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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불편해도 괜찮아요” 오수경 자유기고가
글쓴이 : 시냇물  (61.♡.67.74) 날짜 : 2019-07-05 (금) 22:12 조회 : 115

시선]“불편해도 괜찮아요”

오수경 자유기고가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소름 돋았던 장면은 박 사장 저택 지하 밑에 또 다른 지하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다. 마치 그곳에서 태어나 결혼도 거기서 한 것 같다는 문광·근세 부부의 소원은 소박했다. 그곳에서 살게만 해달라는 것. 그들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한 기택 가족은 사투를 벌인다. 지상의 공간은 평온한데 지하는 서로를 혐오하는 ‘충(蟲)’들의 전쟁터가 된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계급은 자본가와 노동자, 상위 계급과 하위 계급으로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계급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세분화되고, 서로에게 더 가혹해진다. 가난한 사람들끼리 경쟁하여 서로를 지하로 밀어버리고, 지상으로 통하는 문을 걸어 잠가야 나의 생존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능력주의라는 종교의 신도가 된다. 비정규직이 싫으면 실력으로 정규직이 되어야 하고, 남녀 구분 없이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게 정의다. 합리적인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처우가 다른 건 능력과는 다른 문제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이 차이나는 이유는 남성이라는 성별 자체가 능력이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의 부당한 경우와 차별은 더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가 투쟁을 한다. 불안한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 일자리를 위해,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기 위해 투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투쟁의 결과로 더 많은 일자리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곤 한다. 취업을 못한 사람도 많은데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가진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하고, 억울하면 실력으로 정규직이 되어야지 염치없이 투쟁하면 안되고, 월급이 높은 ‘귀족노조’ 주제에 투쟁하면 안된다. 그렇게 우리는 살기 위해 누군가를 비정규직이라는 지하로, 더 위험한 일자리라는 지하로 밀어낸다. 

7월3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했다. 정규직인 교사와 교직원 외 급식 조리, 방과후교실, 도서관 사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비정규직이다. 40만명 중 약 13만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지만, 신분은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임금을 9급 공무원의 80%대로 인상해달라는 것과 비정규직이 아닌 ‘교육공무직’이라는 이름을 붙여달라는 것이다.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 박금자 위원장은 아이들이 “선생님 비정규직이세요?”라고 물을 때 가장 힘들다며 학교에서부터 차별을 배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이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 투쟁을 대하는 보편 정서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속 어느 대학생의 말로 압축된다. “날로 정규직되려고 하면 안되잖아요.”

비정규직에서 벗어나려고 성실하게 노력하여 능력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게 누구의 기회와 권리를 박탈하는 걸까? 그런 생존 투쟁이 누구에게 존재론적 위협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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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최태섭은 “신자유주의적 존재론의 가장 고약한 점은 다른 방식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빼앗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타인의 삶을 ‘무임승차자’로 모욕할 때 어린 학생들은 파업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피켓을 들었다. “불편해도 괜찮아요!” 어느 초등학교는 이런 가정통신문을 돌렸다. “모든 노동자가 각자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을 수 있기를….” 나의 지인 P는 아이가 다니는 평생학습관 비정규직 교사가 파업하자 해당 기관에 전화했다. “파업으로 인해 불편이 크고 안정적으로 도서관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우니 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세요!” 나는 공존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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