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동물 대멸종 원인 탐구
이산화탄소가 주범으로 꼽혀
“인류는 운이 좋아 지구상 생존”
탄소 배출 안 줄이면 장담 못해
대멸종 연대기
-멸종의 비밀을 파헤친 지구 부검 프로젝트
피터 브래넌 지음, 김미선 옮김/흐름출판·2만2000원

지금으로부터 66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술루브에 지름 10㎞쯤 크기의 소행성이 내리꽂혔다.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큰 돌덩이가 총알보다 20배나 빠른 속도로 날아와” 지구를 강타했다. 이 충돌은 깊이 32㎞, 너비 177㎞라는 거대한 구덩이를 남겼다. 소행성 충돌로 1억3600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 온 공룡이 멸종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정말 공룡을 멸종시킨 게 소행성이었을까? “만약에 공룡을 살해한 게 우주의 돌 ‘하나’였다면, 그것은 독특한 재난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공룡 멸종을 부른 대참사가 소행성 충돌보다는 인도 서부의 화산 활동, 또는 두 사건이 함께 작용한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칙술루브가 총이었고, 데칸 트랩(인도의 현무암 지대)은 총알이었다는 게 답일 겁니다.”(캘리포니아대학 지질학자 마크 리처즈)

티라노사우루스(티렉스)와 하늘을 맴돌고 있는 소행성. 이 다음 순간 일어난 파국적 충돌은 냉전 기간에 모든 핵무기가 터졌을 경우보다도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했을 것이다. ⓒDouglas Henderson, 흐름출판 제공
티라노사우루스(티렉스)와 하늘을 맴돌고 있는 소행성. 이 다음 순간 일어난 파국적 충돌은 냉전 기간에 모든 핵무기가 터졌을 경우보다도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했을 것이다. ⓒDouglas Henderson, 흐름출판 제공
<대멸종 연대기>는 최근 5억년 사이에 동물이 맞은 5차례 대멸종의 원인과 인류의 등장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멸종 사태를 살펴보며 인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지질학자, 고생물학자 등을 인터뷰하고, 함께 화석을 주우러 다니면서 까마득한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책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동물의 대멸종이 외계의 충격보다는 지구 내부의 원인, 즉 지질 활동에 따른 기후와 해양의 변화로 빚어진 것이라고 한다. 대량살상범으로 이산화탄소가 지목된다. “고이산화탄소 시기―그리고 특히 이산화탄소 수준이 빠르게 상승한 시기―가 대멸종과 일치하는 것은 꽤 분명하다.”(워싱턴대학 고생물학자 피터 워드)

지구의 지배자들이 바뀐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대멸종을 통해서였다. 흐름출판 제공
지구의 지배자들이 바뀐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대멸종을 통해서였다. 흐름출판 제공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증가한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지구에 등장한 동물들은 오르도비스기 말(4억4500만년 전)에 첫 번째 대멸종을 맞는다. 오르도비스기는 지구의 생물종 수가 세 배로 늘어 다양성이 최대로 확장된 시기였다. “온화하던 오르도비스기 세계는 끝에 가서 느닷없는 빙하시대로 갑작스레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그런 다음 유독한 바다의 물결로 다시 벌을 받았다.” 동물들이 얕은 바다에 살았고, 애팔래치아 산맥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남극 주변에 초대륙(곤드와나)이 있었다는 사실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인 것 같아요. 탄소 순환이 심각하게 급속하게 변하면, 좋게 끝나지 않는다.”(오하이오주립대 지질학자 매슈 살츠만) 생명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500만년이 걸렸다.

