려는 쪽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름을 사서 기계를 돌려 물건을 팔아봤자 돈 벌 가능성이 낮다 보니 아예 기름을 사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사진은 2008년 6월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에서 관계자들이 주유소로 운반할 석유 완제품을 유조차에 적재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13) 기름값 하락
“비싸도 너무 비싸.”

아빠 엄마의 이런 푸념, 듣지 못한 지 2년은 됐을 거예요. 주유소에서 말이에요. 그간 기름값 많이 내렸거든요. 2년 전엔 휘발유 1ℓ(작은 우유팩 5개를 채우는 양) 사는 데 1900원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같은 양을 차에 넣어도 1400원이면 돼요. 1ℓ당 500원 정도 내린 거지요. 이 정도로 싼 기름값은 2006년 이후 딱 10년 만이에요.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시는 엄마·아빠라면 한결 싸진 기름값 덕택에 한달에 수십만원을 절약하고 있을 거예요. 트럭이나 굴착기 운전을 하고 계신다면 주머니가 좀더 두둑해지셨을 것 같아요. 중장비 기계에는 여러분이 타는 승용차보다 기름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니까요.

기름값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활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어요. 가뜩이나 불황인 상황에서 기름값 하락이 한줄기 희망처럼 다가왔죠. 기름 사는 데 들어가는 돈이 줄어들어 주머니가 두둑해진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물건을 사고 여행도 많이 다닐 것 같았어요. 기업도 직원 임금을 올려주거나 더 나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늘릴 거라고 다들 믿었어요.

그런데 이 예상 혹은 믿음은 들어맞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경제가 여전히 수렁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도 엄마 아빠한테서 살림살이 더 나아졌다는 말씀 잘 듣지 못했지요? 장난감 선물을 더 많이 받았거나 소풍을 더 자주 다녀왔다는 친구보다 엄마 아빠 씀씀이가 줄었다고 불평하는 친구가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분도 알 거예요.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을요. 기름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값이 떨어지면 좋은 일 아니겠어요? 실제로 과거엔 이 말이 정답이었죠. 기름값이 올라서 걱정이었지 내려서 걱정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오일 쇼크’의 추억을 아시나요

기름값과 우리나라 경제는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어요. 기름값이 싸지면 우리 경제는 잘 돌고, 비싸지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이지요. 그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나라는 기름이 나지 않아 전량 수입해야 하는 형편이고, 물건을 다른 나라에 내다 팔아 살아가는 경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쉽게 풀면 이래요. 기름값이 비싸면 기름을 캐내어 파는 다른 나라에 비싼 돈을 주고 사와야 하잖아요? 일단 여기서 돈이 많이 나가요. 또 비싸게 주고 사온 기름으로 기계를 돌려 만든 물건값도 올라요. 비싼 물건을 다른 나라에 내다 팔려다 보니 다른 나라 물건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그래서 기업들 돈벌이가 줄어요. 기업이 돈을 못 버니 직원들 임금도 덜 오르거나 심지어는 일자리를 잘 늘리지 않아요. 사람, 기업 할 것 없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지요.

1970년대 말 석유 파동 혹은 오일 쇼크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사건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이란 등 기름을 생산해 파는 나라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기름을 덜 생산하기로 결정하자, 기름값이 순식간에 급등했어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기름을 사다 쓰는 나라들의 경제는 금세 엉망진창이 됐어요. 기름값 상승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사람들이 ‘쇼크’란 말을 갖다 붙였던 사건이죠.

거꾸로 기름값이 쌀 때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요. 쉽게 상상이 가죠? 기름 사는 비용이 줄고, 물건값도 싸지게 되죠. 기업 주머니는 두둑해지며, 가계 형편도 나아져요. 일자리도 늘고 임금도 오르고요. 1980년대 우리나라 경제가 빠른 성장을 하게 된 밑바탕에도 값싼 기름값이 있었어요. 우리나라처럼 기름을 주로 사다 쓰는 나라들도 대체로 이와 같은 기름값과의 관계를 가져요. 미국, 중국, 일본 같은 나라들이지요.

