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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나와 눈 맞은 모나리자는 왜 예뻐 보이나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6-02-14 (일) 23:21 조회 : 1593
미켈란젤로의 종교화가 어떻게 공감과 성스러움을 이끌어내는지를 이해하려면 거울신경세포를 통한 ‘자동적 공감 반응’과 종교적 체험에 대한 뇌 활동 이해가 필수적이다. 어떻게 우리가 2차원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단서를 통해 머릿속에서 ‘체현된 시뮬레이션’을 거쳐, 공감과 감정 이입을 하는지는 신경과학이 해답을 던져줄 것이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벽화 <천지창조>. <한겨레> 자료사진
미켈란젤로의 종교화가 어떻게 공감과 성스러움을 이끌어내는지를 이해하려면 거울신경세포를 통한 ‘자동적 공감 반응’과 종교적 체험에 대한 뇌 활동 이해가 필수적이다. 어떻게 우리가 2차원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단서를 통해 머릿속에서 ‘체현된 시뮬레이션’을 거쳐, 공감과 감정 이입을 하는지는 신경과학이 해답을 던져줄 것이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벽화 <천지창조>.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정재승의 영혼공작소
(6) 신경미학의 세계
“아름다움은 매우 주관적인 인식이자 경험이지만, 개인이 경험하는 아름다움의 크기는 뇌에서 벌어지는 생리적 변화의 크기와 비례할 겁니다. 어떤 예술품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데에는 그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사람들끼리 매우 유사하다는 얘기지요. 얼마 전 저희 연구그룹은 그림을 감상할 때 아름다움을 표상하는 뇌영역을 찾았습니다. 근사한 음악을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상중추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에서 여지없이 도파민 분비가 마구 늘어나더군요. 이렇듯 신경미학(Neuroaesthetics)이란 미적 자극을 음미하는 주관적 판단을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보편적 원리로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몇 해 전,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철학과 강당에서 영국의 신경과학자 세미르 제키가 신경미학 강연을 끝내자, 날 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철학과 미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이 청중의 대부분이었던 탓에, 비판과 조롱 섞인 질문들이 많았다.

아름다움이 측정될 수 있을까

“제키 교수님, 만약 신경미학을 통해 아름다움이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개념이라고 밝혀진다면, 그럼 이런 상상도 가능하겠군요. 그림이 사람들의 보상중추를 얼마나 자극했는지를 측정해서, 그림의 미적 성취를 수치화하고, 이런 아름다움의 생리학적 잣대를 세상의 모든 그림들에 적용해서 한 줄 세우기가 가능하겠군요. 다시 말해, 이제 우리는 ‘전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반 고흐다’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겠군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전세계 예술가들은 사람들 머릿속의 쾌락중추를 더욱 강렬하게 자극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일 테고요.”

“신경과학자씨(Mr. Brain scientist), 현대예술은 더이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변기나 상자 같은 일상용품이 예술적 가치를 갖기도 하고요. 매우 흉물스러운 그림이 최고가에 판매되기도 합니다. 신경미학은 아직 인간이 음미하는 미적 경험의 초기 수준을 탐구하고 있으며, 미학의 고전적인 이론조차 대면할 수준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마르셀 뒤샹의 변기나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되는 것 같다는 겁니다.”

컬럼비아대학은 신경미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들이 많고, 예술작품을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하려는 ‘미술치료’를 수십년 전에 시도했던 유서 깊은 학문의 전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신경미학의 최전선에 있는 학자가 ‘학문적으로 지나치게 순진하다’거나, ‘과학 만능주의자’라고 조롱받는 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흘렀지만 지금 서울에서도 미학자들과 철학자들이 모이면, 신경미학을 소개하면 이를 조롱하는 질문들이 쏟아지니 말이다. 그동안 신경미학에 관한 강연을 여러 차례 했지만, 대부분의 코멘트는 현대 미학이 이룬 성취에 비해 신경미학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뿐이다.

지난해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약 2000억원에 낙찰되며 역대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폴 고갱의 작품 <언제 결혼하니>가 한 개인 컬렉터에게 3600억원에 팔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에 등극하기도 했다. 신경미학으로 아름다움을 객관화한다고 해서, 피카소나 고갱 작품의 경매가를 설명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왜 우리가 그토록 앤디 워홀과 반 고흐에 열광하는지도 해답을 주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신경미학은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해마다 크고 작은 학회와 워크숍이 열리고 있으며, 신경과학의 가장 흥미로운 응용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회화를 대상으로 하던 연구도 음악이나 영화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마도 ‘도대체 왜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가?’라는 가장 도전적인 질문에 신경과학이 답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관심 때문이다.

