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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래된 40대 아저씨가 어떻게? 임창정 신드롬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6-09-19 (월) 22:43 조회 : 913
100℃ 국민 루저의 영특한 비상
임창정의 13번째 정규 앨범 <아임>의 타이틀 곡 ‘내가 저지른 사랑’이 8일째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실시간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임창정은 지난해에도 ‘또 다시 사랑’으로 인기를 얻어 13년 만에 지상파 음악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21년차, 그런데도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젊은층 위주의 음악 무대를 누빈다. 팬들은 ‘임창정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활동해온 가수가 복고 감성 이상의 것을 건드릴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임창정을 ‘형님’으로 부르며 그에게 정서적 유대를 느끼는 팬들이 그 원동력이 됐다.

13번째 정규 앨범의 타이틀 
‘내가 저지른 사랑’ 
음원사이트 실시간 1위

원래 ‘3040 가수’라는데 
20대 63%가 클릭 
걸그룹 훌쩍 따돌리고 깔깔

항상 인생의 쓴맛을 본 
어른 남자의 발라드를 노래했고 
그 일관성이 브랜드가 됐다지만

그래도 이 오래된 40대 아저씨가 어떻게?

■ 날 닮은 너 원래 임창정은 3040 남자들의 가수로 알려졌다. 2015년 한국갤럽 ‘올해를 빛낸 가수’ 조사에서 40대의 10.3%, 30대 8.8%가 그를 뽑았으며, ‘또 다시 사랑’은 3040 세대가 좋아하는 노래 2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그를 선호하는 연령대가 오히려 더 내려갔다. 케이티(KT)뮤직에서 9월6일부터 12일까지 그의 신곡 ‘내가 저지른 사랑’을 온라인으로 들은 사람을 조사해보니 20대가 63%, 남자가 85%였다. 20대 선호도가 높은 걸그룹(트와이스, 54%)보다도 20대·남자 비율이 더 높은 특이한 팬덤이다. 음악평론가 차우진은 이를 “임창정이 핵심 팬층인 30대 남자를 넘어 음악시장의 주요 구매층으로 지분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가 젊은 남자팬들을 중심으로 팬층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들이 임창정과 자신들이 닮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문용민 편집장은 “약간 단순 무식해 보이면서도 순정에 얽매이는 듯한 메시지, 술 한잔하면 속을 다 털어놓고 친해질 것 같은 이미지가 한국 남자를 완벽하게 대변한다고 느끼는 팬들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윤종신도, 윤상도, 신해철도 한때는 비슷한 발라드를 불렀지만 지금은 임창정의 전매특허가 됐다. 다른 가수들이 다른 스타일을 실험하거나 노래할 동안에도 임창정은 항상 일관되게 인생의 쓴맛을 본 어른 남자의 발라드를 노래했고 그 일관성이 브랜드가 됐다”고 했다.

여기에 임창정이 어린 시절 몹시 가난했고, 연기를 잘하지만 주연을 맡을 만한 외모는 아니며, 이혼을 했다는 사실 등은 “가진 건 없지만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노력한다는 이미지”(차우진)와 만나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든다. 평범한 한국의 젊은 남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찌질한 남자의 자기 연민과 감상, 그러다 다시 용기를 내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노래가 임창정의 전매특허로 자리잡은 이유다.

■ 노래방이 키운 가수 남자들은 자신의 찌질함을 투영한 임창정의 발라드에 혹했다. 음악평론가 이영미는 “임창정이 영화에서 주로 맡았던 코믹한 역할은 그가 만든 음악의 정서와도 통하는 점이 있다. 영화에선 찌질한 코믹 캐릭터를 맡았던 사람이 발라드에선 자책하며 노래한다. 임창정의 코미디는 대부분 남을 공격하는 풍자가 아니라 자신을 망가뜨리는 해학에 가깝다. 임창정은 연기와 발라드를 오가며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민갑은 “고음이 장기지만 듣는 사람을 압도할 목적이 아니라 훌쩍이듯 노래한다”며 화법·창법 모두 공감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13일에도 금영 노래방 애창곡 집계 사이트에는 ‘소주 한잔’ ‘또 다시 사랑’ 등 임창정의 노래 두 곡이 각각 6위와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기뿐 아니라 노래방도 그의 자산이라는 점을 임창정 본인도 잘 안다. 지난해 ‘또 다시 사랑’을 내고 나서 그는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노래방에서 나오는 수익은 활동이 없을 때 큰 보탬이 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팬들이 나를 잊지 않게 하는 수단”이라며 “노래방 가수는 공연 가수보다 못하다고 여기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래방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일을 팬덤의 시작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번 앨범 출시를 앞두고 임창정은 그 자신이 부르기도 버거울 정도의 ‘고음’ 노래를 만들고는 “노래방에서 고생 좀 해봐라”라고 팬들을 도발한다. 작곡가 권태은은 “그의 노래는 노래방에서 남자들은 도전하고 싶고 여자들은 듣고 싶은 노래에 맞춤하다”고 했다. 그의 노래는 주류 음악시장과 노래방을 동시에 노리는 기획인 셈이다.

