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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보수는 어디로? “자유한국당 해체 말곤 답이 없다”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8-06-30 (토) 22:22 조회 : 555

보수는 어디로? “자유한국당 해체 말곤 답이 없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선거 이틀 뒤인 지난 6월 15일,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있다. / 연합

내홍에 휩싸여 제 살 길만 찾는 보수정당은 어디로 가나 

의외다. 전·현직 의원들은 말을 아꼈다. 아직 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염치로 내가 이야기하겠나…. 나 같은 사람이 보수에 대해 논하는 것도 옳지 않다.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자.”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지방 시장에 도전했던 인사의 말이다. 그는 낙선했다.

“2020년 총선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건 정당이 아니라 이익집단이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겠다는 생존본능만 철철 넘치는 사람들이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 구본철 대변인의 말이다. 인천 부평을을 지역구로 18대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현재 원외 지역위원장이다. 

개표가 진행되던 지난 6월 13일, ‘비상행동’에 참여했던 사람은 당 중앙상황실에 모여 무릎을 꿇었다. 전국적인 참패 속보에 섞여 이들이 무릎 꿇고 앉아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30분 만에 당 지도부가 싹 빠져버렸다. 가보니 이건 너무했다. 이거는 아니라고 생각해 행동한 것이다.” 

구 대변인에 따르면 비상행동은 3개월 정도 된 모임이다. 지역별로 ‘이런 식의 정당 운영은 안된다’, ‘시대에 맞는 정당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다가 6·13 지방선거 사흘 전에 비상행동이 결성됐다. 자유한국당의 운영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걸까.

“자유한국당 비대위 100% 깨진다” 

“완전히 사당이었다. 홍준표 당이었다.” 멀쩡히 있는 지역 당협위원장을 강제 사퇴시키고 친분이 있는 인사를 꽂아 넣거나,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당원권을 정지시키는 등의 행태에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했다는 것이다. “심판당한 사람들이 무슨 혁신이냐. 이런 경우 이미 부도난 정당이다.” 이들은 선거 이후 김성태 원내대표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도 그 체제의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이틀 전에 김무성 쪽 사람들이 차기 당권 논의하기 위해 호텔에 모였다고 하지 않나.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 위원장은 우리가 인적 청산 대상으로 올린 16명 중 핵심적인 사람이다. 결국 현재의 비대위는 기존 지도부, 김무성을 차기 대표로 세우려는 홍준표 잔당들의 획책이다.” 구 대변인은 정풍 대상 2차 명단 발표와 함께 기득권 카르텔을 혁파해 당을 재건할 수 있는 ‘김무성 아바타’가 아닌 드림팀 명단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6월 21일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발표하면서 농담처럼 언급했지만 현재 자유한국당 상황은 ‘그라운드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 그라운드’가 아닌가.” 

윤민재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교수의 말이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6·13 지방선거 이후 ‘보수 그라운드 제로’라는 이름의 연속 조찬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6월 26일, 윤 교수는 ‘한국 사회, 보수세력의 위기인가 궤멸인가?: 상식이 답이다’라는 제목으로 기조발제를 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분들의 최대 관심사는 2년 후에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 보수세력의 현재 위기가 아니다. 보수의 궤멸이 아니라 보수정당의 궤멸이라고 보면 맞다. ‘마음의 습속(habits of heart)’이라는 말이 있다.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보며 끌어낸 개념이다. 역사와 전통은 유럽에 비해 짧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모델이나 정신이 있다. 타운홀 미팅이나 기독교 정신, 국민 배심원제 같은 제도의 바탕에는 민주주의를 운영하고 작동할 수 있는 시민들이 있다. 그런 시민들의 마음, 시민적 덕성이 법과 제도에 우선하는 마음의 습속이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어떤가. 말만 보수주의이지 뜯어놓고 보면 과거 국가가 강제적으로 주입한 반공주의, 성장우선주의다. 말로만 자유와 성장이 중요하다고 하지 진정 내면으로 그것을 가치화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보수정당이 주장하는 보수주의에는 내면화된 신념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한국당의 내분사태가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봤다. 

