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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할머니의 어떤 기억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4-26 (일) 23:15 조회 : 1114

손으로 펴보인 손가락 네 개의 의미는

안년시의 응우옌티바이 할머니는 열일곱 살쯤 되었을 때 수색작전을 나온 한국군이 마을의 노인들과 바이 모녀를 방공호에 모아놓고 총을 겨누며 베트콩을 찾았다.

“잡힌 사람은 모두가 노인과 여자들이었어요. 우리는 모두 손을 위로 들고 흔들며 없다고 했어요.” 갑자기 할머니는 목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추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노인들을 땅굴 위로 올라오라고 했어요. 골라낸 것이죠. 땅굴에 남은 어린 사람은 결국 나 혼자였어요. 혼자 남은 내게 한국 군인들은 ‘그 짓’을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할머니는 한국 군인들의 강간행위를 ‘그 짓을 했다’고 표현을 했다.

손으로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한국군 4명이 들어왔어요.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지를 수 없었어요.

한 사람씩 돌아가며 내게 그 짓을 했어요. 마지막 네 번째는 내가 혼절을 해서 축 늘어져 있으니까 무서워서 그냥 달아나버렸어요. 엄마도 나를 도울 수 없었어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전쟁이 끝난 뒤 아무에게도 이야기 못했다고 하는 할머니, 남편에게도 말 못하고 결혼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도 모른다 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전쟁 때 바이 할머니가 겪은 사연을 기억하고 있었던 듯하다. 우리가 알게 된 것도 할머니가 사는 마을의 인민위원회에서 빈딘성 인민위원회로 알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달 3월17일 오전 베트남 꾸이년시의 빈딘성 인민위원회 국제협력실·여성연맹 간부들이 인민위 사무실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들과 회의를 마친 뒤 나비기금 리플릿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대협 제공

● 팜티하인(1951년생)

혁명활동 때문에 고문과 성폭행 당해

“그때 한국군에게 구타당하고, 고문당하고 그래서 폐가 손상이 된 것 같아요. 고문후유증으로 인해 신경계통의 질환도 있어요.”

푸깟현의 팜티하인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우리를 맞이했다. 팜티하인 할머니는 체포 당시 혁명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열일곱 살쯤(68년께) 되던 어느 날 깟탕(Cat Thang) 마을에서 깟카인(Cat Khanh) 마을로 베트콩에게 서류를 전달하고 나오는 길에 팜티하인은 한국군에게 잡혔다. 그리고 푸깟비행장 한국군 부대에서 팜티하인은 강간 피해를 입게 된다.

“그곳에 목욕탕이 있었는데, 목욕하러 들어갔을 때 한국군이 들어왔어요. 있는 힘 다해서 저항을 했지만 군인이 입을 막았어요. 그 짓을 하는데 이겨낼 수 없었어요. 그곳에서 2개월 지내는 동안 세 번을 강간당했어요. 다 다른 군인들이었어요.” 팜티하인은 강간뿐만 아니라 전기고문과 구타, 발길질 등의 고문도 계속 당했다. 이후에도 푸깟현 감옥, 다시 꾸이년 감옥에서 투옥 생활을 하다 1968년 12월에야 풀려났다.

“70년께에 결혼을 했는데, 남편한테도 혁명활동 한 것, 강간당한 것을 숨겼어요. 그때 스무 살쯤 되었는데 어떻게 남편한테 말해요. 지금도 몰라요. 자식들도 몰라요. 나랑 같이 수감되었던 사람들만 알죠.”

할머니는 그때 생각을 떠올리거나 하면 그날부터 악몽을 꾼다. 밥도 먹을 수가 없고, 온몸이 아파온다. 전쟁이 끝나고 4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통은 계속된다.

● 팜티언(1951년생)

남편은 결국 자리를 피하다

안년시의 팜티언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군이 팜티언 할머니에게 한 범죄는 명백히 지휘부의 명령 없이는 불가능한, 조직적인 강간이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꾸이년의 고보이 평야에서 체포되어 뚜이프억현 프억선의 한국군 기지로 끌려갔다. 기지에는 일렬로 나란히 참호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 참호 속에 한국군이 1인씩 들어가 있었는데, 그 속에 끌고 온 여성들을 집어넣었다.

“내가 잡혀간 날 주민들 30~40명이 함께 잡혀갔어요. 그런데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격리를 했어요. 아이가 있거나 나이가 많은 여자들은 따로 모아놓고, 처녀이거나 소녀이거나 아이가 없는 여자들은 참호 속에 한 명씩 넣었어요.”

우리가 할머니 집을 방문했을 때 남편과 할머니가 함께 우리를 맞이했는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할머니께 남편이 옆에 있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괜찮다고, 남편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괜찮지 않았다. 한국 군인에게 강간당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할머니도 다른 할머니들과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누가 들을까봐 목소리는 아주 작아졌고, 몸은 잔뜩 웅크렸다. 결국 남편도 괴로움에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참호 속에 있던 그 군인에게 2박3일 동안 연속해서 죽을 때까지 강간당했어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낮에는 두 번, 밤에는 세 번 정도였던 것 같아요. 한국군이 옷을 벗으라고 하고 강간하고, 다시 옷을 입으면 벗으라 하고 강간하고, 또 옷을 입으면? 계속 반복했어요. 쌍꺼풀이 없는 눈이었고, 잘생기고 젊은 병사였어요.”

2박3일 동안 강간을 당한 뒤 풀려날 때 할머니는 걸음을 제대로 못 걸었다고 한다. 1970년 2월의 일이었다.

