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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63년전 아인슈타인의 경고, 현실이 되다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8-07-09 (월) 16:28 조회 : 622
 알버트 아인슈타인.
▲  알버트 아인슈타인.
ⓒ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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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핵문제의 보안관은 미국이다. 미국 스스로 보안관 완장을 차고 있다. 그런 미국을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본 과학자가 있었다. 나치 독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미국에 핵 보유를 권고한 적이 있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다. 그랬던 그가 나중에는 미국의 핵 보유 및 통제에 염려의 마음을 갖게 됐다. 

그런 염려의 마음을 담아 아인슈타인은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 등과 함께 1955년 7월 9일 이른바 퍼그워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동북쪽 끝부분과 캐나다가 만나는 곳이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컴버랜드군 퍼그워시읍이다. 

여기서 과학자 11명이 모여 성명을 발표했다. 핵무기 폐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보편적 열망을 담은 성명이었다. 정식 명칭은 '핵무기 없는 세계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하는 선언'이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으로도 불린다. 

핵문제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는 당연히 '보안관 국가'다. 세계 최초로 핵실험을 했고,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핵을 투하했으니, 핵범죄 전과도 2범이나 된다. 한국전쟁 때도 핵무기를 사용하려 했었다. 그래서 보안관 역할을 할 자격은 분명히 없는 나라다. 하지만, 그 보안관 완장을 떼어낼 만한 나라도 없으니, 마음 놓고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섬 3개를 사라지게 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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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그워시 성명 당시, 핵실험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소련·영국 세 나라였다. 아인슈타인 등이 주로 겨냥한 쪽은 미국 핵무기다. 미국 핵무기를 견제하는 성명이었던 것이다. 이 점은 성명문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인류가 비극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 회의를 통해 과학자들이 대량살상무기가 발달한 결과로 야기된 위험한 상황을 평가하고, 첨부된 초안에 담긴 정신에 입각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성명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제 우리는 특히 비키니 실험 이후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훨씬 넓은 지역에 걸쳐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폭탄이 점차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키니섬으로도 불리는 비키니 환초는 필리핀에서 동쪽을 향해 태평양 중앙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 산호충 분비물이 축적돼 만들어진 약 20개의 환초로 구성돼 있다. 

미국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23차례의 핵실험을 여기서 실시했다. 1954년에는 원자폭탄보다 훨씬 파괴적인 수소폭탄(열핵폭탄) 실험도 했다. 이 때문에 이곳 섬이 3개가 사라졌다. 방사능 피해가 이 지역에 확산됐음은 물론이다. 미국 본토의 사막에서도 할 수 있었지만, 환경문제 때문에 여기서 핵실험을 하게 된 것이다. 

 비키니섬 핵실험.
▲  비키니섬 핵실험.
ⓒ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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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등이 행동에 나선 계기는 1954년 비키니 핵실험이다. 미국 핵무기의 발달을 보면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원자폭탄보다 파괴력이 강할 뿐 아니라 작고 가벼워 더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수소폭탄이 비키니 실험을 계기로 더욱 확산될 경우, 인류의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염려가 든 것이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원자폭탄 한 발로 히로시마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었던 반면, 수소폭탄 한 발로는 런던이나 뉴욕 혹은 모스크바처럼 규모가 훨씬 큰 도시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이렇게 우려를 표명했다. 

"수소폭탄을 사용하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대도시는 틀림없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우리가 겪게 될 작은 재앙 중 일부에 불과하다."

"누구에게나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방식"

아인슈타인 등은 핵무기의 기술적 발전만 걱정한 게 아니라 마땅한 통제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걱정했다. 미국이 보안관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그때 시각으로 볼 때도 미국은 불완전한 보안관이었다. 

