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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학력(學歷)과 학력(學力)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6-07-03 (일) 22:17 조회 : 824
임건순의 시, 등관작루(登鸛雀樓)

등관작루(登鸛雀樓) 왕지환(王之渙)
-관작루에 오르다

백일의산진(白日依山盡)
황하입해류(黃河入海流)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

붉은 해는 산을 의지해 다하고
누런 강은 바다로 들어가 흐르는데
천리 더 멀리 바라보고자
다시 더 한 층을 올라간네.

군자는 배운 사람일까, 배우는 사람일까. 논어에 실린 공자의 말을 들으면 답은 명확해 보인다. 제자들에게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 항상 나아가려는 존재로 살라고 당부했던 공자. 그의 말을 들으면 군자는 배운 사람이라기보다는 배우는 사람이라 생각된다. 완결된 존재가 아니라 과정적 존재. 스펙과 이력으로서의 학력이 아니라 배우는 힘, 배우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 학력(學歷)이 아니라 학력(學力)을 지닌. 배운 이력과 스펙으로서 학력(Academic background)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호학하는 열정, 언제든 배우려 하는 자세로서 학력(Scholastic ability)을 가진 사람이 군자이다.

학력(學歷) 아닌 학력(學力), 군자가 가진 배움의 힘과 열정이 가장 잘 드러난 시를 꼽아보자면 등관작루가 아닌가 싶다.

관작루. 산서성에 있는 누각이다. 3층으로 만들어진 건물. 누각에 오른 선비는 붉은 해가 산에 기대어 지고 유장한 황하가 끝없이 흘러가는 것을 시야에 두고 있다. 누런 황하가 바다에 들어가 흐른다는데 섬서성에서 어찌 바다가 보이겠는가? 황해까지 수천리 먼 길인데 말이다. 상상을 하는 것이다. 이 강물이 흘러서 바다까지 갈 것이라고. 이렇게 광활한 풍경을 조망하는 선비는 한층 더 누각을 올라간다. 왜? 천리 더 멀리 보고 싶기에. 천리 바깥의 풍경까지 바라보고 싶어서.

제1구와 2구는 2층에서 바라본 풍경. 2층에서 이미 유장한 풍경을 담아두고 있지만 선비는 천리 바깥의 풍경까지 시야에 두고 싶어 한층 더 누각을 올라가 3층으로 가는데 그는 만족하지 않고 있다, 더 멀리 보고자. 한층 더 올라서는 선비의 모습. 거기에서 끝없는 성장의 의지, 진취적인 기상이 엿보인다. 사람들이 말해왔다. 학문을 하는 이의 자세, 군자란 인물이 지닌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보인다고도 해왔고. 그 자세는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이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며 인간의 길- 인간도(人間道) 그 자체가 아닐까.

시 오만여수 중에 고르고 고르고 고른 시들. 당시 삼백수 중의 하나인데 인구에 회자되고 검증에 검증을 거친 시들 중에서도 유명한 시이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시. 끝없는 자기 향상의 의지와 학문을 하는 자세,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를 말하고 있기에.

이 오언율시는 기가 막힌 대구를 보여주고 있다. 백(白)과 황(黃)이 대(對)를 이루고 해(日)와 강(河)이 대를 이루며 동사 의(依)와 입(入)이 대를 이루고 뫼(山)와 바다(海)가 대를 이루며 마지막 글자 동사 다하다 진(盡)과 흐르다 류(流)도 대를 이루는데 원래 율시의 생명은 대구.

오언율시는 대구가 생명이고, 절묘한 대구를 만들기 위해서 율시를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형식의 완전함과 아름다움 이전에 성장의 의지,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을 노래하는 시이기에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시이다.

순자가 말했다. 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고. 자라가 그것도 절름발이가, 자라가 천리를 간다고 순자는 독려한 것이다. 꾸준히 노력하고 공부하면 누구든 이룰 수 있다고. 천리를 가는 그 자라는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을 가진 존재일 것이다.

임건순 동양철학자
임건순 동양철학자
위대한 시는 시에 표현된 감정을 읽는 이가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데 이 시를 읽으면 늘 천리길을 나서기 위해 출발점에 선 자라가 되고는 한다. 나는 비록 절름발이 자라일지라도 학력(學力)을 잃지 않아 늘 한층 더 누각을 올라가려 애를 쓰는 자라가 되고 싶다.

임건순 동양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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