“113석이라는 의석 규모는 만만치 않은 세력이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힘을 발휘할 능력도 없다. 비대위원장을 누구를 모시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혼란한 상황을 극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고위당직자를 맡았던 인사는 “지금 이런 방법으로 비대위가 구성되면 거의 깨진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힘을 가지려면 공천권을 가져야 하는데 앞으로도 1년 8개월을 버틸 힘의 역학구조를 견인할 레버리지가 없다는 것이다.

“혁신안으로 원내 정당화를 이야기하는데 힘이 있었을 때도 안된 것을 힘이 없을 때 가능하다고 보나.” 

그는 비대위와 같은 과거의 해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당은 가장 위의 당대표, 최고위원 등이 구성하고 있는 지도부, 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당 사무처 및 국회의원 보좌진, 책임당원과 일반당원의 4개 층으로 구성된 피라미드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책임을 지는 구조다. 통상 선거에 지면 위를 바꾼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의 문제는 맨꼭대기부터 가장 밑까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그는 “330만명이라는 당원 수는 말도 안되고 제대로 된 사람은 50만명도 안되며 책임당원은 더 적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1월 바른정당이 분당하면서 소위 ‘합리적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유한국당을 떠나고 수구적인 생각만 가진 사람들만 모이는 구조가 되었다고 말한다.

“전당대회를 치르려면 막말을 해야 한다. 단적으로 홍준표가 대표가 되고 류여해 같은 인물이 최고위원이 된 것 아닌가.” 

그는 자신이 정치생활을 시작한 ‘신한국당 시절’ 보수여당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스팔트 우파라고 있지 않나. 사실 보수라고 말하기 힘든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 말기, 박근혜 정부 시기에 대거 당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과거에는 보수에 나름의 흐름이 있었다. 나쁜 말로 엘리트주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잡스럽지는 않았다. 탈북자들이라든가 엄마부대, 어버이연합 같은 데 돈을 주면서 동원하는 그런 일은 적어도 과거에는 없지 않았나.”

보수정당 정풍운동, 성공할 수 있을까 

그는 시민단체와 같은 외곽세력이 민주당과 같은 ‘진보’와 자유한국당과 같은 보수에는 다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념이 뚜렷한 정당이다. 시민단체 같은 데서 들어와도 자연스럽게 흐름에 합류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보수집단이니 경제적인 것을 더 중시한다. 이게 자칫하면 이익집단적인 성격을 갖는데, 그게 더 심화된 것이다. 당 밖에서 설치던 사람들이 이전에는 당에 들어올 수 없었는데, 아스팔트 우파가 당을 흔들게 되면서 당이 더 개판이 돼버린 것이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민주당 ‘진보’는 보좌진이 강세라면 자유한국당 ‘보수’는 당 사무처, 당료(黨僚)의 권한과 역할이 크다는 인식이 있다. 선거 때마다 언급되는 여의도연구원의 독자적인 여론조사 수행능력과 관련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주간경향>은 보수정당 당직자로 지난 30년간 여의도 정치를 경험한 인사를 접촉했다. MB정권 시절, 그는 고위공직자로 파견 나가 한때 당 밖에 있기도 했다. 그는 현 자유한국당의 원류에 해당하는 3당 합당으로 민자당 탄생 직후부터 언론이나 밖에서는 포착되지 않은 ‘보수정당의 내부동학’에 대한 흥미로운 증언을 여럿 내놓았다. 그는 현재의 자유한국당 내홍을 어떻게 볼까.

김무성계 ‘보수혁신’ 주도할 수 있나 

지난 6월 25일 불 꺼진 한국당 여의도 당사 내 회의실 모습. 벽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 연합 

“인적 청산은 불가능하다. 누가 국회의원을 쳐내겠는가. 아직 2년이 남았는데. 친박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2년이면 충분하다. 그동안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내가 왜 기득권을 내놔? 안 내놓는다. 자유한국당의 인적 청산은 인위적으로 될 수 없다.”