"수소폭탄을 사용하지 말자고 평화 시에 협정을 맺었다 해도, 막상 전쟁이 발발하면 그런 협약이 더 이상 구속력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 들 것이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쌍방은 수소폭탄 제조에 착수할 것이다. 어느 한쪽만 폭탄을 제조하고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경우, 폭탄을 제조한 쪽이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대전이 일어나면 수소폭탄을 가진 쪽이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에, 대전이 발발할 만한 상황이 되면 국가들이 그것부터 확보하려 들 거라고 염려했다. 국가들이 보안관 미국의 역할을 신뢰하며 핵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그와 정반대되는 상황이 출현할 거라고 염려한 것이다. 

아인슈타인 등은 공정성을 의심받는 '보안관'이 세계 핵 통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어느 한 나라의 관점이 아니라 중립적 관점에서 핵문제를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인류 구성원으로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략) 공산주의자든 반공주의자든, 또는 아시아인이든 유럽인이든 아메리카인이든, 또는 백인이든 흑인이든 간에 누구에게나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이 기울어진다면 이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 중심주의에 입각해 핵 문제를 처리하려 하지만, 아인슈타인 등은 '누구에게나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방식'에 입각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방식으로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어느 누구도 핵을 갖지 않는 쪽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상태를 지칭하는 말일 것이다. 

이중 삼중의 잣대를 보여왔던 미국

이제까지 미국이 핵 확산을 막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핵 통제가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국은 핵을 가진 상태에서 남한테만 갖지 말라 하니 핵 통제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소련·영국·프랑스의 핵 보유는 물론이고 이스라엘·중국·인도·파키스탄의 핵 보유도 막지 못했다. 이는 미국의 비핵화 외침이 공감을 얻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세계 최강의 군대로 국제사회를 수시로 위협하는 나라가 핵을 통제하려 하니, 불신을 사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은 새롭게 핵을 가지려는 나라들한테도 공정하지 못했다. 한국이나 리비아 같은 나라의 핵 보유는 끝까지 저지했지만,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스라엘 경우에는 유대인 국가라는 이유로 핵 보유를 묵인했고, 중국 경우에는 베트남전쟁 패배 이후의 아시아 패권 상실을 막으려면 중국과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핵 보유를 국제법적으로 합법화해줬다. 

또 인도 핵무기는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 핵무기는 인도 견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각각 용인했다. 처음에는 핵 확산을 막겠다며 경제 및 군사제재를 불사하던 미국은 어느 순간에는 국익을 이유로 태도를 바꾸곤 했다. 핵 폐기가 불가능해지면 체면 손상을 막고자 국익을 명분으로 핵 보유를 용인한 뒤 물러서곤 했던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무기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핵무기도 통제할 역량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나라가 핵문제 보안관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인류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엄격하고 정치해야 할 핵무기 통제 시스템이 이처럼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으니 불안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의 세계적 확산에 관련해서 무능력을 보여왔다.
▲  미국은 핵무기의 세계적 확산에 관련해서 무능력을 보여왔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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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그워시 성명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아인슈타인 등은 세계적인 핵 확산을 충분히 목격할 수 없었다. 미국의 능력 부족을 제대로 관찰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핵 확산은 그 뒤에 일어난 현상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미국의 능력에 의문을 품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의 무능력이 훨씬 전부터 예견 가능한 것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류는 여전히 미국의 핵 통제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공정성도 낮고 성공 가능성도 별로 없는 그들의 행보를 그저 구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런 한계 속에서도 인류가 할 수 있은 일은 있다. 

그것은 미국의 핵 통제 정책에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또 미국이 욕하는 나라들을 덩달아 욕하지 않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핵무기를 관리할 보다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것이다. 미국이 보안관을 자처하도록 두는 게 아니라, 인류의 이익을 대변할 핵문제 보안관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이 욕하는 상대방에 대해서만 핵 폐기를 요구할 게 아니라 그런 욕을 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똑같이 핵 폐기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핵을 통제할 보다 나은 시스템을 모색하는 게 아인슈타인 등이 63년 전 퍼그워시 성명을 발표할 때의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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