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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신분이지만 용기내 외쳤다... "이게 나라냐?"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3-06-29 (토) 21:39 조회 : 18188
교사 신분이지만 용기내 외쳤다... "이게 나라냐?"
"높은 자리 오르세요" 조롱 들었지만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응원, 고맙다
서부원(ernesto)
글을 시작하려니 심경이 참 복잡하다. 우선 두렵다. 글을 통해 '1인 시위'를 했다는 점을 스스로 고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문 앞에서의 1인 시위. 현직 교사로서, 분명 드물고도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저 불의가 횡행하는데도 무관심한 세태를 가슴 아파하며 알리려는 것일 뿐인데, 혹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고발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이나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라는 건,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규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 같은 힘 있는 곳에서 규정 위반이라고 못 박으면 사실상 그걸로 끝이다. 설령 소송을 걸어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그 지난한 과정을 감내한다는 건 일개 교사로서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다. 천성적으로 소심한 탓이겠지만, 얼굴을 드러낸 채 피켓을 들고 서 있으려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두루 공감할 테지만, '당위'가 '천성'을 이기기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시위를 시작한 첫날 이른 아침, 피켓을 들고 누가 쳐다볼까 안절부절하며 교문 주변을 한참 동안 서성거렸다.
등교하는 아이들도, 차를 태워주는 학부모도, 출근하는 동료 교사도 하나같이 뜨악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흡사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했다. 교문을 유턴해가는 차들이 내 앞에서 속도를 줄여가며 한참을 주목했다. 그들이 멈춰 서서 응시하는 게 피켓의 글귀인지, 내 얼굴인지 모를 만큼 '등줄기에 땀나는' 시간이었다.
교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한두 시간을 서 있는 것도 그렇지만, 마치 뽐내듯 지금 글을 쓰려니 더 부끄럽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인 양 자랑처럼 비치는 게 싫어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차피 시위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공감과 지지를 얻고자 하는 행위일진대 순간의 부끄러움이 뭐가 대수냐 싶기도 하다.
용기를 냈습니다... 교문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 27일 아침 교문 앞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피켓을 들고 교문 앞에 섰다.
ⓒ 서부원
어쨌든 용기를 냈다. 지난 27일부터 이틀 동안 시위에 나서며 배우고 느낀 점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살고 있는 지역적 특성도 있고, 나이에 따른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것이기에 일반화시키기에는 뭣하지만, 학생·학부모·교사들이 보인 1인 시위에 대한 반응은 시나브로 '모래알'이 돼가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먼발치에서 차 창문을 열어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쳐주는 학부모들을 여럿 뵀다. 드물게는 큰소리로 "힘내세요"를 외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그분들은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가정에서, 직장에서 가족·동료들과 함께 작금 벌어지고 있는 불의한 권력과 언론에 대해 분노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아이들도 의외로 많이 호응해줬다. 인터넷 뉴스를 통해 국정원의 실체를 깨달았다는 친구와, 그렇잖아도 아빠가 며칠 전 특정 신문을 어렵게 끊었다며 자랑하는 아이, 그런가 하면 오늘부로 푹 빠져있던 '일베'에 완전히 발을 끊겠다고 다짐하는 아이도 나왔다. 1인 시위에 자극을 받은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들 중 여럿은 이미 '행동'을 실천하고 있었던 셈이다.
피켓에 적은 '멋진' 글귀에 반했다며 그 출처를 물어오는 친구도 더러 있었다. 피켓에 저 유명한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에서 인용한 네그라소프의 시구를 적었는데, 그것이 아이들에겐 꽤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한 아이는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글귀가 이유 없이 가슴을 뭉클하게 해 자연스럽게 외워졌단다.
동료 교사들의 '차분한' 호응도 고마웠다. 직접 교문에 나와 함께 해주지는 않았지만, 적잖은 분들이 학교를 들어서며 차 창문을 열고 지지한다며 박수를 보내주었다.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공감을 보내는 분도 계셨고, 많은 분들이 연신 수고하셨다고, 지지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몇몇은 일과 중에 직접 찾아와 귀감이 됐다며 고맙다고 커피 한 잔을 건네기도 했다.
'침묵은 악의 편'이라지만... 감지되는 '두려움'
▲ 둘째 날(28일) 사용한 피켓 첫째 날에 비해 좀더 '과격한' 글을 실었다. 무척 조심스러웠지만, 용기를 냈다.
ⓒ 서부원
그런데,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제가 좋아서 시작한 것일 뿐이라고 해도, 그들은 연신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국가 기강이 문란해지고 불의가 판치는 현실을 모르진 않지만, 교사로서 행동의 제약이 따르더란다. 이른바 '자기 검열'인데, 이명박 정부 시절 마구잡이로 휘두른 교육부의 '칼춤' 효과가 이렇듯 오래도록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1인 시위 둘째 날은 피켓의 글귀를 아예 '과격하게' 뽑았다. 외눈박이 시각으로 보면, 고등학생들을 선동하려는 의도 아니냐며 오해될 소지도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말씀에 불과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이마저도 눈치 보며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 시대다. 신문과 방송이 사실을 밥 먹듯 오독하고 왜곡해대는 요즘, 어쩌면 정의와 불의조차 그 경계가 흐릿해져버렸다.
