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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명에 관한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1-02-07 (일) 12:12 조회 : 1133
침팬지, 보노보, 인류는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으나 영장류의 행동 특성이나 기원을 설명할 때 주로 언급되는 건 호전적 성향의 침팬지뿐이다. 지은이는 “살인·강간·약탈과는 거리가 먼 평화지향적 성향의 보노보도 침팬지만큼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어린 보노보. 게티이미지뱅크
침팬지, 보노보, 인류는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으나 영장류의 행동 특성이나 기원을 설명할 때 주로 언급되는 건 호전적 성향의 침팬지뿐이다. 지은이는 “살인·강간·약탈과는 거리가 먼 평화지향적 성향의 보노보도 침팬지만큼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어린 보노보. 게티이미지뱅크

문명의 역습: 우리는 문명을 얻은 대신 무엇을 잃었는가
크리스토퍼 라이언 지음, 한진영 옮김/반니·1만8000원

‘남은 음식을 보관하기 가장 좋은 곳은 친구의 뱃속이다.’ 공동체 유대가 끈끈한 선진국에서나 쓰일 법한 속담이지만, 실제 이 말의 주인은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한 아프리카 부족이다. 특별한 저장 기술이 없는 원시 부족에게는 친구가 곧 냉장고이기 때문이다. “모든 수렵채집인에게 유일한 보험은 주변 사람들의 후한 마음이다.”

흔히 ‘야생’이란 단어에서 생존을 위한 피 튀기는 혈투를, ‘문명’이란 단어에서는 점잖고 평등한 분배를 떠올리지만 이런 연상은 완전히 틀렸다는 게 <문명의 역습> 지은이 크리스토퍼 라이언의 주장이다. 우리 선조인 수렵채집인(그날 구한 식량은 그날 먹는다)이야말로 철저한 평등주의를 실현하고 자연에 감사할 줄 아는 너그러운 이들이었고, 반대로 문명의 세례를 받은 현대인들이야말로 무자비한 경쟁과 아찔한 불평등 탓에 어느 때보다 불행하고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문명과 야생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전복하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이 급진적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 선조인 수렵채집인의 실제 삶은 어땠는지, 문명을 찬양하는 ‘영속적 발전론’이 현대인에게 어떤 고통을 선사했는지를 차례로 논증한다.

먼저 우리 선조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추론하기 위해 현존하는 다양한 수렵채집 부족을 관찰한 결과를 소개한다. “피라항족이 아마존 정글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사막에서 선인장이 느끼는 편안함과 똑같은 성질의 것이다. 그들의 삶이 쉽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만나는 어려움과 위험은 까마득하게 오랜 세대 동안 경험해 왔기에 친숙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과 나는 지난 세대에 어떤 인류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다.” ‘아는 위험’과 ‘모르는 위험’ 중 더 고통스러운 건 후자이기에, 발전과 진보를 당연시하고 재촉하는 문명의 삶이 더 고통스럽다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또 문명 이전의 삶을 “고립되어 있고, 빈곤하고, 위험하고, 짐승 같고, 수명도 짧”은 지옥으로 그렸던 토머스 홉스의 묘사는 완전히 틀렸으며, 오히려 1만 년 전 “우발적 부산물로” 농업이 발명된 뒤 사유재산을 축적할 수 있게 되고 계급이 생겨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은 악화 일로를 걷게 되었다는 의견도 강하게 밀고 나간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업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라고 표현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역사의 최대 사기”라고 했던 유발 하라리를 인용한다.

그러나 문명 이전의 삶이 더 나았다고 해서 돌아가기에 인류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남은 대안은 수렵채집인의 사고방식을 현대인의 삶에 녹여내는 것뿐이다. 지은이가 “수직적 기업 구조를 동료 네트워크에 기반한 수평적 조직으로 대체하고”,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 전쟁에 쓸 돈을 모아 세계적 차원의 기본소득제를 실시하자”는 등 ‘미래를 향한 선사시대의 길’을 절박하게 호소하는 이유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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