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병묵의 물질로 읽는 예술
⑤다빈치 <모나리자>와 갈라짐

레오나르도의 스푸마토 기법은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를 만들어 주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법을 쓸수록 얼굴 피부가 갈라지는 ‘크랙’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스푸마토 기법의 숙명은 아름다움을 영원히 가꾸고 싶지만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과 닮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1503~1506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1503~1506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16세기 피렌체를 비롯한 이탈리아 도시들은 미술가들에게 매우 특별한 환경이었다. 당대의 뛰어난 과학적 발견들이 피렌체 미술가들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 토대 위에서, 미술가들이 원근법 법칙을 연구하기 위해 수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체 구조를 탐구하기 위해 해부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학과의 결합은 미술이 단순한 기능적 작업이 아니라 지적인 작업으로서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학과 예술이 함께 번창했던 16세기 피렌체에서 과학과 예술의 천재가 탄생할 수 있었다.[1]

이탈리아 토스카나 한 마을에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h, 1452~1519)는 젊은 시절 당시 피렌체의 대표적 화가이자 조각가인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다. 베로키오 공방은 매우 번창했다. 레오나르도는 이곳에서 관찰법, 원근법, 안료 사용법 등 미술의 기초와 과학적 탐구 방법을 다양하게 배웠다. 자연과 사물에 대한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표현력은 베로키오 공방에서 꽃 피웠다.[2]

미술가로 시작한 레오나르도의 호기심은 점차 깊어졌다. 창의적 실험 정신으로 미술, 음악, 의학, 과학, 발명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도전했다. 그의 업적은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던 공방의 특별한 환경과 그의 천재성이 만난 결과였다. 그에게 예술은 자연을 탐구하는 방식이었다. 공방에서 30구 이상의 주검을 해부하며 인체를 탐구하거나, 곤충과 새의 비행을 관찰하며 비행기구를 고안하고, 파도와 조류의 법칙을 연구하며, 바위와 구름의 형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물체의 색채에 미치는 대기의 영향을 탐구하며, 초목이 성장하는 법칙과 음의 조화에 관한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자연에 대한 깊은 탐구는 레오나르도에게 예술의 기초가 되었다.[1]

모나리자 미소는 왜 신비한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그의 대표작 <모나리자> 앞엔 언제나 수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작품 명성에 비해 실제 그림 크기는 약간 작다. ‘리자’(Lisa)라는 이름을 가진 피렌체의 한 여인을 그린 그림으로 알려졌지만 진짜 모델이 누군지는 모른다. 이 그림이 유명한 이유는 그림 속 인물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앞에 서면 마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마저 든다. 사물을 정확하게 관찰했던 레오나르도는 그림과 관찰자 시선의 작용을 고려하여 여인의 얼굴 그림을 신비롭게 표현했다고 한다.

왜 <모나리자>가 위대한 작품인지 살펴보자. 레오나르도의 그림에는 사물의 윤곽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스푸마토’(sfumato, ‘연기가 자욱한'(smoky)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기법이 처음 사용된다. 스푸마토 기법으로 눈과 입술의 윤곽을 모호하게 남겨 표정의 신비로움을 더했다.[1] 그래서 그림 속 여인의 표정을 종잡을 수 없다. 희미하게 미소 짓는 얼굴은 슬퍼하는 것도 같고, 기뻐하는 것도 같다. 그림을 보는 사람이 슬프면 그림도 슬프게, 행복하면 그림도 행복한 모습으로 보인다. 여인의 미소는 관찰자의 심리를 그대로 반사한다.

그림엔 사람들이 모나리자 얼굴에서 생동감을 느끼도록 하는 요소들이 숨어 있다. 모나리자 얼굴은 좌우가 비대칭인데 실제 사람 얼굴도 약간 비대칭이다. 그림에서 자신의 오른쪽을 향하는 모나리자의 얼굴과 왼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려 있다. 이것도 실제와 유사하다. 사진을 찍을 때도 사람들은 정면보다는 비스듬히 서서 얼굴 방향과 엇갈리게 시선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림의 배경에도 비밀이 있다. 왼쪽 풍경의 지평선이 오른쪽보다 낮아 약간 기울어진 듯한 느낌이다. 이 때문에 관찰자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얼굴 모습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실제 사람의 얼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느낌이 고스란히 모나리자 얼굴에 담겨 있다.[1]

모나리자의 미소에 신비로움을 더해준 스푸마토 기법은 오랫동안 여러 번 물감을 덧칠한 결과다. 아주 섬세한 붓질로 안료의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하여 스푸마토 효과를 얻어낸 것이다. 실제로 레오나르도는 모나리자를 1503년 처음 그리기 시작하여 4년 만에 거의 완성했지만 이후 여생 동안 여러 번 덧칠하면서 계속 다시 그렸다.

