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 조영남 교수 ‘중국 엘리트 정치’ 전모 분석
“공산당은 각계 상위 5% 결합체…2022년 당대회 주목”
중국의 엘리트 정치-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
조영남 지음/민음사·3만원

“문화대혁명의 부활? 마오쩌둥 떠올리게 하는 시진핑” “시진핑, 황제 능가하는 권력 추구하나”…. 올해 들어 중앙 일간지에 등장했던 기사의 제목들이다. 이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일인지배 체제를 구축했다’는 식의 보도들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자신을 “마르크스에 황제를 더한 존재”라고 부른 마오쩌둥 전 국가 주석의 이름을 합성해 ‘마오진핑’ ‘시쩌둥’이란 용어가 공공연히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분석은 과연 정확한 것일까.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펴낸 신작 <중국의 엘리트 정치>에서 이 문제를 포함해 중국 엘리트 정치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면으로 다룬다. 이 책은 2016년 출간해 주목을 받았던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전 3권)에 이어 5부작으로 예정한 ‘현대 중국 연구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2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중국 공산당을 모르면 중국을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공산당은 노동자, 농민, 지식인 등 중국 각계각층의 상위 5%를 이루는 엘리트들의 결합체다. 그들 중에서도 핵심인 엘리트 정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중국 관련 현안들과 엘리트 정치 체계에 관해 물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건국 70주년 국경절 열병식이 진행되기에 앞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장쩌민(오른쪽), 후진타오(왼쪽) 전 국가 주석과 함께 열병식 행렬을 격려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건국 70주년 국경절 열병식이 진행되기에 앞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장쩌민(오른쪽), 후진타오(왼쪽) 전 국가 주석과 함께 열병식 행렬을 격려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1일 건국 70주년 기념식을 어떻게 봤나.

“기념식 메시지는 새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덩샤오핑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시진핑의 시대다. 덩샤오핑의 약속이었던 인민을 부유하게 해주겠다는 ‘전면적 소강 사회’를 중국은 40년 만에 달성했다. 1978년에 하루 수입이 1달러 이하인 절대 빈곤층이 인구의 85%, 7억5천만명이었다. 이 숫자가 지난해 1.1%, 1660만명으로 줄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빠른 시간에 대규모로 빈곤을 해결한 사례가 없다. 이제 시진핑은 건국 100주년, 즉 2049년까지 미국을 넘어선 세계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열병식에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초음속 무인정찰기 등 신무기들은 군사력으로도 이것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줬다.”

-같은 날 홍콩 송환법 시위 중 고교생이 실탄을 맞는 일이 발생했다.

“건국 기념식이 중국의 성과를 보여줬다면, 홍콩 시위는 당면 과제가 뭔지 보여줬다. 홍콩과 대만은 중국으로선 가장 아픈 곳이다. 홍콩 시위대가 자신들이 요구한 송환법 철회는 받아냈다. 하지만 행정장관 직선제 같은 나머지 4개 요구사항은 중국으로선 헌법에 위배되는,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사안이다. 이제는 승리한 현재 상태에서 시위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를 만들어 조직화하고, 11월 홍콩 구의원 선거도 대비해 정책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시위를 대표하는 조직이 없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홍콩 정부와 교섭할 수도 없고, 시위를 마무리 지을 수도 없다. 앞으로 시위가 장기화하고 시민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소수 과격 시위대만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정치에서 민주주의 시대가 가고 약육강식, 실리주의의 스트롱맨의 시대가 왔다. 그래서 홍콩 시위가 났는데도 이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국제기구나 지도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정치에서 민주주의 시대가 가고 약육강식, 실리주의의 스트롱맨의 시대가 왔다. 그래서 홍콩 시위가 났는데도 이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국제기구나 지도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국이 무력 진압할까?