'침묵은 악의 편이다!'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는 경구다. 국정원도, 경찰도 정권에 굴종해 제 역할을 방기한 채 타락해버린 요즘, 시민들에게 던지는 짧지만 간절한 호소다. 이 말이 '닳아진' 기성세대에게는 그저 클리셰쯤으로 들릴 테지만, 아직은 '덜 때 묻은'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으리라 기대로 적은 것이다.
시위 이틀째 되던 오늘(28일) 오후, 어느 정도 예상은 해서 그닥 놀라지는 않았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학부모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기를 들자마자 "아이들 등하교하는 교문에서 뭐 하는 짓이냐"며 다짜고짜 따졌다. 그러고는 "그게 명색이 교사가 할 짓이냐"며 몰아세웠다. 딱히 그분을 설득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그럴 여유도 주지 않았다.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바로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익명 속에 숨어 숫제 "너 빨갱이지?"라는 식이었다. 교사는 불의를 보고서도 잠자코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내지른 것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요즘의 정치 현실을 불의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모를까, 교문 앞 시위라는 방법이 잘못됐다며 지적하려는 것이라면 대화를 통해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무례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욕설에 가까웠던 그의 말이 불쾌하기보다는 되레 측은하게 느껴진 이유다.
동료 교사들 중에도 시위 방법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교육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성직인 교직은 선동적인 시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시위는 그 자체로 철부지 아이들을 선동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투였다. 모르긴 해도 '시위'라는 말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는 듯했다.
1인시위, 과연 '힘 없는 시민의 발버둥'에 불과할까
▲ 다시 불 밝힌 대규모 촛불집회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집회'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교사는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나 수업은 과연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수업이 아이들과의 상호 교감이자 그들에게 감동을 주는 한 편의 공연이라면, 그곳이 꼭 교실이어야만 할까. 그의 말에 '교사가 노동자냐'며 다그쳤던 20여 년 전의 그때가 다시 떠올랐다.
학부모와 교사 등 기성세대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비슷한 환경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생각이 어찌 그리 다를까 싶었지만, 이른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기성세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왜 그런 것 있잖은가. 웬만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고집' 같은 것 말이다.
정작 충격을 받은 건,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아예 관심을 꺼버린 그야말로 무기력한 아이들과 닳을 대로 닳은 '애늙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온통 도배하고 있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심지어 국정원이 뭐하는 곳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정치와 선거 따위를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 TV든 신문이든 인터넷이든 정치 뉴스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얼마나 볼 게 많은데, 재미도 없고 머리만 아픈 그런 걸 보느냐며 친구들과 맞장구를 쳤다. 외국의 프로축구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경력을 줄줄 외는 한 아이는,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정치인들 중에 대통령을 빼곤 그 이름을 단 한 명도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교사를 '걱정해주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 잡혀가면 어쩌려고 '데모'를 하세요? 몸조심하세요. '데모'는 대학생 때나 하는 거래요." 웃으면서 던진 농담 섞인 그 말이 그다지 고맙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1인 시위 자체를 '조롱'하며 헛심 빼지 말라는 '조숙한' 아이도 만났다. 공부도 곧잘 하고 그 누구보다 착실한 아이여서 더욱 놀랐다.
"저도 초등학교 때 아빠·엄마 따라 촛불 시위에 간 적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촛불을 들고 함께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고, 그때 아빠, 엄마는 이렇게 함께 힘을 모으면 좋은 세상이 곧 올 거라 했어요. 그런데, 촛불이 꺼진 후 아빠, 엄마는 그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아요. 정치 관련 뉴스가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려 버려요.
저도 중학교 지나 고등학교 들어와 생각해보니, 힘없는 사람들 100명, 1000명이 발버둥친다고 세상이 바뀔까 싶어요. 그렇게 에너지를 뺄 게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 높은 자리에 올라가 그때 좋은 세상 만드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선생님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교장되고, 교육감되고, 장관되고, 대통령돼서 그때 바꾸세요."
결코 비꼬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1인 시위 한다고 매일 아침 교문 앞에 서는 내가 한심해보였던 셈이다. 교사로서 그의 비뚤어진 생각을 끝내 설득해야 했지만, 당장은 아무 말도 못했다. 자칫 '장관과 교육감은커녕 교장도 될 능력도 못 되면서 교사랍시고 제자 앞에서 변명만 늘어놓는다'고 비쳐질까봐 솔직히 두려웠다. 그에게 1인 시위가 '힘 없는 교사 한 사람의 발버둥'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2013.06.29 15:56 ⓒ 2013 OhmyNews

자운영 2013-08-21 (수) 08:43
퍼 가네요~~~
나도 마음은 이 분 처럼 하고 싶지만
정말 용기가 없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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