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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평화를 담고, 걷고, 짓고, 잇고 싶었다"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8-04-13 (금) 21:58 조회 : 5141
"평화를 담고, 걷고, 짓고, 잇고 싶었다"<화제의 책> 원불교 정상덕 교무의 『평화일기-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기린의 겨드랑이에서 잠든다』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승인 2018.04.12  23:55:21

30년 가까이 시민사회와 소통하면서 함께 해 온 원불교 정상덕 교무가 지난해 4월부터 쓰기 시작한 평화일기를 모아 최근 책으로 펴냈다.

책 제목은 『평화일기-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기린의 겨드랑이에서 잠든다』

얼핏 생태학을 다룬 책인 것 같기도 하고 낯선 새 이름에 주눅들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노랑부리소등쪼기새가 초식동물의 등에 올라타 진드기 등 기생충을 잡아먹고 기린은 배 아래쪽 겨드랑이를 안전한 잠자리로 제공하는 '편리공생'의 모습에서 평화를 떠올렸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상상속 동물인 수컷 기(麒)와 암컷인 린(麟)은 자비롭고 덕이 높은 짐승이어서 생명을 해치는 법이없고 벌레와 풀을 밟지 않고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기린을 평화의 대명사라해도 다른 동물들이 섭섭해 할일은 없을 것이다.

  
▲ 정상덕, 『평화일기-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기린의 겨드랑이에서 잠든다』, 2018.4. 228쪽, 14,800원 [사진제공-책틈]

 정상덕 교무는 2017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여 동안 100여개의 평화일기를 쓰고 그 가운데 57개의 글을 이 책에 담았다.

일기는 같은 기간 통일뉴스에도 연재되었거니와 저자가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사무총장으로 헌신하다 그 완결 과제인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을 서울 흑석동에 짓는 건축주로 일하면서도 없는 짬을 만들어 내서 성주 소성리에 내려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반대하는 일에 나섰던 상황을 그려보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을 한 셈이다.

책은 평화라는 주제를 △나로부터 시작된 평화 △개벽에서 배우는 평화 △거리에서 깨우친 평화 △은혜로 연결된 평화 △이웃종교와 통하는 평화 △건축으로 만나는 평화로 세분화하고 여기에 '유아 평화교육의 개척자-마리아 몬테소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자-무함마드 유누스', '실험실 밖의 평화과학자-라이너스 풀링', '용서와 화해의 평화조정자-넬슨 만델라', '인간의 본성을 평화로 사유한 사상가-함석헌', '인간을 위한 현대 건축의 거장-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연구와 숙고를 보탰다.

책에서 다룬 소제목만 보더라도 어린시절 폭력에 대한 기억, 교도소 교화, 원불교 100주년 서울선언문, 청와대 앞 1인시위, 광화문 촛불, 아버지의 죽음, 노무현 대통령, 평화 마라토너 강명구, 두 교무의 단식, 기초공사의 중요성, 안전이 중요하다 등 다채롭고 다양하다.

구체적인 일상속에서 성찰의 소재를 찾아 사색하고 성찰하되 모든 문제를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에 기대어 다시 읽고 일반화하는 것은 모든 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중 하나이다.

몸이 느끼는 문제를 자신의 머리로 고민하지만 선각의 가르침으로 다시 걸러서, 서로 통하는 진리를 확보하고 넓혀 나가는 방도인 셈이다.

"마음은 형체가 없으므로 형상을 볼 수 없다고 하며, 성품은 언어가 끊어졌으므로 말로 가히 할 수 없다고만 한다면 이는 참으로 성품을 본 사람이 아니니, 이에 마음의 형성과 성품의 체가 완연히 눈 앞에 있어서 눈을 궁글리지 아니하고도, 능히 보며 입만 열면 바로 말할 수 있어야 가히 밝게 불성을 본 사람이라고 하리라." [원불교 대종경 성리품 6장]

저자는 평화일기를 쓰는 이유를 소태산 대종사의 위 말씀을 새기면서 평화를 제 눈앞에서 밝히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의 구성에서 보이는 특징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평화를 담고 싶고 걷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는 허리를 숙인만큼 만날 수 있는 전율같은 것이었으며, 평화일기는 제몸으로 들어온 평화라는 가치를 관찰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평화를 짓고 또 잇고 싶다고도 했다. 그 결과 사람을 향한 온정을 담아 함께 하는 평화의 정신이 작동하는 건축물을 짓는데 힘을 다하고 있다. 또 성주 성지를 수호하는 일을 넘어 평화의 큰 관점을 고민하면서 동 시대 사회 전 분야에서 미지의 길을 걸어간 평화실천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각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책의 맨 뒷장. "연결이 끊긴 자리에서 그 이음의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앞으로의 평화"라고 쓰여 있다. 물리학도라면 분열과 융합의 관계를, 군사전문가라면 그 원리가 외화된 원자탄과 수소탄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펼치면서 연결이 끊긴 분단의 자리에서 그 이음의 회복인 통일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평화라고 읽고 그 실천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이 봄이 활짝 피길 바란다.

최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먹과 쇠 展>을 개최한,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 씨는 왕희지의 우아함과 추사의 자유로움을 담고 싶었다면서 평화를 주제로 한 인상적인 서예 작품을 선보였다. "평화를 일구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는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매일 평화일기를 쓰고 읽는 모두가 하느님의 사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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