기름을 내다 팔아 돈을 버는 나라들은 정반대의 모습이겠지요? 기름값이 오르면 돈을 많이 벌게 되고, 내리면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에요. 기름이 많이 매장돼 있고 많이 파는 나라들은 기름값이 오를 때 돈을 많이 긁어모아서, 그 돈으로 다른 나라의 비싼 빌딩과 같은 부동산은 물론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들을 많이 사들이기도 해요. 아랍 왕자들이 부자인 이유도 다 비싼 기름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벌어서이죠.

이렇게 정리를 해봐요. ‘기름값이 떨어지면 기름을 파는 나라에 몰린 돈이 기름을 사들이는 나라로, 기름값이 오르면 기름을 사는 나라에서 기름을 파는 나라로 돈이 흘러간다.’

이렇게 싼 휘발유값 10년만이래요
2년만에 1ℓ당 500원 떨어졌죠
이제 우리 경제 걱정 없어요
여러분 살림살이도 나아지겠죠
아니라고요? 공식이 깨졌다고요?

갑자기 기름값이 떨어져버려
기름 파는 나라들이 씀씀이 줄여요
사우디가 우리나라 자동차 구매를
1년 전보다 30%나 줄였대잖아요
만세만 부를 수 없는 이유랍니다

휘발유값이 1400원대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9월 서울시 동작구 한 주유소 풍경.  연합뉴스
휘발유값이 1400원대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9월 서울시 동작구 한 주유소 풍경. 연합뉴스

깨진 공식 1- 그럼에도 경제는 안 살아나요

요즘에는 이런 ‘단순한’ 공식이 잘 들어맞지 않아요. 세계경제가 한층 ‘복잡’해졌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경제도 그 복잡성 때문에 기름값이 떨어져도 경제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는 거예요.

먼저 기름값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라요.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기준으로 기름값을 따져보면, 말 그대로 수직 낙하하고 있지요. 높은 건물에서 공이 떨어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기름값이 반 토막, 또다시 반 토막 나고 있다는 뜻이에요. 두바이유(아랍 지역에서 생산되며, 우리나라가 주로 사들이는 기름의 종류) 기준으로 2014년 1월 기름값이 100원이었다면 올해 1월에는 25원 정도예요. 2년 새 기름값이 반의반 토막이 된 거예요.

이렇게 갑자기 기름값이 떨어지면 기름을 파는 나라들이 큰 곤란을 겪게 돼요. 기름을 팔아 벌어들이는 수입이 순식간에 줄어들기 때문이죠. 수입이 줄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씀씀이를 줄여야 하고, 돈 될 만한 재산은 얼른 팔아치워야 해요. 월급이 순식간에 반 토막이 된다면, 아빠가 어떤 결정을 할지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될 거예요.

기름 파는 나라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게 무슨 문제냐고요? 이렇게 생각해봐요. ‘기름을 판 돈으로 뭘 할까?’ 그렇죠. 다른 나라에서 만든 자동차나 텔레비전 같은 물건을 사는 데 쓰겠죠. 그런데 갑자기 번 돈이 줄어들면 이런 물건들을 사지 못하거나 덜 사게 되고, 이런 물건을 파는 나라들도 돈을 덜 벌게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처럼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나라들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지난해 10~12월 3개월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나라 자동차를 사는 데 쓴 돈은 1년 전보다 30%나 줄어들었다고 해요. 기름값 떨어졌다고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이 만세 부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이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냉장고와 같은 나머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 대부분이 마찬가지 처지에 놓여 있어요.