그의 결론은 급진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리모델링이 아니다. 말하자면 재개발·재건축이다. 그게 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국민 요구다. 차라리 당을 깨고 다 무소속으로 나가 2020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고 다시 보수를 재건하는 것이 낫다.” 당 해체밖에 답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 역시 “현재 ‘당 혁신’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뜯어보면 이른바 김무성계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보수혁신을 주도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지난 보수정권 9년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다르다. 이명박은 부도덕한 사람이다. 나라를 팔아서 자기 이익을 챙기려던 장사꾼이다. MB는 부도덕했고,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무능했다고 보면 된다. 박근혜로 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박근혜는 무능이 아니라 무지했던 사람이다.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부도덕한 사람들이다.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무능한 박근혜를 붙들고 이용해 먹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도 책임을 져야 하지만 박근혜가 자신의 무지를 감추고 대통령까지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에, 그 딸이 대통령을 하면 잘할 것이라고 믿고 찍은 유권자들의 책임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박근혜를 지지했다가 문재인을 찍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반성이라는 것이 이 인사의 시각이다. 

“흔히 보수는 자유, 진보는 평등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이야기한다. 자유에서 일차적으로 획득해야 하는 것은 국가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다. 이것은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일정하게 획득할 수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장의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이것을 해낼 수 있을까. 대북문제에서 이들의 긍정적 역할은 있다. 하지만 경제문제에서 이들의 능력은 의문이다. 평화보수가 유지되는 한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의 평등을 이뤄내는 길을 보수가 가야 한다.” 

“2020년 총선이 치러질 때쯤엔 50대 50까지 회복될 것이다. 틀림없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지금은 진보로 기울었지만 보수 지지세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년전부터 그는 ‘좌파기득권의 진보 포획론’을 주장해왔다. 그에 따르면 ‘기득권’에는 재벌 등 우파기득권 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 공무원, 대기업노조를 핵심으로 하는 민주노총과 같은 ‘좌파기득권 세력’이 현 집권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민주당 정부는 고액연봉 정규직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 정권은 OECD가 2016년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한국의 이중노동시장 문제, 다시 말해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몰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이념지향 정권이다. 경제정책을 보면 박근혜나 이명박은 아무 생각도 없었던데 반해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좌파적 정책을 들고 나왔다. 그게 ILO(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남북문제는 지금은 이득이 되지만 선거에선 결국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예멘 난민 논란을 보라. 당장 자신에게 피해도 안주는데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헬조선에서 흘러넘치는 불만과 분노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떠돈다. 박근혜와 이건희에 대한 분노가 민주노총으로, 김보름·장현수로 넘어간다. ‘박근혜가 나쁜 사람’로 화력이 모였지만 타깃은 언제든지 옮겨갈 수 있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분노’가 문재인 정부를 집어삼킬 지도 모른다.” 

그는 “자유한국당 내홍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이제 수습국면”이라고 덧붙였다.

“김무성이든 누구든 현재 자유한국당은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어정쩡한 세력균형 상태다. 향후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더라도 누가 독식할 수 없다. 강력한 대권주자로 박근혜라는 인물이 있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 과연 그럴까. 

“설령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실망한 지지층이 이반하더라도 정치적 무관심층에 머무르거나 또 다른 포퓰리즘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 반사적으로 자유한국당 지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앞서 윤민재 교수의 말이다. 민주당 경제정책의 실패가 자유한국당 지지로 이어질거라며 ‘요행수’만 바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마감 전날 밤, 다시 김 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6월 27일 새로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윤종원 OECD 대사가 언급한 ‘포용성장’이 2016년 OECD 보고서의 지적 사항과 같은 주장을 편다면 이를테면 ‘광주형 일자리’로 대표되는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2기 문재인 정부가 기존 노선을 폐기하고 다른 정책을 채택하는 시발점인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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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과 통화한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의 소득주도성장 입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윤 신임수석이 주장해온 포용성장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 한다”며 “일부 보수매체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경제정책 노선 변화 전망이 나오는데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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