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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세상읽기]택시 드라이버
글쓴이 : 시냇물  (121.♡.55.82) 날짜 : 2019-06-14 (금) 14:02 조회 : 232

[세상읽기]택시 드라이버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얼마 전 늦은 밤 갑자기 카톡이 울렸다. “대구에서 발표할 일이 있어 왔다가 동대구역 가는 길입니다. 불금의 저녁, 대구도 길이 많이 막히네요. 엄청 덥고요. 기사 아저씨는 계속 문 정부 욕만 하시고.” 아는 교수였다. 답장을 보냈다. “제가 반복적으로 겪는 일 겪으셨군요. 서울 말씨만 쓰면 바로 나옵니다.” 위로의 문자가 왔다. “아…그런 거군요. 대구에서 사는 거 만만치 않으시겠습니다.”

어쩌다가 대구가, 참내. 목구멍으로부터 쓴물이 올라왔다. 2005년 대구로 이사 왔으니 벌써 십 수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택시를 타면 몇 마디 말에 바로 타지 사람인 걸 알아챈다. 구어 활용 습득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아무리 대구 말씨를 흉내 내도 금방 티가 나는 모양이다. 열의 여섯, 일곱은 ‘소위’ 진보 정권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얼마전에도 그랬다. 서울 갔다 돌아오는 길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탔다. 행선지를 말하고 몇 마디 주고받고나니 ‘주 52시간 근무제’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밤중에 손님이 없다카이요. 주 52시간 정책인동 뭔동 땜에 밤에 일을 안 한다카이. 일을 안 하이 일감이 어데 있심니꺼. 소득주도성장한다꼬 카는데 일하는 시간이 줄었뿌이 소득도 준다카이요. 수출로 묵고사는 나라 아닙니꺼, 우리가. 이기 말이 되는 일입니꺼, 어데요. 최저임금 올린다고 설치뿌리이 원가가 올라가가 수출경쟁력이 똑 떨지는 거 아입니꺼?” 

이럴 경우 보통 “예, 예” 하며 짐짓 맞장구를 쳐준다. 집에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게 아닌가. “이기 다 자유민주주의 파괴할라꼬 카는 빨갱이 때문이라예. 아이라예?” 나도 모르게 욱했나 보다. “자유민주주의가 뭡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택시기사가 움찔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내뱉었다.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카마 그 뭐라캐야 되노. 자유 아입니꺼? 자유!” 작정을 하고 되물었다. “그러니까 그 자유가 뭐냐니까요?” 대답을 못하고 버벅대다 고함을 지른다. “독재 안 하는 기지예. 문재인 함 보이소. 좌파독재 아이라예? 지 혼자 다 해묵잖아예. 국민 생각은 쪼매도 안 하고 저거들 빨갱이만 좋자고 그카는 거 아니라예. 그카다가 문재인이 총 맞아가 죽는다카이요, 죽어.” 깜짝 놀랐다. “아니 대통령을 총 쏴서 죽이는 게 자유민주주의예요?” “그라마 아니란 말인교? 자유민주주의 미국 함 보이소. 케네디도 총 맞아가 죽었잖는교.” 무슨 이런 논리가? “아니 자기랑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총 쏴 죽이는 게 자유민주주의예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아이라. 그 말은 그렇다카는 기 아닙니꺼? 누가 문재인 총 싸가 쥑이뿌만 어얘노 카는기지, 내 말은. 그래 좌파독재하다 보만 국민이 가마이 있겠는교?” 

갑자기 1970년대 미국의 암울한 현실을 고발한 영화 <택시 드라이버>가 떠올랐다. 베트남전 퇴역군인인 주인공은 심야 택시를 몰며 쓰레기와 같은 추악한 뉴욕 밤거리를 떠돈다. 고작 이따위 나라를 지키려고 베트남에 가서 목숨 걸고 싸웠단 말인가.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싶지만 현실적 힘이 없다. 마지막 희망인 사랑마저도 일그러지자 분노가 극에 달한다. 모든 게 잘못된 정치 탓 같다.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과대망상으로 유력 대통령 후보의 암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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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처한 참혹한 현실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때 무력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 무력감은 가상의 악에 대한 분노와 테러로 돌변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가 말로 의사소통하는 정치제도를 만든 이유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치가 무력감과 분노를 자극하고 조장하는 폭력적인 ‘군사 언어’에 기대면 희망이 없다. 현재 수많은 ‘택시 드라이버’가 군사 언어를 사용해서 무력감과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럴수록 공감을 못 얻고 끼리끼리 고립되어 과대망상 테러를 꿈꾼다. 보다 보편적인 ‘시민 언어’를 써서 자신이 처한 곤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정치의 공간이 활짝 열려야 비로소 문제 해결의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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