신경미학이란 인간의 미적 경험을 신경학적 수준에서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신경과학적 기술을 사용하여 연구하는 신경과학과 미학의 한 분야다. 생리학적 기법과 자기공명뇌영상기법(fMRI)을 통해 뇌 활동을 측정해서 인간의 시각적 경험을 탐구해온 세미르 제키 교수는 20여년 동안 뇌가 어떻게 2차원 예술작품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음미하는가를 연구해왔다. 색, 모양, 방향, 움직임, 대조 등 다양한 시각적 특징들을 처리하는 뇌 영역들을 찾았고, 그들이 서로 다른 시간 스케일로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도 증명했다. 색이 먼저, 모양이 그다음, 방향과 움직임이 0.001초 간격을 두고 그 뒤를 잇는 식이다. 특히 지난 15년 동안 제키 교수는 예술작품 같은 고차원적인 인식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한편,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는 인간이 시각적 대상을 바라보며 특정한 패턴을 선호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원인에 대해 8가지 과감한 가설을 제안해 초기 신경미학 연구를 이끌었다. 그는 대칭, 대조, 그루핑 등 효율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내게 필요한 대상을 신속하게 찾기 위한 전략이 미학적 경험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믿었다. 라마찬드란 박사의 이론은 매우 과감한 가정하에 만들어진 것들이지만, 신경미학 분야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면
측좌핵에서 도파민 나온다
생리학적 기법과 fMRI로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뇌의 지도’ 그리는 게 신경미학

철학적 사고의 물리적 구현인
현대미술 모든 것 알 수 없지만
미적 체험의 차이를 비교해
새로운 영역 탐색할 수 있다
미학자들이여, 뇌에도 관심을!

미켈란젤로의 그림은 왜 성스러운가

지난 10년간 신경미학자들이 발견한 가장 위대한 성취는 “인간의 뇌는 미적 경험을 판단하는 뇌 영역이 따로 마련돼 있으며, 아름다움을 보상이라 여기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예술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예술 감상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등한 지적 활동이며,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뇌 영역들이 저마다 제 역할을 하며 다각적이면서 포괄적으로 판단하도록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뇌를 깊이 이해할수록 예술을 감상하는 인간의 경험을 설명하는 데 유익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일례로 사람은 그림을 감상할 때 그림 속 인물과 시선이 마주칠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왜 눈을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해 선호가 늘어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미켈란젤로의 종교화가 어떻게 공감과 성스러움을 이끌어내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울신경세포를 통한 ‘자동적 공감 반응’과 종교적 체험에 대한 뇌 활동 이해가 필수적이다. 어떻게 우리가 2차원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단서를 통해 머릿속에서 ‘체현된 시뮬레이션’을 거쳐, 공감과 감정 이입을 하는지는 신경과학이 해답을 던져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인간의 뇌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도록 디자인돼 있을까? 그것이 인간 종에게 어떤 유익함을 줄 수 있을까? 아직 신경미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다. 하지만 신경미학자들과 예술심리학자들, 진화론적 미학을 탐구하는 학자들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크게 두 가지 가설에 기반하고 있는데, 하나는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이고, 다른 하나는 짝짓기를 위한 성 선택이다. 그중 후자가 답을 줄 거라는 가정이다.

빨간 입술과 발그레한 볼,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는 건강과 다산의 상징이며,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욕망해야 짝짓기에서 적절한 상대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아름다움이 짝짓기에 적절한 상대를 찾는 데 중요한 힌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이 건강함의 지표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한 창조성,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공감 능력과 사회성, 놀라운 손재주와 집중력 등은 생물학적 형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긍정적 지표들이다. 뛰어난 예술가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그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인기를 끌수록 그들은 짝짓기에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성향이 생물학적인 뇌에 담겨 있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미학자들이여, 신경미학을 경험하라

물론 신경미학의 한계는 분명하다. 아직 우리는 인간의 뇌가 미적 판단을 어떻게 하는지 거의 모르고 있다. 그런데 현대미술은 대상의 아름다움에는 이제 더 이상 관심이 없다. 오로지 철학적 시도와 미적 가치를 표상하는 데 몰두해왔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미적 경험을 확장하고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모든 미학적 시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현대미술은 난해하며 감상자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대미술은 이미 철학적 사고의 물리적 구현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그렇다면 과연 신경미학이 이런 현상까지 설명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함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죽음에서 생명을 깨닫는 경험이 뇌에선 어떻게 벌어지는가에 답하기 위해서는 족히 몇십년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미학은 인간의 미적 경험을 폭넓게 탐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작품에 대한 정보는 감상자의 미적 경험에 어떤 경향을 미칠까? 평범해 보이는 작품이 피카소의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미술평론가가 쓴 근사한 감상평을 읽었을 때, 크리스티 경매에서 수백억원에 팔린 작품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 뇌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

장미셸 바스키아의 낙서가 ‘공공미술’이라는 주제로 전시될 때와 ‘편견’이라는 주제로 전시될 때, 우리는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한다. 그들이 작품을 보는 동안 움직이는 시선도 다르며, 주목하는 작품 속 대상도 뒤바뀐다.

같은 작품이라도, 권위있는 평론가가 극찬을 한 경우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3위’라는 수식어가 달린 경우와 ‘내 친구가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설명을 들은 경우, 우리는 완전히 다른 미적 체험을 한다. 최신 신경과학자들은 이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뇌영상기법을 활용해 추적하고, 인간의 미적 체험이 이런 정보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추적하고 있다.

작품 감상은 시각적인 인식을 넘어 감성적으로 사회적인 체험이다. 따라서 인간의 뇌가 이런 정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미학자들의 기초지식이 되어버렸다. 미학자들이 인식론적 탐구를 하다가 신경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났을 때,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과감하게 신경미학의 정수를 경험하기를 권한다. 미학자들이 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지평이 크게 넓어질 것이다.

정재승 교수
정재승 교수
▶ 정재승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박사를 받은 뒤 예일대 정신과 연구원,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조교수 등을 거쳤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크로스>(공저) 등의 책을 냈다. 신경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의 행동을 탐구하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 연재물은 영혼을 조종하는 뇌의 탐구를 통해 자연과학과 공학·인문학·사회과학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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