두번째는 기름 파는 나라들이 재산을 마구 팔고 있다는 거예요. 앞에서 기름 파는 나라들이 다른 나라 주식이나 채권, 심지어 빌딩 같은 부동산을 많이 샀다고 했잖아요? 그런 재산을 무더기로 팔았거나 팔려고 하고 있어요. 이렇게 재산을 한꺼번에 팔다 보니, 다른 나라 주식·채권 값이 빠르게 내리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쳐요.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지는 거죠. 요즘 전세계 금융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기름값 급락으로 궁지에 몰린 기름 파는 나라들이 재산을 한꺼번에 팔아치우고 있어서랍니다.

깨진 공식 2- 기름을 안 사니까 떨어졌어요

공식이 깨진 또다른 이유를 알기 위해선 기름값이 떨어진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일단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그래요, 사는 쪽과 파는 쪽 사이의 흥정을 통해 가격이 정해져요. 공책값을 생각해봐요. 공책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거나 파는 공책이 줄어들면 공책값은 오르고, 그 반대라면 내리겠죠.

기름값도 마찬가지랍니다. 지금은 기름을 사려는 사람이 줄고 있어요. 갑자기 내다 파는 기름 양이 크게 늘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기름을 사려는 쪽이 줄어드는 이유는 그만큼 경제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에요. 기름을 사서 기계를 돌려 물건을 팔아봤자 돈 벌 가능성이 낮다 보니 아예 기름을 사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에요.

기름값 하락은 나쁜 경제 상황을 가져온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과이기도 하다는 말이에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기름값이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고도 볼 수 있다는 거지요. 문제는 나쁜 경제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2008년에 세계에 몰아친 금융위기 이후 정상 궤도로 경제가 회복된 나라는 거의 없어요. 7년째 세계경제는 침체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지요.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 누가 기름을 사겠어요?

이런 이유로 기름 외에도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구리나 철과 같은 원자재값도 모두 바닥을 치고 있지요.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런 원자재값이 다시 오르기 어렵고, 떨어진 원자재값이 더욱 세계경제를 어려운 상황으로 내모는 악순환 고리가 점점 더 두터워지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을 쉽게 넘어서기 어려울 거라고 보고 있어요. 비관론이 넓게 퍼져 있어요. 어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비정상이 아니라 새로운 정상이라고 봐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어요.

그 500원을 허투루 쓸 수가 없겠죠

기름값이 떨어져도 경제 형편이 좋아지지 않는 이유를 하나 꼽자면 무거운 빚더미예요. 세계 어느 나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빚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어요. 정부도 빚이 많고 가계도 빚더미에 올라 있어요. 기업 역시 빚을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지요. 가계 빚은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꾸준히 오른 부동산값 탓에 늘어났고요, 정부 빚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많이 풀어서 불어났지요. 기업 빚 역시 이 과정에서 늘었고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가계 빚이 다른 나라에 견줘 매우 많은 편에 속하고 정부 빚은 비교적 적은 쪽에 속한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지요.

이렇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 많다면, 누구나 돈을 쓰기가 망설여지기 마련이지요. 설령 공돈이 생기더라도 돈을 쓰기보다는 빚을 갚으려 할 거예요. 기름값이 크게 떨어져 지갑이 두툼해졌다손 치더라도 쉽게 물건 사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죠?

다시 아빠와 엄마 이야기로 돌아가 봐요. 기름값이 떨어져서 생긴 500원, 어떻게 쓰고 계실까요? 아마도 집을 사느라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는 데 쓰셨거나 아니면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을 대비해 저축을 하셨을 거예요. 하고 계시던 사업이 어려워졌거나 다니시던 직장을 잃으셨다면 500원을 더욱 허투루 쓰지 못하셨을 것 같아요.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며 재정·금융 분야를 다루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알기 쉽게 경제 현상을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쓴 책으로 <내 동생도 알아듣는 쉬운 경제>(사계절)가, 번역한 책으로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메디치미디어)가 있다. 딱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눈높이에서 경제 현상의 이면을 풀어준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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