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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부대낌"의 미학 - 모랜디의 세계
글쓴이 : 김자윤 날짜 : 2009-08-10 (월) 23:39 조회 :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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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낌"의 미학 - 모랜디의 세계

그림 산책 2009/08/10 12:27 꼭두새벽

여름내 선선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무색할 정도의 무더운 날입니다.
윙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에 맞추어 소리높여 우는 매미 소리가
어지러운 세상사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만히 달래줍니다.
오늘따라 엉덩이 밑에 깔리 방석도 새삼스레 더 포근하고 더 정겨운 마음입니다.
이렇게 짠한 마음이 드는 것도 참으로 그동안 지쳐서인가 보다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조르지오 모랜디(이탈리아 화가, 1890-1964)의 작품들은
이렇게 무던 날씨에 그늘같이 해갈이 되어줄 시원하고 편안한 그림들입니다.
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림입니다.


Still Life, 1951 캔버스에 유채; 36 x 40 cm

옹기종기 모여앉은 병들, 건조한 색채,
화가 모랜디의 탁자위엔 화려함도 장식도 꾸밈도 필요가 없습니다.
무채색으로 나란히 모여앉은 그의 탁자 위는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 한구석을 쓸어내려주는 따뜻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가만히 그 탁자앞에 앉아 그위에 손을 얹고 창밖을 바라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창밖으로 아이들이 평화로이 뛰노는 소리도 들리고
거리로부터
선선한 바람도 이마를 스칩니다.


Still Life
, 1953 캔버스에 유채; 20.32 x 40.32 cm


가만히 붓으로 흰 캔버스를 매꾸어넣었을 그의 손짓을 상상해 봅니다.
캔버스 반대편에는 낡고 오래된 탁자가 있고 그 위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얹어
골똘히 그것들을 그리고 있었을 늙은 화가.
군대에 있었을 시절 제가 처음(아니 처음이라고 느꼈던)
흰 여백을 마주했을 때의 그 설레임이 떠오릅니다.
기실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그렇지요.
하얀 종이에 물감을 칠해 나가듯,
사실은 얼마나 설레는 인생인지.


Still Life
, 1954 캔버스에 유채; 26 x 70 cm

기존의 구도 같은 것은 깡그리 무시한채,
모랜디는 모든 그릇과 병을 나란히 세웁니다.
탁자의 끝선과 모든 병을 맞추기도 하고요.
그래서 병 하나의 경계는 또 다른 그릇의 경계가 됩니다.
그렇게 생기는 홈은 뭔가 사람의 눈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느낌입니다.
병을 조금 띄워 놓고 싶기도 하고, 또 포개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내 "그래, 지금 이대로도 좋아"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Still Life
, 1949 캔버스에 유채; 36 x 43.7 cm

Still Life
, 1956 캔버스에 유채; 25.2 x 35.2 cm


모랜디는 아주 조용하고 말이 없는 화가 였습니다.
젊은 시절엔 아주 잠깜 예술 운동을 이끄는 "형이상학파"에 몸담기도 했지만,
차분한 성격의 그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인생 대부분을 그는 조용한 집에 탁자 몇개와 수많은 병과 그릇을 소재로 끊임없이 작품을 그려냈습니다.
제가 모랜디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한가지는
자신이 유명해 진 이후에도 처음 받았던 그의 그림값을 그대로,
그 값을 전혀 올리지 않았던,
"예술의 값어치"에 대한 그의 자세입니다.


Still Life
, 1956 캔버스에 유채; 30 x 45 cm


옹기종기 삐뚤빼뚤 서있는 호리병들이
마치 우리의 자화상같습니다.

우리들도 저렇게 다른 얼굴을 하고
빼곡히 몸 부대껴 가며 살아가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도 저렇게 평화로운 얼굴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해봅니다.
손잡음, 어깨동무, 어루만짐, 포옹 등의 단어도 떠오릅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도 서로를 밀어내지 못해 안달일까요.


Still Life
, 1962 종이에 수채; 16 x 21 cm



Still Life
, 1961 캔버스에 유채; 25 x 30 cm



다들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시절입니다.
저 역시도 하루하루 시간에, 돈에 쫓겨 정신없이옆도 뒤도 돌아볼 여유 없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지 망각하며 허겁지겁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랜디의 그림을 통해, 한번쯤 옆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내등과, 내 옆구리를 맞대고 있는 나의 이웃은 주변은
잘 살아가고 있나 생각해 볼 여유는 있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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