“중국이 군부대인 인민무장경찰부대를 투입하거나, 계엄령을 선포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는 않을 거라 본다. 계엄령을 선포하는 순간 홍콩의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지위가 날아가 버린다. 세계 금융회사들이 홍콩에 뒀던 아시아 총괄 지부를 옮겨가 버릴 것이다. 게다가 이는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란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꼴이 된다. 홍콩에 군대를 보내면, 대만 사람들은 자기들한테도 군대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겠나. 중국은 이런 선택은 하지 않는 대신 시간을 끌며 시위가 약화되길 기다릴 거다.”

-시진핑의 일인지배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언론에서 시진핑 체제가 일인지배라고 말하는 건 뭘 몰라서 하는 소리다. 학자들도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의 정치 체제가 집단지도란 것, 마오쩌둥의 일인지배가 뭔지 알기 때문이다. 한 예를 보자. 시진핑은 공산당 총서기, 국가 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직위가 10개가 넘는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감투 수집가’라고 별명을 지어줬을 정도다. 감투가 많다는 것은 지위가 불안하다는 뜻이다. 마오는 문화대혁명 때 중앙문혁소조를 하나 만들어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같은 모든 중앙 기구를 대체해버렸다. 직위 하나 없이 중국을 다스린 그야말로 ‘사회주의 황제’였다. 이런 걸 일인지배라고 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해 8월 이후로 시진핑 개인 선전을 금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동시에 리커창의 당내 지위가 상당히 올라갔다. 시진핑이 이끈 정풍운동과 시진핑 사상의 공식 이념화 등 권력 공고화 조치는 장쩌민, 후진타오도 다 했던 일들이다. 시진핑의 권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후진타오는 분권형이었고, 시진핑은 집권형이지만 집단지도라는 틀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국 언론의 주도로 ‘진시황제가 부활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계속 퍼진다. 중국을 미국보다 수준이 낮은 후진국으로 보이게 해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다.”

<중국의 엘리트 정치>를 낸 조영남 서울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국의 엘리트 정치>를 낸 조영남 서울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런 오해가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킬까.

“정부가 대중국 외교와 산업 정책을 짤 때 오판할 수 있다. 일인지배가 사실이라고 하면, 마오쩌둥 때 대약진운동과 문혁 같은 정책 실패와 경제 위기가 이어질 것이고, 결국 중국 체제는 붕괴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에 투자할 이유도 없고, 외교에 신경 써야 할 이유도 없다. 한미동맹만 믿고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면 된다. 이런 식의 중국붕괴론이 1990년대부터 나왔지만 20년 동안 실현된 적이 없다. 현실은 반대다. 중국은 경제나 외교 정책에서 거의 실수가 없다. 아주 노련하다. 학계에서 2035년 무렵이면 중국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같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다.”

-책에서 2022년으로 예정된 20차 공산당 대회를 분수령으로 전망했다.

“이 대회에서 시진핑이 국가 주석과 중앙군위 주석뿐만 아니라 공산당 총서기에도 다시 취임함으로써 권력 이양을 아예 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는 사실상 일인지배가 시작되는 걸 의미한다. 시진핑의 강력한 권력욕과 2049년에 ‘중국의 꿈’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놓고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시진핑이 중앙군위 주석과 국가 주석을 계속 맡고, 공산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를 ‘제6세대’ 지도자에게 이양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시진핑이 주도하는 집권형 집단지도이지 일인지배는 아니다. 이미 중국은 세계를 움직이는 국내총생산 14조 달러의 나라다. 제도화된 정치 체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권력 승계가 일어나도 국가 자체는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중국의 엘리트 정치>를 낸 조영남 서울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중국의 엘리트 정치>를 낸 조영남 서울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드 배치나 미중 무역분쟁처럼 한국이 어느 편도 들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이 많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선택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 미국과도, 중국과도 협력할 일은 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북한 문제가 남아 있는 한 필요하다. 하지만 미-일의 ‘인도 태평양 구상’ 이런 데는 들어가선 안 된다. 인도부터가 비동맹외교를 하는 나라로, 중국과도 밀접한데 여기에 낄 이유가 없다. 성사될 가능성이 극히 적은데도 여기에 들어가서 중국과 갈등한다는 것은 국익의 관점에서 말이 안 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