두 번째 대멸종은 ‘어류의 시대’인 데본기 후기에 찾아왔다. 타격은 두 차례, 3억7400만년 전, 그리고 3억5900만년 전에 가해졌다. 식물이 멸종을 부추겼다는 의심을 받는다. “데본기 후기의 두 대멸종 사건 모두가 저마다 급격한 한랭화 및 대륙 빙하작용과 관련되었습니다.”(신시내티대학 지질학자 토머스 앨지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또 식물의 뿌리는 땅을 파고들고 암석을 깨뜨려 인과 같은 영양분을 풀어놓았다. 영양분은 강으로 씻겨 들어가 해양의 플랑크톤을 증식시켰고 산소가 감소했다. 물고기는 떼죽임을 당했다. 이산화탄소의 감소는 기온을 뚝 떨어뜨렸다. “세상이 꽃을 피우자 행성은 얼어붙었다.” 이 시기 우리의 물고기 조상은 육상에 첫발을 내딛는 모험을 했다. 물 속의 포식자들로부터 탈출을 감행한 것이다.

트라이아스기의 판게아. 시베리아 트랩은 판게아 북부에서 분출했고, 이 그림에서는 북반구 시베리아의 칙칙한 회갈색 띠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흐름출판 제공
트라이아스기의 판게아. 시베리아 트랩은 판게아 북부에서 분출했고, 이 그림에서는 북반구 시베리아의 칙칙한 회갈색 띠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흐름출판 제공
땅으로 올라간 어류가 페름기에는 파충류와 포유류로 갈라졌다. 원시 포유류가 지배한 페름기 말(2억5200만년 전) 최악의 대멸종 사태가 벌어졌다. “시베리아의 안팎이 뒤집히면서 부글거리는 용암이 수백만㎢를 뒤덮고 화산 가스가 대기로 쏟아져 나왔다.”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쏟아놓을 때 벌어지는 “최악의 각본”이었다. 이전 대멸종기들에도 살아남았던 삼엽충이 사라졌고, 곤충도 곤충 역사상 유일한 자연적 격감을 겪었다. 시베리아 트랩(시베리아와 러시아 전역의 현무암 지대)이 용의자다. “대륙성 홍수 현무암의 일차적 살해 수법은 엄청난 부피의 화산 가스를 방출하는 것이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가스는 이산화탄소였을지도 모른다.” 기온이 올랐고, 오존층은 파괴됐으며 바다는 산성화됐다. 동물의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대륙들이 이동해 합쳐져 초대륙 ‘판게아’로 있었던 것도 대멸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우리가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있는 속도는 페름기 말 동안의 속도보다 열 배는 더 빠르거든요.”(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지구과학자 리 컴프)

2000만년 뒤 비가 내리고 또 내렸다. 지구는 천천히 식어갔다. 트라이아스기는 악어의 조상들이 지배했다. 파충류의 시대가 온 것이다. 트라이아스기 말(2억100만년 전) 판게아가 찢어지며 전 지구적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화산 가스가 방출되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을 부른 사태가 똑같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쥐라기, 공룡의 시대가 도래했다. “방해받지 않은 채로 있었다면 무한히 계속되었을 수도, 조금 더 진화한 공룡의 후손이 지배하는 어떤 세상에서 인간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캘리포니아대학 지질학자 월터 앨버레즈) 인류는 운이 좋았다. 공룡은 백악기 말(6600만년 전) 멸종했다. 새를 제외하고는. “지난 3억년 안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세 번의 대멸종은 모두 대륙 규모의 거대한 용암 홍수―상상을 불허하는 분출―와 관련이 있다. (…) 대륙을 통째로 뒤집을 힘이 있는 바로 그 화산은 기후와 해양에도 종말이라고 할 만한 혼돈을 일으킬 수 있다.”

지은이는 인류가 등장하면서 벌어진 플라이스토세 멸종(5만년 전)도 짚는다. “우리는 해마다 화산보다 10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는 지구 온도조절장치가 암석 풍화와 해양 순환을 통해 따라잡는 능력을 한참 추월한다.” 지금의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저자는 100년 안에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을 따져보고, 8억년 후의 마지막 멸종도 추측해 본다. 양상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이보다 더 운이 좋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구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쏟아붓는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하나의 문명으로서 다음 수십 년 사이에 내리는 결정들은 우리 종이 과거에 존재해온 기간보다 두 배는 더 먼 미래까지의 기후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촉박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