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ㅣ 작가

글쓰기 강연을 할 때 가장 가슴 아픈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다. “작가님, 저도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런데 작가로 살면 과연 먹고살 수 있을까요.” 나는 솔직히 “힘들다”고 대답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글쓰기로 먹고살 수 있는가’보다도 ‘글을 쓸 수 없다면, 과연 살 수 있는가’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20년간 글쟁이로 살며 늘 ‘원고청탁이 끊어지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공기처럼 흡입하며 살았지만, ‘글을 쓰지 못하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글쓰기를 그만두지 못했다. 글쓰기에 대한 내 사랑이 좀 더 환하고, 해맑고, 구김살 없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글쓰기가 ‘90퍼센트의 고통과 10퍼센트의 기쁨’이라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글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나’를 알기에,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다. 대한민국에서 글을 쓰며 살아가는 많은 작가들이 그럴 것이다. 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져도 ‘투잡’을 뛰는 이가 많고, 육아와 직장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여성작가도 많다.

김금희 작가의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 거부 이후 이상문학상의 파행적 운영방식이 알려지고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이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이상문학상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나는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왜 문학사상사의 잘못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작가를 잃어야 하는가’라는 울분 때문에, 다음에는 ‘문학사상사 대표는 왜 작가의 피맺힌 절규를 제대로 들어주기는커녕 이해조차 못 하는가’ 하는 분노 때문에, 지금은 ‘우리가 사랑하는 윤이형 작가를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있다. 나는 글쓰기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글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윤이형 작가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한다. 예전에는 그가 뛰어난 작가이기에 사랑했다. 지금은 그가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눈부신 전사라서, 더더욱 사랑한다. 부디 이번 사태 때문에 작가 지망생들이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이 힘겨운 싸움이, ‘미래의 작가들이 제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임을, 결코 잊지 말아주기를.

나는 그가 지금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안다. 글쓰기는 윤이형 작가에게 목숨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글쓰기는 그의 목숨이고, 피눈물이고, 눈부신 삶이고, 끝나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을. 그러니 누구도 그의 투쟁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 윤이형 작가의 모든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는, 그녀가 아직 쓰지 않은, 그리고 쓰지 않기로 결심한 모든 작품들까지 사랑하는 나는, 그녀의 가슴 아픈 결정을 지지함으로써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이 끔찍한 모순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문학사상사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저작권을 볼모로 삼아 그릇된 이익을 누리려는 모든 출판사 대표들, 작가들을 ‘몇만부짜리’로 환산하며 이익을 따지는 모든 출판사들! 작가들의 뼈와 살이나 다름없는 원고료나 인세를 떼먹고, 제때 지급하지 않아, 단 한 번이라도 작가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게 한 모든 출판사는 각성하라. 문학사상사가 최대한 빨리 사태를 해결하고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상문학상의 권위는 지금보다 더 실추될 것이고, ‘이상문학상 시즌’이 오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았던 수많은 독자들은 문학사상사 서적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다. 문학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작가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출판사만이 훌륭한 문학상을 운영할 자격이 있다. 작가들이 속속 뜨겁게 연대하고 있다. 독자들도 깊이,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다. 문학사상사가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사태는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해봤자 너만 다친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지 않을 거니까. 우리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미 불매운동은 시작되었다. 윤이형 작가를 향한 연대의 횃불은 더 높이 타오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들이, 원고료 걱정 없이, 생계의 압박 없이, 좋은 출판사와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