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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56)
글쓴이 : 시냇물  (121.♡.55.55) 날짜 : 2019-08-21 (수) 20:18 조회 : 144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56)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승인 2019.08.21  08:51:59

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루소)

 

 철새 
 - 이시카와 다쿠보쿠

      
 가을 저녁의 조용함을 휘저어놓고
 하늘 저 멀리 구슬픈 소리가 건너간다.

 대장간의 백치 아이가 
 재빨리 그 소리를 알아듣고는 
 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보며 
 새가 나는 흉내를 하면서  
 그 주위를 빙빙 돌아다닌다. 
 까악- 까악- 외쳐대면서.

 

 나는 어릴 적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아마 초등학교 4, 5학년쯤이었을 것이다. 한 마을에서 함께 잘 놀던 한 가족의 형제들을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왕따를 시킨 것이다.

 우리는 골목을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며 왕따 형제들끼리 저희 집 마당에서 노는 것을 보며 낄낄거렸다. ‘저들끼리 논다’고. 그 기괴스러운 장면에서 나는 아이들 웃음에 맞춰 쓴 웃음을 지었다.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 형제들이 왜 왕따를 당해야 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우리가 ‘그 형제들의 왕따’에 합의하게 되었는지. 나는 왜 아무런 이유도 모르는 채 그 잔혹한 행위를 마치 좀비처럼 따라하게 되었는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형제들과 함께 어울려 놀았던 것 같다. 불가사의했다. 아무도 그 해괴한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나 내 뇌리에서 갑자기 그 ‘잃어버린 시간’이 떠올랐다. 몸서리쳐졌다.  

 나는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존법을 터득했단 말인가! 그 사건 전과 그 사건 이후에는 그 형제들과 그렇게 함께 잘 지냈으면서도.

 이 사건은 내 깊은 무의식에 잠겨 버렸지만, 나는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항상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무리에 끼어야 한다는 강박증이었다. 무리와 함께 하지 않으면 내 주변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나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몸부림을 쳤다.

 그러다 이제는 많은 무리에서 탈주해 ‘개인’ ‘단독자(單獨者)’로 살아간다. 가끔은 외로움이 사무쳐오지만 무리에 끼여 ‘함께 컹컹 짖어대는(이탁오)’ 얼간이 짓은 하지 않아도 되어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낀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말이 천둥처럼 내 귀에 박히며 나는 무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겪은 집단주의의 모든 고통들은 18세기 이래 서양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제국주의(帝國主義)가 되어 세계의 하늘을 검게 뒤덮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제국(帝國)의 신민(臣民)’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제국주의(帝國主義)의 망령이 되살아나 지금 우리의 하늘을 배회하고 있다. 제국주의(帝國主義)는 모든 것을 집어 삼켜야 직성이 풀린다. 끝없이 먹다 나중에는 자신의 몸뚱이까지 다 먹어버려 머리만 남았다는 어느 귀신이 바로 제국주의(帝國主義)다.

 일본의 제국주의(帝國主義)가 마지막 발악을 하던 시기. 이시카와 다쿠보쿠 시인은 무심코 하늘을 날아 어디론가 떠나는 철새들을 본다.

 ‘가을 저녁의 조용함을 휘저어놓고/하늘 저 멀리 구슬픈 소리가 건너간다.’

 그때 그는 기이한 풍경을 만난다.

 ‘대장간의 백치 아이가/재빨리 그 소리를 알아듣고는/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보며/새가 나는 흉내를 하면서/그 주위를 빙빙 돌아다닌다./까악- 까악- 외쳐대면서.’  
    
 백치 아이는 아마 천연스레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시인은 순간, 환상에 젖는다. 그도 ‘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보며’ ‘새가 나는 흉내를 하면서’그 주위를 빙빙 돌다 ‘까악- 까악- 외쳐대면서’ 하늘을 솟구쳐 오르는 비상을. 그리하여 어디 하늘 저 멀리 떠나는 자신을. 

 지금 일본에는 이시카와 다쿠보쿠 시인 같은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연대하여 일본의 제국주의(帝國主義) 망령에 맞서야 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우리 모두 ‘촛불’이 되어야 한다. 일본의 제국주의(帝國主義) 망령과 그에 빌붙어 우리의 역사를 뒤틀리게 한 친일세력들이 뒤덮은 검은 하늘을 환하게 밝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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