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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조선 윤두서 혁신적 자화상, 르네상스 뒤러 명작과 닮은꼴?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21-03-15 (월) 11:14 조회 : 951
회화사가 장진성 교수의 새 학설
“근대적 개인 표현한 뒤러 자화상
서양 선교사 통해 동양에 전파돼
윤두서 자의식 표현으로 이어져”
공재 윤두서가 1710년께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화상. 미술사가인 장진성 서울대 교수가 도상을 분석한 결과 이보다 약 200년 전 그려진 독일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과 도상적으로 연결된다는 견해를 제시해 주목된다. 녹우당 소장
공재 윤두서가 1710년께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화상. 미술사가인 장진성 서울대 교수가 도상을 분석한 결과 이보다 약 200년 전 그려진 독일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과 도상적으로 연결된다는 견해를 제시해 주목된다. 녹우당 소장

그림의 나이는 300년을 훌쩍 넘었지만, 화폭 속 선비의 눈빛은 여전히 이글거린다.

조선시대 최고의 선비 화가 중 하나인 공재 윤두서(1668~1715)는 1710년께 한반도 최남단인 전남 해남의 친가 녹우당에 칩거하면서 혁신적인 그림을 완성한다. 이목구비가 딱 부러지게 대칭으로 구도를 잡은 정면 자화상이다. 회오리치듯 말린 터럭과 불을 켠 듯 형형한 느낌의 두 눈동자는 정면상이기에 더욱 압도적이다.

그의 자화상은 조선 자화상 중 걸작으로 꼽히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작이다. 동시대나 후대 조선 화가들의 초상과 비교할 때 너무나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터럭 한 올까지 표현하며 내면을 담아내는 조선 초상화 특유의 ‘전신사조’의 기풍을 담은 그림은 여럿이지만, 대부분은 옆으로 틀어 그린 측면상이다. 눈을 크게 뜨고 정면을 직시하며 자의식을 발산하는 그림은 사실상 전무하다.

왜 공재는 18세기 초에 이렇게 급진적인 실험을 감행했을까? 상식을 뒤흔드는 해석이 최근 나왔다. 장진성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공재 초상이 200년 전인 1500년 독일의 르네상스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가 근대적 개인을 표방하며 그린 자화상의 도상과 잇닿아 있다는 학설을 제기했다. 그는 19~2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미술사학회 창립 60주년 국제학술대회 ‘한국 미술과 글로벌 아트히스토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서양으로부터 배운다: 조선과 중국 속의 유럽’을 발표할 예정이다.

르네상스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자화상. 20대 후반이던 1500년 그린 청년 작가의 모습이다. 세상의 유일한 존재로서 근대 개인의 자의식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대표작이다. 독일 뮌헨 알테피나코테크 소장
르네상스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자화상. 20대 후반이던 1500년 그린 청년 작가의 모습이다. 세상의 유일한 존재로서 근대 개인의 자의식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대표작이다. 독일 뮌헨 알테피나코테크 소장

장 교수의 학설은 근세기 서양 미술사에서 예수와 성인의 얼굴을 정면상으로 묘사한 ‘성안’(聖顔)이 바로 정면 자화상의 핵심 모티브이며, 이 도상에 뒤러가 작가 개인의 정체성을 심으면서 근대인의 상을 창작했고, 이렇게 발전한 도상이 16~17세기 중국에 파견된 서양 선교사와 사신단을 통해 동아시아에 전파되면서 윤두서의 자화상으로 이어졌다는 논지를 담고 있다. 당시 조선에 정물화 전통이 거의 전무했음에도 윤두서가 그린 <채과도> <석류매지도> 등 정물화도 17세기 네덜란드 등 서구에서 대유행한 정물화와 흡사할 뿐 아니라 중요한 역사적 연관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더불어 내놓았다.

16세기 왕족 출신 화가 이암의 <화조구자도> 중 일부. 최근 이암의 작품이 근세기 일본 화단의 작가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주면서 숱한 아류작과 방작을 파생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16세기 왕족 출신 화가 이암의 <화조구자도> 중 일부. 최근 이암의 작품이 근세기 일본 화단의 작가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주면서 숱한 아류작과 방작을 파생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공재 자화상의 이질적 성격 때문에 서구 회화의 영향을 추정하는 의견이 이전부터 학계에서 개진된 적은 있다. 그러나 장 교수의 발표는 중국 예술인들과 선교사들의 교류에 대한 낯선 실물 자료를 다수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세계 선교에 주력한 로마 교황청의 정책에 따라 동아시아에 파견된 유럽 선교사들이 당대 르네상스 회화를 눈에 익히고 실물을 직접 가져와 전파하면서 사행 사신단을 통해 조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장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서구 회화를 공재에게 전파한 매개자로 짐작되는 중국 황실 내 서구 선교사들은 르네상스 화풍과 일점 투시도법으로 그린 각종 유럽산 성화를 대거 보여주면서 교류했다. 서구 화풍의 영향을 받은 중국 예술가들은 정물화, 성화 도상, 정물화를 도해한 각종 판화집과 가톨릭 교리 그림 해설서, 성모자상 등을 이미 16세기부터 널리 제작해 유통했다. 1603년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조선 사신단에 서구풍 상상의 동물이 그려진 세계지도 <곤여만국전도>를 선물하고, 100여년 뒤 그 모사본이 다시 조선에서 만들어질 만큼의 교류가 조선에서 이뤄지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18세기 일본 화가 요사 부손이 이암의 개 그림에서 영향을 받아 그린 <구자도>. 일본 개인 소장
18세기 일본 화가 요사 부손이 이암의 개 그림에서 영향을 받아 그린 <구자도>. 일본 개인 소장

학술대회는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한국 미술과 국외 미술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한·중·일·미 등 국내외 중견 연구자 10여명의 발표와 토론으로 이뤄진다. 장 교수의 논고 외에도 16세기 조선 이암의 유명한 개와 강아지 그림이 17~19세기 일본 에도시대 교토 화단에 선종과 결합한 특유의 개 그림 화풍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전범이 됐다는 유키오 리핏 하버드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발표 등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한국미술사학회·장진성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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