2010년 프랑스 과학자들은 형광 엑스선 분광법으로 <모나리자>를 분석하여 얼굴의 밝은 부분과 그림자 부분에서 여러 겹의 안료 층을 발견했다. 형광 엑스선 분광법은 작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분석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엑스선을 쬐어 주면 원자 안에 있는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약간 들뜬 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형광 엑스선을 내보낸다. 형광 엑스선의 에너지를 분석하면 물질의 화학 결합 정보를 알 수 있다. 유럽 방사광 가속기에서 실시한 분석으로 스푸마토 기법의 정체를 알아냈는데, 모나리자 뺨의 분홍색 바탕 위에 갈색 안료가 얇게 칠해져 있는 부분은 두께가 머리카락 굵기보다 1/3에서 1/50배까지 작았고 윤곽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렇게 얇게 안료 두께를 제어하려면 아주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레오나르도가 혁신적인 예술가였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3, 4]

덧칠할수록 갈라진다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를 담아내기 위해 도입된 스푸마토 기법에서 안료의 갈라짐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덧칠하며 모나리자 뺨의 신비로운 미소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렇게 안료로 그린 그림 위에 여러번 덧칠하면 용매가 마르면서 안료의 ‘갈라짐’이 발생한다. 마치 건조한 땅이 갈라지는 것처럼.

가뭄 동안 땅이 갈라지는 현상과 햇볕을 오래 쬔 페인트가 갈라지거나 미술 작품의 안료가 갈라지는 현상의 원인은 같다. 물리학과 재료과학에서 안료가 갈라지는 현상을 ‘크랙’(crack)이라 한다. 안료가 마르는 동안 용매가 빠져나가면서 남아있는 용질의 ‘응력’(stress, 물질의 변형을 일으키는 외부에서 오는 단위면적당 힘)이 점차 증가하다가 어느 임계 응력값을 넘으면 순간적으로 크랙이 발생한다.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견뎌야 하는 응력이 커지면서 임계 응력값을 넘을 가능성도 커진다. 미술 작품의 안료는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거나 완전히 녹은 상태여서 크랙 발생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안료가 두꺼워지면 임계 값을 넘기가 쉽다. 여러번 덧칠한 안료 층에서 크랙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실제로 모나리자의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얼굴과 가슴 부분에 크랙이 많다. 스푸마토 기법이 많이 활용된 얼굴 이마나 뺨 주변은 다른 곳보다 크랙이 더 많다. 2016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과학자들은 모나리자의 크랙이 땅의 갈라짐과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5]

작품의 숙명과 보존

크랙은 작품의 ‘지문’과 같다. 제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안료 ‘노화’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유한 크랙 패턴은 작품의 진위를 판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미술 작품에서 독특한 크랙 패턴을 연구하는 과학자도 있다.[6, 7] 크랙 패턴을 원래대로 보전하거나 크랙 발생을 완벽하게 억제하는 보존 기술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불행하게도 레오나르도의 천재적인 미술 작품은 대부분 미완성이며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 레오나르도의 유명한 벽화 <최후의 만찬>도 원래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에서 식당으로 사용하던 긴 홀의 벽화로 그려졌다.[1] 예수가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누던 성경 이야기를 매우 실감 나게 그린 이 작품이 실은 식당 천장에 그린 벽화였으니 보존 상태가 좋을 리 없다.

예술 작품은 불멸일까? 아니면 숙명이 있을까? 물질을 매개로 하는 예술 작품은 물질의 수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류의 귀중한 유산으로서 예술 작품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임무는 후대 인류에게 매우 중요하다. 안료가 마르면서 갈라지는 현상은 안료를 사용하는 미술 작품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크랙 발생의 원인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가 지금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스푸마토 기법은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를 만들어 주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법을 쓸수록 얼굴 피부가 갈라지는 ‘크랙’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스푸마토 기법의 숙명은 아름다움을 영원히 가꾸고 싶지만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과 닮았다.

*참고 자료:

[1] E.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예경)

[2] 강영주 외, <서양 미술 사전>(미진사)

[3] P. Ball, Nature 466, 694 (2010)

[4] L. de Viguerie, et al. Angew. Chem. Int. Ed. 49, 6125-6128 (2010)

[5] F. Giorgiutti-Dauphine, et al. J. Appl. Phys. 120, 065107 (2016)

[6] J. C. Flores, Soft Matter 13, 1352-1356 (2017)

[7] M. Leang, et al. Soft Matter 13, 5802-5808 (2017)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