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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김곡의 똑똑똑] 대청소
글쓴이 : 시냇물  (61.♡.67.69) 날짜 : 2018-04-08 (일) 22:29 조회 : 6266

[김곡의 똑똑똑] 대청소

등록 :2018-04-08 17:54수정 :2018-04-0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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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곡
영화감독
와아아, 봄이다. 집 앞 도랑에서 성급하게 점프하려던 개구리 녀석에게, 그리고 옆 산 동굴에서 성급하게 기지개 켜려던 반달곰 녀석에게 전국경칩행동본부에서 권장하는 일차적 행동요령은 봄맞이 대청소다.점프 전엔 겨울잠 자던 요부터 개어야 할 터다. 기지개 전엔 겨울잠 내내 신세졌던 동굴 안 묵은 먼지부터 치워야 할 터다. 물론 목욕도 필수다. 때의 무게만큼 점프도 낮아진다. 먼지의 무게만큼 기지개도 덜 통쾌하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더 대지 않아도, 이사할 땐 대청소를 하는 게,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왠지 당연한 예의인 것 같다.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할 때 대청소가 공간에 대한 예의인 것처럼,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이사할 때 대청소는 시간에 대한 예의가 된다.겨울 내내 신세졌던 이들은 많다. 내 무르팍을 지져주던 삼단 난로, 내 체온을 지켜주던 핑크색 내복, 비록 무좀군에게 병참공급로를 제공했으나 최소한 발가락을 동상으로부터 사수해냈던 보온양말 등. 꼭 신체에 달라붙어 있던 친구들만 고생한 건 아니다. 싱크대와 찬장만 간신히 왔다 갔다 하면서 온몸으로 먼지와 사투를 벌여주었던 밥공기 예하 찬그릇 부대원들, 커튼이 열릴 때나 허용되던 볕으로 환기를 대신하면서도 한마디 군소리 없던 집안의 모든 구석빼기와 모퉁이들조차 한파의 파수꾼들이었다.대청소는 그 묵은 먼지들을 닦아내서 다음 겨울까지 최적의 보관상태를 만드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대청소가 그런 실용적 의미만을 가진다면, 우리는 보관해야 할 물건들만 잘 닦아내면 그만일 터이고, 물건들이 있던 장소들을 굳이 닦을 필요는 없을 터다.모든 대청소엔 제의적 의미가 있다. 모든 이사에 제의적 의미가 있듯이. 가령 우리는 이사할 때 꼭 짜장면을 시켜서 먹지만, 거기엔 아직 그릇과 반찬통 정리가 덜 되었고 일도 바쁘니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자는 실용적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이사할 때 짜장면은 떠나온 공간과 이제 도착한 공간 사이, 그 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텅 빈 공간을 점령함으로써 그 빈틈을 증명해내는 의례적 행위다. 이 빈틈 없이 이사는 결코 완결되지 않는다.대청소 역시 바로 그 빈틈을 증명해내는 행위로서, 바로 이 때문에 전국경칩행동본부에선 대청소를 반드시 직접 할 것을, 절대로 다른 누군가를 시켜서 하지 말 것을, 무엇보다도 그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충분한 지속을 점령할 것을 권고한다. 대청소는 계절과 계절 사이의 빈틈을 증명해내는 그 자체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대청소 대충 하지 않기. 대청소는 대청소지, 소청소가 아니올시다.물론 이 통과의례를 견뎌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빈번히 소환되는 건 작별인사 하기다. 난로를 비닐에 싸서 광에 넣으며 다음 겨울까지 안녕. 보온양말 세탁해서 밑 서랍에 넣으며 다음 겨울까지 안녕. 창문을 열지 못해서 엄두를 못 내던 모퉁이마다 먼지를 닦아내며 다음 겨울까지 안녕.(응, 넌 여름에도 오지 마.)대청소는 춘곤증이다. 피로한 일이지만, 지난 시간을 꿈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시간에 깨어나는. 거기엔 반드시 안녕을 요한다. 와아아, 봄이다. 안녕 먼지들. 넌 여름에도 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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