“베트콩 잡으러 가자며 저희 자매와
올케를 따로따로 끌고 나갔어요
그런데 풀숲으로 가는 거예요
베트콩을 잡으러 간 게 아니에요
저항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어요”

전쟁이 끝난 뒤엔 마을 사람들의
희롱과 조롱을 마주해야 했다
몇 번 했는지를 물으며 놀렸고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그들 옆에
가지 말라면서 따돌리기도 했다

다시 올까 두려운 한국군…사죄와 보상 요구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들 외에도 안년시에서 우리는 한국군 ‘곽’씨와의 사이에서 아이들을 낳아 홀로 키워온 여성도 만났고, 푸깟에서는 한진건설 노동자 ‘최’씨와의 사이에서 아이들을 낳아 홀로 키워온 여성도 만났다. 이들 여성은 한결같이 버려졌다는 기억과 함께 그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베트남 사회에서 라이따이한이라는 낙인을 갖고 살아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을 하소연했다. 아울러 아버지를, 형제들을 만나고 싶다며 우리에게 기대를 걸었다. 피해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가 전쟁이 만들어낸 아픔이었다.

한국 군인들에게 강간과 고문, 성폭력을 당한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마을 사람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마주해야 했다. 언니와 올케와 함께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하티낌응옥 할머니는 전쟁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에게 희롱과 조롱을 당했다. 마을 사람들은 “몇 개 했어?” 하면서 놀리기도 하고, 사람들한테 할머니가 있는 곳에는 가지 말라 하면서 따돌렸다. 그래서 할머니는 한국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이 쓰고 소름이 끼친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들 여성들은 계속되는 악몽,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무서워 무서워, 혼이 달아나게 무서워. 그때 그 일을 돌이켜 생각할 수가 없어요.” 하티낌응옥 할머니는 그때로부터 50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공포로 몸을 떤다. 언니와 함께 피해를 입었던 응우옌티떰도 고통을 호소한다. “잠자는데 자꾸 총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깜짝깜짝 깼어요. 강간당하는 악몽을 꾸기도 했어요. 당신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나는 다시 너무 무서워요.”

응우옌티바이 할머니도 전쟁이 끝나고 계속 그 일이 연상되었고, 악몽을 꿨다. “생각만 하면 너무 무서워서. 지금 얘기할 때도 너무 무서워요.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어요. 절에 다니면서 기도했어요. 이 재난에서 나를 탈출하게 해달라고 계속 기도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할머니는 한국군이 다시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사죄를 요구하고 싶지만 한국 군인들이 다시 올까봐 무섭다며 할머니가 여기 살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한국이 연상되는 것만 봐도 공포가 재발되었다. 팜티언 할머니는 만약 우리가 한국 남자였으면 못 만났을 것이라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할머니는 한국 드라마도 무서워서 못 본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은 할머니에게 ‘독악’ ‘공포’의 연상이고 상징이 되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 한국 정부가 인정 안 해? 내가 직접 증인인데? 정부한테 오라고 해. 한국 정부가 오면 다 내가 이야기해줄게. 한국 정부에게 말하는 것은 안 무서워. 그때가 무서운 거지. 베트남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당했는지 다 이야기해줄 테니까 정부보고 오라고 해.” 하티낌응옥 할머니는 한국 정부와 한국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다고 한다.

팜티언 할머니도 아직 한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말을 한다. “한국 정부가 인정 안 해? 병사들한테 알아보면 되잖아. 그 사람들도 인정 안 해? 나 같은 사람이 있는데, 없다고 하면 그게 말이 돼? 그걸 어떻게 없었다고 해?”

하티낌응옥 할머니는 한국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 “나는 한국 정부에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어요. 사실을 말할 권리가 있어요. 그때 일만 우리에게 배상해서는 안 돼요. 그때 그 일로 우리가 현재까지 이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당하고 있는 고통에 걸맞은 배상을 해야 해요.”

할머니는 우리 정부와 우리 사회에 인정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트남 정부도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를 향해 우리가 잘못한 일들에 대해서 책임을 요구할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 범죄는 드러나기 마련이고, 진실과 정의는 세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합니다”라고 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태도, 이것이 우리 정부와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본다. 가해를 부정하고, 우리의 잘못을 미화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가해가 됨을 이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충분히 배웠다. 한국 사회는 일본을 거울로 삼아 그와는 다른 모습으로, 성숙한 자세로 상처를 치유로, 가해를 책임으로 이행하며 궁극에는 평화로, 화해로 나아가면 좋겠다.

베트남 빈딘/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통역·진행 구수정 베트남 사회적기업 ‘아맙’ 본부장, 레호앙응언

정대협과 나비기금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한국의 37개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990년 11월16일에 결성한 단체이다. 올해로 25돌을 맞이한다.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생존자)들의 명예회복, 전시하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방지” 등을 목적으로 삼고, 피해자 복지지원을 포함하여 유엔(UN), 아시아연대회의 등 국제연대활동과 교육, 추모사업 등 다양한 국내 활동을 하고 있다. 1992년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한 수요정기시위는 23년을 넘었고, 4월8일로 1173번째가 되었다. 2012년에는 9년에 걸친 시민모금으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세웠다.

또한 2012년 3월8일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하기 위한 나비기금을 설립하였다. 2012년부터 콩고 내전에서의 성폭력 피해자와 성폭력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부터는 베트남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나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날갯짓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비기금 모금계좌
국민은행 069137-04-010752 정대협(나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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