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기획
백두대간 침엽수 고사 현장
지난달 28일 지리산 천왕봉 동쪽 능선에서 칠선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능선 일대를 항공촬영한 모습.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 등 고산 침엽수가 집단 고사해 숲이 회색으로 얼룩져 있다. 서재철 제공
지난달 28일 지리산 천왕봉 동쪽 능선에서 칠선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능선 일대를 항공촬영한 모습.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 등 고산 침엽수가 집단 고사해 숲이 회색으로 얼룩져 있다. 서재철 제공

최근 몇년 사이 백두대간의 침엽수들이 말라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꾸려진 조사단이 지난달 말 항공모니터링을 통해 백두대간 침엽수 고사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조사단에 참여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모니터링 결과를 글과 사진으로 보내왔다.

죽어간다.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다.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백두대간 고산 침엽수의 쇠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은 한반도 남한의 대표적인 고산지역 깃대종(한 지역의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식물)이다. 이 나무들이 모두 죽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은 겨울과 봄의 수분스트레스(식물에 물이 부족해 생기는 스트레스)다. 상록수인 이 나무들은 고산지역의 척박한 곳에서 산다. 활엽수와 달리 사시사철 수분 공급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겨울철의 수분 공급원인 눈이 점점 적게 내리고 빨리 녹아 증발하면서 침엽수들이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2016년 4월 녹색연합이 발표한 ‘한반도 침엽수 집단고사 보고서’를 통해서 지리산, 덕유산, 설악산 등의 고산 침엽수의 죽음이 알려졌다. 같은 해 9월에는 소백산, 태백산과 오대산 등에서 비슷한 상황이 보고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지난해 5월부터 전국의 고산지역 침엽수 서식 실태와 고사 현황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올해 2월부터는 민관 합동으로 ‘백두대간 멸종위기 침엽수 항공조사단’을 꾸려 항공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고산 침엽수는 해발 1200~1900m 고산지역의 봉우리와 능선에 주로 서식한다. 그래서 죽어가는 현황을 파악하려면 지상조사, 위성분석과 함께 헬기 등 항공 수단을 통해서도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지리산 천왕봉 주변을 항공촬영한 모습. 군데군데 침엽수들이 고사해, 가지만 생선뼈처럼 앙상하게 남아 있다. 서재철 제공
지난달 28일 지리산 천왕봉 주변을 항공촬영한 모습. 군데군데 침엽수들이 고사해, 가지만 생선뼈처럼 앙상하게 남아 있다. 서재철 제공
구상나무는 잎갈이를 하는 나무가 아닌데도 가지에 잎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구상나무가 죽어갈 때 마지막엔 잎이 다 떨어진다.(2017년 8월)   서재철 제공
구상나무는 잎갈이를 하는 나무가 아닌데도 가지에 잎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구상나무가 죽어갈 때 마지막엔 잎이 다 떨어진다.(2017년 8월) 서재철 제공
지리산 주 능선에서 한 구상나무가 고사하면서 이끼가 붙어 있는 껍질이 떨어져나가고 있다. 구상나무가 죽어가면 잎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줄기의 껍질도 벗겨진다.(2017년 4월) 서재철 제공
지리산 주 능선에서 한 구상나무가 고사하면서 이끼가 붙어 있는 껍질이 떨어져나가고 있다. 구상나무가 죽어가면 잎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줄기의 껍질도 벗겨진다.(2017년 4월) 서재철 제공

지난 5월27~29일 항공조사단은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태백산 등에 대한 항공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고산 침엽수의 밀도가 높지 않은 태백산, 소백산은 고사목이 적게 보였다. 하지만 덕유산부터는 고사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지리산은 죽어가는 양상도 확인됐다. 동부 지리산의 경우는 고사의 정도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죽어서 회색이나 흰색의 앙상한 고사목으로 서 있는 경우가 쉽게 관찰됐다. 시름시름 죽어가는 모습도 확인된다. 수분스트레스로 생육이 좋지 않아서 잎의 변색과 탈색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상록수 특유의 진한 녹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헬기에서도 파악될 정도였다.

민관합동 백두대간 항공모니터링
지리산 등의 구상나무, 분비나무
기후변화로 수분 부족해지며 고사
“침엽수 죽음 뒤 생태계 변화 준비를”

지리산 구상나무는 동부의 천왕봉과 서부의 반야봉을 거점으로 서식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에서만 살아가는 국제적인 보호종이다. 북한에는 없고 한라산과 지리산이 주된 터전이다. 한라산에서는 2014년부터 멸종 경고등이 울리면서 떼죽음이 본격화됐다. 지리산도 2016년부터 반야봉을 중심으로 집단고사가 보고됐다. 지난달 11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생육부진에 시달리며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정점이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이 지리산에서 끝난다. 지리산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의 죽음은 백두대간 전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허태임 박사는 “기후변화의 적응 대책은 생물 다양성이 핵심”이라며 “고산 침엽수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는 것은 미래 산림정책과 환경정책에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태백산 정상에서 분비나무들이 집단고사한 모습.(2017년 9월)   서재철 제공
태백산 정상에서 분비나무들이 집단고사한 모습.(2017년 9월) 서재철 제공
태백산 정상 주변의 분비나무 잎이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는 모습.(2017년 9월) 서재철 제공
태백산 정상 주변의 분비나무 잎이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는 모습.(2017년 9월) 서재철 제공

침엽수가 사라지면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올지 준비가 필요하다. 침엽수 이외 활엽수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이제 본격적으로 살펴야 한다. 기후변화는 관찰과 관심이 대응의 시작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 백두대간 멸종위기 침엽수 항공조사단

-산림항공본부 이경수 기장, 이동규 기장, 유재봉 항공검사관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함태식 사무관, 윤인혁 주무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허태임 박사, 육혜민 조사원, 박채영 조사원
-한국산림보호협력센터 송홍선 박사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