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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용 반찬의 '전통'은 어떻게 탄생하였나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1-27 (일) 16:44 조회 : 219

공용 반찬의 '전통'은 어떻게 탄생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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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 공식블로그

2014. 8. 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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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밥상에 공용 반찬이 오르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이를 두레상이라 하여 전통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한민족은 온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을 예부터 전통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는 왜곡이다.

두레상은 없었다.

잔칫날 음식 잔뜩 쌓아두는 행사용의 교자상 전통은 있었어도 여러 사람들이 두루 앉아 밥을 먹는 예법은 없었다.

각자 자기 몫의 음식을 작은 상에 받아 먹는 것이 조선의 예법이었다.

 

 

 

 

 

선조 때의 그림이다.

왕이 주관한 잔치인데, 손님들이 외상을 받고 있다. 

잔치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을 여행하였던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민가 풍경이다.

대청에서 남자가 혼자 외상에서 밥을 먹고 있다.

여자와 아이는 남자가 먹고 난 다음 다시 차려 먹을 것이다.

 

 

 

 

조선의 백성은 다르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실정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조선이란 나라가 그랬다. 왕족이나 양반들의 나라였고 백성이 어찌 살아가는지 관심도 없었다.)

위 그림은 김홍도의 풍속화이다.

농사를 하다 새참을 먹는 장면으로 보이는데, 여기서도 둘러 앉아 먹는 모습은 없다.

각자 자신의 밥그릇을 들고 있고 여자와 아이는 남자 어른과 따로 배치해놓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은 유교국가이다.

유교라는 종교의 율법에 따라 운영되었던 종교국가라는 말이다.

유교의 율법 중에 남녀유별과 장유유서가 있다.

남녀는 서로 얼굴도 마주볼 수 없을 정도로 내외를 하였고 아이는 어른 인간과 따로이 취급되었다.

밥을 먹을 때에도 그랬다.

집안에서 제일 위의 남자 어른이 밥상을 받아 먹고, 그 다음의 남자 어른, 또 그 다음의 여자 어른이 밥을 먹은 다음에 서열 낮은 여자 어른과 아이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80~90대의 할머니들 중에는 이 율법대로 사신 분들이 제법 있다.

"아이고, 사랑 시어른에 밥상 내고 안방 시할머니 갖다드리고 백부들 따로 드리고 우리야 부엌에서.."

 

일제강점기에 조선 유교의 '폐습'은 제거되기 시작한다.   

근대적 가정생활이 제안되었다.

 

 


 

 

"외상을 절대 폐지.. 가족이 한 식탁에"

1936년의 동아일보 기사이다.

"독상 제도를 버리고 전가족이 한 밥상머리에 모여 앉어서 화긔애애한 중에 가치 먹으면 식욕도 증진되고 반찬이 적어도 후정거리지 안코 또 남는 반찬이 별로 없는만큼 그것의 처치에 곤난한 점이 없을 것이다."

 

온 가족이 한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 일을 열심히 알렸으나 쉬 바뀌지는 않았다.

특히 신문물을 접하기 어려웠던 농촌 지역에서는 남녀 겸상은 무척 낯선 일이었다.

1962년생인 나에게도 그 흔적의 기억이 있다.

외가 시골에 가면 남자들만 상을 받고 여자들은 어디서 밥을 먹는지 보이지 않았다.

1980년에서 2002년까지 방송되었던 TV드라마 '전원일기'에는 그 변형의 상차림이 항상 등장하였다.

김회장과 할머니, 장손이 한 상을 받고 그 아래의 사람들은 또 다른 상에서 밥을 먹는.

 

1960년대 산업화의 진전으로 외상의 유교 율법은 흐릿해져갔다.

위로부터의 지시나 계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와 더 깊이 관련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970년대 즈음에는 온 가족이 두루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이때에 등장하는 말이 두레상이다.

낯설지 않으니 이게 우리의 전통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그 상차림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다가 '두레'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이다.

훌륭한 작명이기는 하나 이 상차림이 오랜 역사의 것인양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기물로서의 두레상, 두리반과는 다르게 읽어야 한다. 여기서의 두레상은 둥근 상에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행태를 말한다. 또, 두레상이나 두리반 모양의 상이 조선에서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일상의 밥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이다. ) 

 

외상에서 두레상으로 바뀌는 것은 여러 모로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밥상 차리는 데 힘이 덜 들고 가족의 화목을 생각하면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두레상이 번져나갈 때의 경제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으로 한반도의 살림은 극단적 궁핍에 놓여 있었다.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기는 하였는데 그 가족 개개인에게 챙겨줄 식기가 부족하였다.

독상의 차림 그대로 개개인의 음식을 두레상에 올리면 더없이 좋았을 것인데 식기 부족으로 공용의 음식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정에서는 가족이니 그렇다 하여도 외식업에서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현재의 '공용 반찬' 문제의 시초이다.

 

한국음식이 외식시장에 크게 번져나간 시기는 1960년대 이후의 일이다.

산업화의 진전으로 도시 노동자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들을 상대하는 식당이 부쩍 는 것이다.

한국음식을 내는 식당의 주인들은 근대적 외식업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집에서 내는 그대로" 음식을 내었다.

집에서 공용 반찬을 먹으니 그것도 그냥 그대로 내었다.

누군가 나서 이런 상차림을 두고 두레상이라며 전통이라 하니 별 문제 없는 듯이 여겼다.

그렇게 공용 반찬은 한국 외식업계에서 당연한 일로 굳어졌다.

 

한국음식은 공용 반찬 그 하나만으로도 '비위생적인 음식'이라는 이미지에서 절대 벗어날 수가 없다.

다들 한국은 먹고 살만하다고 말한다.

선진국이니 어떠니 한다.

없이 살아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했던 공용 반찬.. 이제는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전통과도 아무 관련이 없으니 눈꼽만큼의 미련도 두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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