■ 흔한 노래…드문 노력 지난 11일 그는 술집에 나타나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부르고 “찍어서 에스엔에스에 올리라”고 팬들을 부추기기도 했다. ‘흔한 노래’를 만들되 모두의 노래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임창정의 전략은 아닐까?

있는 힘껏 내지르는 임창정의 창법은 강점이자 약점이다. 작곡가 이충한은 “임창정은 에스지워너비 같은 감정폭발형 발라드인데, 주류 음악계는 계속해서 감정 표현 창법을 세련되게 다듬어왔지만 임창정은 그런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여전히 예스럽게 부르며 이제는 독보적인 스타일이 되었다”고 평한다.

그러나 새로운 앨범에선 변화가 엿보인다. 이번 ‘내가 저지른 사랑’에서는 고음 부분이 두드러진다. 작곡가 권태은은 “멜로디가 익숙하다. 특히 높은 고음의 후렴 부분이 1절에서 아주 빨리 나온다”며 그 덕분에 이 노래가 10대들에게까지 빠르게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창정표 발라드가 확립된 것 같다. 정확히 대중들이 좋아하는 창법이 뭔지 안다.” 음악평론가 조성민도 “지난해 냈던 앨범은 20~30대의 과거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에 기대는 기존 임창정 스타일에 충실했다면 이번엔 좀 더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멜로디 라인은 좀 더 간결해지고 현악 편곡은 화려해졌다. 예전엔 보컬만을 강조하는 방식이었다면 전체적인 음악 균형을 신경 쓴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해 임창정은 자신이 아는 익숙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팬들을 찾아왔다. 이제는 여러 창법을 시도하며 새로운 신드롬의 창출을 추구하고 있다.

남은주 구둘래 기자 mifoco@hani.co.kr

13집 <아임>으로 음원차트 정상에 오른 가수 임창정. NH미디어 제공
13집 <아임>으로 음원차트 정상에 오른 가수 임창정. NH미디어 제공
보통 루저들이, 남자답다는 그 형님

청춘들은 사랑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루저이니까
“임창정은, 스스로를 루저로 칭하고 
자학하면서도 위로하는
지금 청춘들의 문화적 경향의 원조

2030 남자들이 임창정을 ‘형님’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것은 임창정이 영화와 노래에서 일관되게 만들어온 이미지와 언어 때문이다. “허풍은 심하지만 좋은 친구”(<비트> 1997)였고, “씻어도 씻어도 냄새가 나. 이제 난 내가 똥인지, 똥이 난지 모르겠다”(<해적, 디스코왕 되다> 2002)며 절망했다가 끝에 가선 “두 상자 사니까 깎아달라”(<1번가의 기적> 2007)며 슬쩍 구차해지는 남자다.

평범한 남자의 가장 큰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다. 그의 노래는 대부분 이별을 괴로워하면서도 “그때 또다시 나를 떠나도 그걸로 됐다”(‘그때 또다시’)거나 “너무 모자란 내게 기회를 주지 말라”(‘이미 나에게로’)며 자신을 부정하고, 소극적 슬픔을 드러낸다. 헤어지고 나서도 “스쳐볼걸 그랬다”(‘소주 한잔’)며 미련을 못 버리는 탓에 찌질한 남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불리기도 한다. 임창정 노래 속 주인공은 분노나 공격 대신 ‘너의 행복을 위해 내가 참겠다’는 식의 지극히 예스러운 정조를 취한다. 그게 어쩌면 임창정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보통 남자들이 생각하는 ‘남자답다’는 감각일 것 같다.

음악평론가 이영미는 임창정을 “댄스음악 시대에 활동을 시작해 유일하게 발라드 시대를 건너온 가수”로 평가한다. 가사가 큰 의미가 없던 음악시장에서 2000년대로 건너온 뒤 그는 여전히 막연하지만 자신의 인생과 고민을 제목과 분위기에 조금씩 반영하는 가사의 노래들을 만들었다. 술을 마시며 썼다는 ‘소주 한잔’ ‘내가 저지른 사랑’이나 은퇴를 선언했다가 다시 돌아와 내놓은 ‘오랜만이야’나 이혼 뒤 그의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또다시 사랑’ 등은 남자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붙잡으려 한다. 작곡가 권태은은 “<판타스틱 듀오>(에스비에스)에서 같이 연주를 해보니 임창정이 아르앤비 음악을 즐겨 듣더라”고 귀띔하면서 “그의 인생과 어우러져서 노래의 ‘감정 전달력’이 누구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임창정은 ‘흔한 노래’ ‘흔한 사랑’ ‘흔한 남자’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스스로를 루저로 칭하고 자학하면서도 위로하는 지금 청춘들의 문화적 경향의 원조로 불릴 법하다. 그러나 지금 청춘 뮤지션들의 노래는 ‘형님’ 감성 충만한 임창정과는 또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빅뱅의 ‘루저’, 자이언티의 ‘꺼내 먹어요’, 혁오의 ‘위잉위잉’ 속 청춘들은 사랑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루저이고 더는 갈 곳이 없다. 임창정이 노래한 슬픔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루저들의 형님’ 임창정이 다음에 가야 할 길도 그쪽일지 모른다.

남은주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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